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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싱가폴에서 왕년 아이돌과 동거했던 사연

by 낭시댁 2017. 3. 23.

이렇게 사진까지 올리면 엄청 친한사이같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던 내 하우스매이트... 

싱가폴은 집세가 워낙 비싸서 대부분 콘도등에서 방 하나만 렌탈해서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얹혀살던 한국인 언니네가 중국으로 이민을 가게되면서 이사갈 만한 다른 콘도를 알아보고 있을때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국인 동료도 중국으로 돌아간다며 자기네 집으로 와서 살라고 소개를 해주었다. 그집에 몇번 놀러가 본적이 있어서 가격 위치 모두 좋아서 바로 이사를 하게되었다. 이사가기전 말레이시안 집주인과도 통화해서 그 방에 있는 책상 의자 침대 장롱 등 모두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고 이사를 마쳤다. 

수영장도 넓고 바베큐세트장이 커서 친구들과 파티하기에도 너무 좋은곳이었다.

막상 이사를 하고보니 방에있던 책상과 의자가 사라져있었다. 마침 옆방 산다는 예쁜 대만 여자가 너무 친절하게 이것저것 집을 보여주고 설명을 해주었고 나는 혹시 이방에 있던 책상을 본적이 있냐 물어보았다. 자긴 그런걸 본적이 없다고 했다. 이날이 그녀가 웃는걸 본 처음이자 마지막날이었다. 

며칠 후 말레이시안 젊은 집주인이 돌아왔고 나더러 이방 책상이 왜 XX방에 있냐며 오히려 나에게 되물었다. 이런... 내 책상 본적이 없다더니 내가 이사오기전 자기방으로 옮겨놓고는 시치미를 떼고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부추겨서 ㅎㅎㅎ 그방 문을 두드렸다. 마침 같이있던 그녀의 남친 (역시 대만인)이 험악한 표정으로 나왔다. 부추기던 집주인은 나를 전혀 도와주지 않았고 나는 소심하게 내 책상이 이방에 있다고 해서.. 그녀가... 자긴 모른다고 했는데 집주인이 이방에 있다길래... 확인하려고... 하며 횡설수설 혼자 진땀을 뺐고.. 가장 황당한것이 그녀는 한마디도 안하고 나를 쏘아보며 남친뒤에 서있었다. 그녀와 남친은 둘다 싱가폴항공 승무원으로 일한다고 했다. 승무원인데 어쩜 저렇게 둘다 무섭게 노려보고있을까...  

그남자는 불쾌해하며 이 한밤중에 도둑으로 모는거냐며 책상 오래돼서 삐걱거리는거 나사 조이고 고쳐논게 자기라는 쓸대없는 말을 하더니 다음에 얘기하자고 우리를 내쳤다. 

다음날 퇴근해서 오니 책상이 거실에 놓여져있었다. ㅎㅎㅎㅎ 나는 그저 오예~~ 하고 내 방으로 가져갔다.

수다를 좋아하는 말레이시안 집주인이 나에게 그녀가 실은 대만에서 한때 잘나가던 90년대 여자 아이돌 그룹이었다고 말해주었다. 오잉? 우리 둘이서 뮤직비디오도 찾아보았는데 정말 생글생글 잘도 웃는구나 ㅎㅎ 집에선 맨날 화난 표정인데... 이 넷중 누구라곤 안알랴줄거다 ㅎㅎ

그리고 집주인 말이 그녀가 남친과 헤어졌다는것이다. 그날밤에도 둘이 다투는것 같았다고.. 그녀 성격이 워낙 까다로워서 남자가 그간 고생 꽤나 했다는 말도 덧붙이며..  

집주인이 워낙 집에 있을때가 없어서 그후로 나는 대부분 그녀와 둘이서 보냈다. 나중엔 대화도 곧잘하고 괜찮게 지냈다. 남친이 떠나고나니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진 느낌이랄까... 처음엔 진짜 까칠했음. 둘다 책상얘긴 일체 다시 꺼내지 않았다. 

이 그룹이 그렇게나 유명했나보다. 회사 동료들도 대부분 알고있었고 유명하다고 했다. 그녀는 스캔들때문에 갑자기 사라졌고 조폭과 결혼했다느니하는 루머도 많이 돌았다고.. 근데 실제로는 싱가폴 항공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고했더니 다들 놀랬다. 

아이돌의 비애.... 어딜가나 얼굴 알아볼까봐 걱정될듯.. 하긴 뭐...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던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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