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소도시에서도 테러에 대한 공포는..

by 낭시댁 2017. 6. 27.
이곳은 날씨가 워낙 좋다. 한여름인데도 오늘 낮 최고기온이 23도밖에 안된다. 하루 세끼를 모두 야외 테라스에 앉아 새파란 하늘을 보며 먹고있다. 새소리도 꽃내음도 너무 좋다. 한번씩 우리집 고양이들때문에 새들이 놀라서 다같이 미친듯이 울어대기도 하는데 그걸 보는것도 재미있다. ㅎㅎ


아침을 먹고서 시어머니께서 장보러 나가신대서 따라 나섰다. 여기서 나는 대부분의 하루 일과를 이렇게 보내고있다. 



오늘따라 거리에 사람들도 유난히 많고 특히 무슬림 복장을 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어서 여쭤봤더니 오늘이 마침 라마단이 끝나는 날이라고 말씀하셨다.

낭시에도 무슬림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한국에서도 부쩍 무슬림들이 늘어난다는걸 들은적이 있다.

스타니슬라스 광장을 가로질러 가다가 보니 평소처럼 단체 관광객들이며 소풍온 학생들이며 인파가 엄청났다.

작년 겨울에는 파리와 니스 테러 직후일때라서 이곳 근처에서 무장한 군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것도 생각이 났다.

광장주변에 이렇게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곳곳에 놓인걸 내가 빤히 보고 있으려니 옆에있던 남편이 말했다. 



"저 콘크리트 덩어리들 보이지? 왜 저기 있는지 알아? 차량 진입 못하게 하려는거야"
"어차피 여긴 차량 진입 안되는 곳이잖아"
"작년 니스 테러 기억나지? 트럭으로 그런거잖아.. 그래서 관광객 많이 몰리는 장소에는 아예 차량 진입을 못하게 이렇게 막아논거야.."

아..
그러고보니 그때 뉴스로 처음봤을때 소름끼쳤던게 생각난다..


우리 시어머니는 왠만한 일에는 대부분 관대하시지만 테러의 영향때문에 무슬림들에 대해서는 경계가 심하시며 제발 난민들을 안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남편은 그럴때마다 그건 아니라고 난민정책의 본질이 정치와 언론에의해 사람들 인식에 혼란을 주는거라며 거창하게 열변을 토한다. 난민 아이들 얼굴을 봤냐고.. 그래.. 그건 그래...


"프랑스에서는 무슬림들이 거리에서 머리까지 다 가리고 다니는건 금지되는거 맞죠? 싱가폴에선 그런 여자들을 종종 봤는데 더워보이고 어떨땐 좀 무서워보일때도 있었어요"

남편이 끄떡이며 말했다.
"응 그리고 학교내에선 종교를 나타내는 어떤 장신구들도 허용이 안돼. 목걸이나 히잡같은건 사실 허용해도 별 문젠 없을것 같은데말이지"

"아.. 학교에서 십자가 목걸이 같은거도 안되는거였어? 그건 몰랐네. 한국에서도 무슬림 여고생이 학교에서 히잡 못쓰게한다고 자퇴했다는거 들은 적이 있어. 그 기사를 보고서도 사람들의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는걸 봤지. 아직 한국에선 흔한 풍경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낯설어해. 다들 똑같은 교복을 입어야 하는 고등학교는 더하겠지. "

아무튼 이 작은 도시에서도 테러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건 참 씁쓸하다. 심지어 몇년전에는 방콕에서도 테러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나기도 했으니.. 


돌아오는 길에 작은 골목에서 웨딩촬영중인 커플을 봤다.
이 커플을 포함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테러따위로 눈물짓는 일 없이 모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오려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