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필리핀에서 위기의 한국인 도와주고 욕먹은 사연

by 낭시댁 2016. 12. 2.

 

20대 초반부터 필리핀에서 3년간 거주를 했더랬다. 

필리핀 세부에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당시에 한국인이나 현지인들과의 잊을수 없는 에피소드가 끝이 없다. 그때는 내 인생의 가장 화려하던 시절이었고 동시에 가장 암울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죽을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많지만 그만큼 화려하고 행복했던 추억도 많고 값진 교훈을 얻어 더 나은 사람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던 시기다. 

세부에서 내가 운영했던 레스토랑은 한식당은 아니었다. 현지음식과 서양식을 섞은 메뉴였고 나중에 현지식들의 피드백을 받아 조금씩 한식을 추가했더니 한국인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들의 발길이 늘게 되었다. 

 

24시간을 오픈했는데 그날 한 새벽 2시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가게 구석에 있는 사무실안에 있었는데 우리가게 문앞을 지키던 가드가 와서 근처 골목에 위험에 빠진 한국인 여학생들이 있는데 도와주지 않으면 큰일 날것 같다고 알려왔다.  

우리 가드와, 필리피노 메니져를 대동하고 나가보았다. 

멀리서봐도 눈에 확띄는 밝고 화려한 옷차림의 한국인 여학생들이 험악한 표정의 필리핀 남자들에 둘러싸여있었다. 불빛도 많지 않은 으슥한 골목이었고, 20대초반 여대생쯤으로 보이는 그 두여인은 이 새벽에 챙이 넓은 해가림 모자까지 챙겨쓰고 얼굴까지 뽀얀게 부티를 풀풀 풍기고있었으니 이런 골목에선 당연히 표적이 되기 쉽상인 모양이었다. 그 험악하고 무서운 아저씨들사이에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기죽지않은 자태에 내가 다 놀랬다.

 

사실 이 여인들은 그 전날인가 우리 가게를 다녀간적이 있어서 우리 가드가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터라 천만 다행으로 나한테 통보를 주게된 것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들은 근처 어학원에 어학연수중인데 새벽에 그냥 바람을 쐐고싶어서 (예쁘게 한껏 치장을하고) 나왔는데 괜히 기분내고 싶어서 택시 대신에 트라이시클을 탔다는거다! 

태국의 툭툭이와 비슷한 트라이시클은 오토바이로 운행되는것도 있지만 이렇게 자전거로 운행되기도 한다. 자전거 트라이시클은 먼거리를 가기위한게 아니라 동네안에서 이동할때 주로 이용하며 한명씩 타는게 아니라 현지인들이 모르는사람들과 낑겨서 최대 네명씩도 타기도 한다. 합승해도 요금은 같다.  

그녀들은 트라이시클이 운행될 수 없는 그자동차 도로를 (우리 가드말이 트라이시클이 진입할 수 없는 도로라고 했음) 이 위험한 새벽에, 둘이 한대씩 각각에 타고는 기분을 낸 것. 현지인 기사들은 불법주행이긴 하지만 이게 왠 봉인가 싶어 그 먼거리를 자동차 사이에서 힘들게 온 것. 

도착지에 대한 자세한 요청없이 무작정 그녀들이 가자는 방향대로 달리다가 맨 나중에 요금을 일인당 100페소씩 내라고 하니까 이여인들이 펄쩍펄쩍 뛰고 소리치고 난리를 친것. 한명당 5페소면 되는걸 아는데 왜 속여먹느냐며.. 100페소면 당시 우리돈 삼천원도 안하는 금액..

정말 겁도없이 돈 안준다고 소리 꽥꽥 치니까 주변에 있던 택시 기사들까지 합세해서 이 어이없는 여인들을 둘러 싼채 트라이시클 기사들편을 들어주며 한마디씩 거들고 있던거다.

내가 그녀들한테 설명을 해줬다. 트라이시클이 일인당 5페소하는건 맞지만 그건 가까운거리를 모르는 사람들과 합승할때 가격이고, 이 거리는 트라이시클을 탈 수 없는 거리이다. 그랬더니 그녀들은 그럼 이 기사들이 잘못한거 아니냐, 안되면 안된다고 했어야지 왜 여기까지 태워 온거냐, 택시보다 비싼건 말이 안된다며 나에게 퍼붓기 시작;; 

우리 가드말에 의하면, 저여자들 저렇게 난리치는데 이대로 두고 떠나면 칼 맞을것같다는;;  실제 대부분 거기 모인 아저씨들 눈빛을 보니 쾡하니 부릅뜬게 딱 약에 취한듯한 분위기였다. 

내가 양쪽의견 수렴해서 반깍아서 50페소씩하자고 했더니 양쪽다 이제 나한테 난리;; 

그녀중 한명은 나더러 왜 한국사람이 한국사람편 안들고 필리핀사람 편을 드냐며 나한테 화를 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만 자리를 뜨겠으니 알아서 하시라고.. 그냥 우리 가드가 이렇게 이렇게 말해서 도와주러 왔던건데 별 도움 안되는것 같으니 그냥 사라지겠다고 하고 돌아섰다. 

그녀중 그나마 정신차린 한명이 나를 붙잡으면서 알았다고 50 페소씩 내겠다고 하길래, 우리 가드랑 메니저가 아저씨들을 한참이나 더 설득했다. 그사람들 입장에서는 50페소받고 이 먼거리를 페달밟아 달려온게 억울했던 모양이다. 결국 우리 매니저가 이 거리를 트라이시클로 주행하는거 자체가 불법아니냐 이거 일 크게 만들어봤자 손해라며 달랬더니 결국 알았다고 받아들였다. 그러는 동안 그녀들은 계속 그 기사들을 노려보고 있음;;; 

결국 반값을 지불한 그녀들은 나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식식거리며 휙 떠나가버렸다. 

우리 가드한테 말했다. 앞으로 이런일로 나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도움주고 욕먹는 기분을 너는 아니...ㅠ.ㅠ

괜히 정많은 가드는 나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함..

 

요즘 필리핀내 한인 범죄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오지만 사실 현지에 살때 보면 특히 세부에서는 한국인 사장님들만 표적으로 노리는 조직폭력배도 있었다. 내가 워낙 한국인들과 어울리는대신에 로컬친구들과 어울리던때라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는데 정말 필리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장님들이 너무 하다싶을 정도로 많았으니까... 

우리 가게에서 진상 부리던 한인교회 사모님... 

자기 생일이라고 어학원 티쳐들 모두 불러와서 흥청망청 놀다가 자기네 여자티쳐들 머리 한대씩 웃으면서 쿡쿡 쥐어박더니 우리 직원 머리를 마이크로 때리는걸 두번째 보고서 나한테 쫒겨났던 근처 어학원 원장인간...

하아.. 끝이 없다.. 지금생각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