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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프랑스인 남편의 못말리는 식탐

by 낭시댁 2022. 9. 22.

등교를 앞두고 나는 결국 자서방을 위해 넴을 다시 만들었다.

사실 꽤 번거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도 넴을 좋아하는데다 만드는것도 나름 재미있고 또 잔뜩 만들어서 냉동실에 진공포장으로 가득 얼려두면 마음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목이버섯이 없어서 제외했고 대신에 숙주를 데쳐서 넣었다. 돼지고기, 실당면, 양파, 당근, 마늘, 생강가루에 시아버지표 푸른토마토잼도 한숟가락 크게 떠넣고 후주, 굴소스와 간장으로 간을 했다.

이번에는 소를 더 많이 만들어서 남은 소도 만두도 더 많이 만들었다.

시부모님께서도 내 넴을 좋아하신다.

오늘도 아무 생각없이 튀기다가 사진찍는걸 깜빡했다. 한쪽에서 튀기면서 동시에 만들고 만두피 밀고 만두찌고 식히고 멀티플레이를 하다보니 사진찍을 생각따위는 들지않는다. 온갖 잡념이 사라지며 집중하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명상이나 다름없다😇

튀기자마자 따뜻할때 드시라고 시댁에 제일 예쁜걸로 10개를 담아서 갖다드렸다.

자서방은 나중에서야 그걸 듣고는 왜 자기한테 허락도 안받고 갖다드렸냐고 했다. 분명 농담인데 표정이 너무 진지해... 😐

"당신 부모님인데?"

"농담이지ㅋ. 근데 10개나 갖다주다니!!"

"그럼 몇개 드렸으면 좋았을까?"

"......🙄 두개? ㅋㅋ"


농담이 맞는건가..😐

혼자 히죽 웃으면서 사라지는 자서방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그래, 당신의 착한 와이프한테 고맙다는 인사는 넣어둬라."

"당연히 고맙지!"

만두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맛은 최고!

만두는 일부러 못생긴 걸 먼저 골라먹었다. 사진을 위해서라도 예쁜걸로 선별할 걸 그랬다.

자서방은 시댁에 10개나 갖다드렸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불평을 반복하다가 저녁상을 보고서 입이 찢어졌다. 몇개 먹을래? 라는 내 질문에 자신있게 8개를 외치더니 결국에는 하나 더 먹어서 9개나 먹었다. 찐만두 4개랑 거기에 옥수수빵까지... 자서방 표정에 만족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남편, 참 운도 좋아. 이런 와이프를 만나다니."

"당연하지! 나는 언제나 내가 운이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그건 맛있는 요리 때문만은 아니야."

이런 한마디에 나는 또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넴 3개랑 제일 못생긴 찐만두 3개

튀길때 넴 한놈의 옆구리가 터지는 바람에 검게 탄 찌꺼기가 좀 달라붙어서 뜯어내고 먹었다. 내 후식은 시댁 유기농 무화과 2알.

 


아, 그리고... 만두피 반죽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가 반죽이 남아버렸다. 내 사전에 낭비란 있을수 없으니 꽁꽁싸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음날 점심때 혼자 손칼국수를 만들어먹었다.

최대한 얇게 밀어봤는데 꽤 그럴듯 하다!!

국물맛을 위해 만두도 한알만 넣고 터트렸는데 마치 싱가폴 호커센터에서 즐겨먹던 반미엔과 맛이 흡사해졌다. (치킨스톡의 힘ㅎㅎ)

요즘 날씨가 쌀쌀해져서 국물요리가 너무 반갑다. 물론 국수의 짝꿍 김치도 같이!

오! 이 얇은 면발! 칭찬해 요용!!

이제 학교가면 요리하고 먹고 마시는 시간이 줄어드는 구나. 틈나는대로 부지런히 만들어 먹어야겠다. 🤓🤓


아,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만든 넴이 너무나 맛있다고 하시며 조만간 같이 만들어보자고 하셨다. 그때는 돼지고기와 함께, 자서방이 못먹는 새우를 섞어서 넣자고 하신다. 자서방이 못먹게 말이다ㅎㅎㅎ

남편.. 나는 어머님이 하자시는대로 따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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