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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길에서 주운 거액 현금, 주인에게 돌려주시겠습니까?

by 낭시댁 2017. 3. 21.

얼마전 인터넷 기사로 본 훈훈한 뉴스가 있었다. 

현금 148만원이 들어있는 지갑을 주워서 경찰서에 갖다준 초등학생 삼총사. 그것도 모자라서 다시 지갑이 있던 그 자리에 서성이는 지갑 주인을 찾아서 경찰서로 데려온 기특한 아이들이다. 그 주인은 얼마나 감사했을까? 학교 선생님께 혹은 부모님께 배운 그대로 실천한 훌륭한 아이들이었다. 

 

문득 수년전 우리 엄마가 겪은 사연이 생각났다. 

어느날 볼일때문에 집을 나오다가 입구에 세워진 자전거를 보셨는데 자전거에 달려진 바구니안에 두툼한 파우치가 놓여있더란다. 파우치는 반쯤 벌어져있었고 안에는 현금다발이 수표와 섞여서 잔뜩 들어있었다고 한다. 언뜻봐도 천만단위.. 주변에는 사람도 없고 이대로 두면 금방 누가 훔쳐가겠다 싶었다고 한다. 아마 같은동에 사는 이웃의 지갑일거라는 확신에, 볼일도 미루고 다시 돌아가 1층부터 이웃집문을 하나씩 두드리기 시작하셨다.

1층에 친한 아주머니께서 이야기를 듣고 같이 동행해 주셨다. 결국 주인은 3층, 최근에 이사온, 정말 온동네 "밉상"가족ㅎㅎ

이집이 왜 밉상이냐면ㅎㅎ, 장성한 남매와 부모님이 사시는데 온 식구들이 좀 거칠었다. 날마다 쿵쾅거리거나 가족끼리 큰 소리로 언성높여 싸우는 소리가 온동네 떠나갈듯이 들리는데, 남매끼리, 부부끼리, 또 가끔은 자식과 부모사이에 그렇게나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는데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난무하는... 또 남매들은 아무데서나 담배를 펴서 계단이나 옥상 담뱃재도 밉상의 한몫을... (물론 그집 부모님께 몇번 당부했으나 해결이 안됨) 

아무튼 하필이면 그집이었다. 문을 두드리니 거친 큰딸이 예의없는 눈으로 한번 쏘아보더니 눈에 익은 파우치를 보자마자 (인사도 없이) "엄마!! 미쳤어?" 이러면서 들어가버리더란다. 우리엄마와 1층 아주머니 잠시 당황.. 잠시후 엄마라는 분이 나오셔서 이게 여기있었구나!! 전에 살던집 보증금 찾아온건데 어딨나 했더니, 다행이라며 제대로 된 인사도 한번 없이 그냥 파우치만 가져가고는 문을 닫아버림;; 우리엄마 두번째 당황;;  

우리엄마랑 1층 아주머니랑 그때 지갑 찾아준거 후회하셨단다 ㅋㅋㅋ 

나는 엄마에게 너무 자랑스럽고 좋은일 하셨다고 입이 닳도록 칭찬해 드렸다. 그런 이상한 가족들이 안알아준들 대수겠냐고 ㅎㅎ 속으론 분명 엄청 고마운데 감사를 표현하는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니 맘쓰지 마시라고- 

 


 

며칠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엄마가 어디서 난건지 수박을 내오시며 알려준 뒷 이야기. 

낮에 우리엄마랑 1층 아주머니가 계단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그나마 3층집에서 가장 정상이라는 아저씨가 지나가시는걸 보고, 두명이라 용감해진 우리엄마가 아저씨께 인사를 건네며 "아이고 며칠전에 요 앞에서 자전거 바구니가 큰돈이 그냥 그대로 있더라구요 글쎄~" 했더니 아저씨께서 아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고 감사하다고 하시며 그대로 지나치시는데 1층 아주머니께서 아저씨 등에대고 "그날 이언니가 집집마다 문두드리며 현금을 찾아 드렸는데도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들었네요~ 이웃끼리 생색내는건 아니지만서도 원래 이런건 말로만 감사할게 아니라 수박이라도 한덩이 들고 찾아가서 감사인사 드리는건데~" 하며 능청스럽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날 오후에 3층 아저씨께서 우리집에 정말 수박 한덩이를 들고 찾아오셨다는ㅎㅎㅎ 

엄마가 그날 고생해서 찾아드린 후 고맙단말도 제대로 못들어서 기분나빠하시던 차였는데 수박한덩이에 엄마 마음이 녹은듯 했다. 댓가를 바란건 물론 아니지만 그래도 좀더 비싼 과일을 댔으면 좋았을텐데 하며 농담까지 ㅎㅎ 

그집 식구들은 얼마 안가 다시 이사가 버렸고 온 동네 사람들은 동네가 다시 조용해졌다며 매우 반가워했다는... 

아무튼 상대야 누구든간에 우리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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