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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인도네시아 지역신문 일면에 내얼굴이 실린 사연

by 낭시댁 2017. 3. 24.


이때가 어언 몇년전이냐 ㅎㅎ 2011년 7월16일.. 

당시 나는 싱가폴에 살고 있었는데 마침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와 1박으로 근처 인도네시아 바탐을 가게되었다. 참고로 싱가폴에서 30분만에 배로 도착하는 매우 가까운 섬이다.
리조트와 마사지, 배, 당일투어, 점심식사등이 모두 포함된 패키지를 이용했는데 너무 저렴해서 나는 만족스러웠는데 한국에서 온 친구는 너무 시시하다고 불평을 좀 많이했다. 

패키지에 포함된 해물식당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가이드가 어디선가 급하게 전화를 받더니 우리더러 식사후에 쇼핑몰에 큰 행사가 있으니 그리로 가는게 어떠냐고 묻는것이다. 친구는 어차피 투어에 싫증을 내고 있던터라 쇼핑이 낫겠다 싶었던지 그러자고 흔쾌히 동의했다. 


이어지는 가이드의 말
"거기 지금 큰 행사가 있어서 우리 시장님도 오시는데 미안하지만 당신 무대에 잠시 올라가서 시장님이랑 악수좀 해줄수있나요? 선물도 준대요." 

"으잉? 저요? 무슨 행사요? 무슨 선물이요?"


"저도 자세한건 모르겠어요. 급하게 연락을 받아서요. 대신에 한국말하는 통역도 붙여준다니 자세한건 가서 물어보세요. 재미있을거에요. 식사 다끝났으면 어서 출발하지요!"  

우리 투어그룹은 모두 같이 큰 쇼핑몰로 갔다. 1층 행사장에는 엄청난 인파가 모여있었고 마침 서양인 남자 가수들이 통기타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잠시후 한국말을 하는 인도네시안 젊은 남자가 옆에 와서 인사를 했다. 통역하러 왔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xxx이에요. 저는 남동공단에서 2년 일했어요. 신민아를 좋아해요"
내친구가 옆에서 까르르 넘어갔다. 정말 재미있는 총각이었는데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근데 지금 여기 뭐하는거에요? 저희는 여기 왜 있는거죠?"
"저도 몰라요. 근데 아시잖아요. 이런데는 별로 볼거도 없고.. 별거 없어요"
헐.. 정말 도움이 안돼..

곧 필리핀 가수 통기타 공연도 끝나고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선남선녀들의 화려한 패션쇼가 있었는데 그건 참 볼만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평민 귀족 왕족 의상을 다 본 기분이었다. 연예인 뺨치는 모델들... 미인대회 수상자들이라고 했던것 같다. 

잠시후 시장이라는 남성이 무대에 올랐고 사람들의 박수 갈채가 있었다.

초대 손님인듯한 중국 남자가 무대에 올라가서 박수 갈채를 받았다. 뭐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내 귀를 의심하게 하는 내이름이 들렸다. 통역 총각이 나더러 빨리 무대로 올라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아.. 저기 중국남자도 나처럼 영문 모르고 온 사람이구나 ㅋㅋㅋ 

무대로 올라갔더니 카메라 플래시들이 마구 터졌다. ㅋㅋㅋ 잠시후 미녀들이 무슨 할인권이라며 선물(?)을 들고 올라왔고 시장이 그걸 받아 나에게 전달하는 증정식이 있었다. 시장이 나에게 악수를 청했는데, 웃는 모습으로 마치 얼굴이 굳은것 같은 표정이었다. 가식웃음을 잔뜩 머금은채 나에게 복식호흡으로 말해왔다. 저기 카메라를 보며 웃으라는..... 
다시금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무대위에서 옆에 서있던 중국인 남자가 나에게 속삭이며 말을 걸어왔다. 지금 여기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아냐며.. 자긴 투어왔다가 가이드가 끌고왔다고... 그래서 나도 대답해주었다. "미투"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친구부터 찾았다. 아니나다를까 잔뜩 짜증을 부린다; 특히 왜 자긴 안부르고 나만 불렀냐는것이다. 나름 공연도 볼만하고 난 재미있었는데;; 나 혼자만 즐겨서 쏘리하다..

 

다음날 오전 호텔에서 조식을 마쳤을때 샌딩서비스를 위해 가이드가 찾아왔다. 싱가폴로 돌아가는 배까지 차로 데려다주며 가이드가 나에게 내민 신문들.  

 

지역 신문인데, 여러 신문에 내 얼굴이 나있었다. 그중 하나는 이렇게 일면에 크게 얼굴이 ㅎㅎㅎ 

가이드가 자기도 아침에 이걸 보고 놀랬다며 나에게 주려고 가져온거라고 했다. 저때 시장이 나에게 말했지.. 카메라를 보고 웃으라고... 옆에 같이 웃고있는 중국 남자... 그냥 얼떨결에 같은 웃는거.. 

아직도 사실 저기서 내가 뭘 하고 온건지 모르겠다. 설마 저 행사를 보기위해 한국에서 멀리 찾아온 손님이라고 소개했던게 아닌지... 

아무튼 우리엄마는 저 신문을 가보처럼 모신다. 무슨 내용이 써져있는지는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엄마는 저걸 액자에 넣어서 거실에 걸어놓고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뭐냐고 물어보면 쿨하게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충 넘기시는것 같다. "옆에 저 콧수염난 남자가 저기 시장이라는것 밖에는 나도 몰라..." 뭐 이렇게 말이다. ㅎㅎㅎ 나는 그렇게 미스테리한 유명인사처럼 보이게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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