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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프랑스 보쥬 산장여행이 시작되었다.

by 낭시댁 2022. 8. 28.

저녁 5시쯤 우리는 카린의 고향집을 떠나 고모님의 산장을 향했다.

가는 길에 가브리엘은 호숫가에서 텐트를 치고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삼촌에게 데려다 주었고 다음날 저녁에 다시 데리러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삼촌이 반가워서 방방 뛰는 가브리엘의 순수한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게 바로 여름방학이구나.

역시 보쥬에는 곳곳이 산이고 호수다. 이런 멋진 곳이 낭시 가까이에 있다니 나에게는 너무 큰 행운이다!!

카린의 차는 산장들이 모여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는데 모든 집들이 그림처럼 너무나 예뻤다!!

그리고 고모님의 산장은 맨 끝, 그러니까 바로 산 밑에 위치해 있었다. 퍼팩트!!

3층이었는데 내부가 생각보다 엄청 커서 침실이 굉장히 많았다.

침실은 총 5개가 있었고, 욕실 2개 그리고 다용도실이 2개가 있었다.

1층: 침실 2, 다용도실, 욕실
2층: 거실+부엌, 침실, 욕실
3층: 침실 2, 다용도실

가장먼저 2층에 있는 거실로 올라가서 고모님께서 싸주신 음식이며 과일, 채소등을 내려놓았다.

 

L'image d'Epinal 미술관에서 봤던 판화가 이곳에서도 두점이 있었다. 그래도 한번 본거라고 기억을 하는 나, 칭찬해ㅋ

거실의 반대편에는 식탁이 놓여 있고 그 안쪽으로는 부엌이 숨어있다.

거실 발코니로 나가보니 해가 조금씩 지고 있었다. 이곳의 뷰는 그저 환상적이었다.

카린의 친구는 이곳으로 바로 도착하기로 했는데, 이미 1층 침실을 찜해둔 상태라고 했다.

"나는 2층에 있는 방을 쓸건데, 1층이 굉장히 시원해서 1층에서 지내는걸 추천해."

나는 카린의 말대로 1층에 있는 방에다 짐을 풀고 잠이 들었었는데, 결국 자다가 너무너무 추워서 (이날 낮기온이 32도였는데!! 두꺼운 이불을 덮어도 코가 시린것이었다!) 자정쯤에 조용히 3층 방으로 옮겨야만 했다.

결국 가장 큰 침실을 나 혼자 독차지 했다. 내가 사용하는 침대 맞은편에는 2개의 침대가 더 있었다. 그러니까 3인실을 혼자 독차지 한 것이다.

물론 뷰도 가장 좋고!

아침마다 창문만 열어도 이런 뷰가 펼쳐진다. 공기는 어찌나 좋은지! 산밑이라 아침 저녁으로는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내눈에는 인터라켄이나 여기나 비슷해 보였다!

고모님께서 주신 음식들을 냉장고 안팎에 정리하고 있을때 카린의 친구, 마갈리가 도착했다.

그녀는 차에 먹거리를 잔뜩 싣고왔다. 나혼자 갑자기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다같이 장보러 갈 거라고해서 나는 아무것도 안가져왔는데..."

"걱정하지마. 마갈리, 너 돈쓴거 나중에 우리가 분담할테니까 금액 알려줘."

카린의 말에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마갈리는 나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마갈리의 첫인상은 쿨 그 자체였다. 시원시원한 웃음과 표정 그리고 말투까지. 카린이라는 좋은 사람이 마갈리라는 또다른 좋은 인연을 나에게 소개해 준 것이다.

일단 우리는 뒷뜰에 테이블을 깔고 마갈리가 가져온 맥주로 식전주를 마셨다. 과일향이 나는 이 맥주는 테이블을 세팅하는 동안 냉동실에서 차게 식혀둔 상태여서 너무너무 맛있었다.

맥주를 마시며 드디어 본격적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마갈리와 카린은 폴댄스 수업에서 만난 사이라고 한다. (역시ㅋ) 마갈리는 폴댄스, 요가, 등산등의 스포츠를 좋아하고 건강을 위해 먹거리에도 많이 신경쓴다고 했다. 낭시에 살고 있지만 메츠에 있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대충..) 수돗물 수질관리?? 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고모님께서는 이곳에서는 수돗물을 절대 마시지 말라고 하셔서 생수를 마시고 있는데, 수돗물의 수질은 문제 없지만 수도관의 문제인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요즘 수돗물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는게 큰 문제라고 하며 직업에 대한 열정을 자주 내비쳤다.

"한국에도 이런 정부 부서가 있어?"

"정확히 똑같은 이름은 아니겠지만, 수질을 관리하는 부서는 당연히 있지."

그녀는 한국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카린못지않게 열정과 에너지가 뿜뿜하는 친구였다.

가져온 먹거리가 너무 많아서 저녁식사 준비도 따로 할 것이 없었다.


내가 출발하기 전 우리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그대로 실현이 되었다.

"프랑스인들은 그런곳에 놀러가면 힘들게 바베큐같은거 잘 안구워. 그냥 불없이 준비해서 쉽게 먹을수 있는 걸 선호하지."

이런데서는 야외에서 삼겹살을 구우면서 소주한잔씩 해야 기분이 제대로 날 것 같은데 시어머니께서는 이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미리 언질을 주신것이다. 프렌치 스타일도 깔끔하고 좋구먼.

삼겹살은 없지만 너무너무 맛있었다. 게다가 시원한 산공기, 석양, 수다까지 어우러지니 무얼 먹어도 맛이 없을수가 없었다.

"근데 카린, 네 남자친구는 왜 같이 안왔어?"

"아, 사실 휴가를 낼 수도 있었는데 마침 마갈리가 시간이 된다고 하니 너두 초대하고, 이렇게 여자들만의 여행을 즐기는것도 좋을것 같더라구."

"가브리엘은 그냥 플러스 원이구나ㅋㅋ"

그렇다. 주부들 세명이 모이니 무얼 하든 빨리빨리 차리고, 정리하고 후딱후딱이다. 수다가 즐거운건 덤이고ㅋ

여행내내 나는 동화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내일 우리는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등산을 갔다가 오후에는 호수에 가기로 했다.

내 평생 이런 경험을 해 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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