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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필리핀에서 만난 천사아저씨 이야기

by 낭시댁 2017. 1. 8.

요전에 필리핀에서 겪은 안좋은 에피소드를 하나 올린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좋은 추억을 포스팅하려고 한다. 
필리핀은 다시 말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고 동시에 내 인생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기도 하다. 그만큼 나에게 필리핀은 너무 특별한 곳이다. 

필리핀 세부에 있을때 어느날 저녁 친구들과 밖에서 저녁을 먹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정신을 어디다 뒀는지 하필이면 내 지갑을 택시에 놓고 내린것이었다. 바보같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 계산을 하고는 지갑은 그대로 흘리고 가방만 들고 내렸나보다 ㅠ.ㅠ 
현금은 많이 안들어있었지만 그속에 있는 신용카드며 신분증등등이 많아서 그게 문제였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찾는건 포기하라며 아마 지금쯤 택시 기사나 다음 승객이 이미 챙겨갔을거라고 했다. 나도 분명 그럴거라고 생각하고 다음날 신용카드는 전화로 중지 시켰다. 

다음날 친구들과 보라카이로 여행가기로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었기때문에 변경없이 우리는 보라카이로 떠났다. 사실 막상 떠나니까 지갑생각은 거의 잊어버리고 그냥 재미있게 놀았다. 친구들이 넌 어떻게 걱정도 안하냐 하길래 내심 정말 난 왜 걱정을 안하는걸까 싶을 지경이었다. 이럴땐 헛된 희망 갖지 않는게 좋아~

보라카이는 역시 최고였다-

그날 저녁에 보라카이에 있는데 세부에 있는 우리 건물의 가드아저씨한테서 문자가 왔다.
어떤 낯선 필리핀 남자가 찾아와서는 내 지갑을 갖고있으니 나를 직접 만나서 주겠다고 한다는것이다. 우리 친절한 가드아저씨가 지갑을 놓고 가라고했는데도 거부하면서 내가 돌아오면 연락달라며 자기 연락처를 남기고 갔다고 한다. 우리 가드아저씨는 이런사람 믿으면 안된다고 위험하다고 조심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1주일 후 보라카이에서 돌아와서 그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고 근처 졸리비 (필리핀 햄버거집)에서 오후 1시에 만나기로 했다. 만일을 위해 덩치좋은 한국인 남동생 하나를 대동하고 나갔다. 분명 댓가를 많이 요구할거라며 우리는 나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연습해 나갔다. 

하지만 웬걸, 우리앞에 나타난 아저씨는 완전 말끔한 와이셔츠차림에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잠시 나온 모양새. 한 40대 중반쯤? 완전 천사같은 얼굴을 하고있다. 


속으면 안돼. 넘어가지마
지갑을 건네 받고는 안에 없어진게 없나 몇번 체크를 했다. 머쓱하게도 모두 제자리에 그대로 있다. 
아저씨 하시는 말씀이, 다행히 택시기사가 이걸 못본채로 다음 손님인 자신을 태웠고, 아저씨는 그대로 갖고 내려서, 안에 마침 적혀있던 건물주소로 직접 찾아 오셨던거라고 한다. 그 건물에 들어간지 얼마 안돼서 택시탈 때 보여주려고 당시 건물 주소를 항상 지갑에 넣고 다녔던게 완전 행운이었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착한사람이어도 내 시간 허비해가면서까지 직접 찾아갈 생각은 안할 것 같은데…

아저씨는 택시기사만큼이나 건물 가드도 못미더워서 자기가 직접 전달하려고 아무한테도 맡기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사례비를 좀 드리려고 했는데 한사코 거절하셨고,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해도 그런거 바라고 한거 아니라며 모두 거절하셨다. 

근데 점심 드셨냐 물으니 안드셨다고 하길래, 일단 음식을 푸짐하게 주문해서 같이 먹자고 했더니 계속 거절하시다가 음식이 나오고 맛있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니까 같이 드시기 시작하셨다. 정말 배가 많이 고프셨는지 허겁지겁 맛있게 드셨다.

식사를 마친후 머쓱하셨는지 일에 늦었다며 자리를 금방 뜨셨다. 외국인이 내나라 필리핀에서 나쁜 기억 없이 모두 좋은 기억만 갖고 갔으면 하는 바램 뿐이라는 멋진 말씀을 남기셨다. 
아.. 이런 멋있는 아저씨라고..

나랑 덩치 동생이랑 둘이서 어찌나 감동을 받았던지… 거절하셔도 뭐라도 내가 답례를 드렸어야 하는데 아님 연락처라도 받아둘 걸 하면서 후회했다. 

필리핀에서 3년간 사는동안 내 주변에는 한국인보다는 필리핀 현지인 친구들이 더 많았다. 좋은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고 어려울때 달려와주는 친구들이었다. 그게 항상 나는 뿌듯했다. 

난 비록 기독교신자는 아니지만 신을 믿고 인과응보를 믿는다. 
내가 누군가를 아프게 하면 그게 나에게 언젠가 배로 돌아오고 누군가를 웃게 하면 또 마찬가지로 좋은일이 나에게 돌아오는걸 여러번 경험했다. 내가 사는 동안 마음속에 이아저씨를 잊지않고 오래오래 고마워하고 있으니 분명 아저씨한테도 좋은일이 오래오래 생길것같다. 나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을 선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행복하시고 새해에는 좋은일만 가득가득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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