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외국인 시부모님 밥한번 사드리는게 이렇게 어렵다.

by 낭시댁 2017. 6. 28.


이번에 프랑스 시댁으로 휴가 오기전부터 자서방에게 여러번 말했다. 이번에는 꼭 시부모님 식사 대접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럴때마다 자서방은 한숨 한번 쉬고는 "우리 부모님 알잖아.. 행운을 빈다"고 대답하곤 했다.
누가 들으면 시부모님 외식 시켜드리는게 뭐가 힘들냐 할 수 있겠지만 우리 시부모님은 정말이지 우리가 돈쓰는걸 극도로 싫어하시는 탓에 그게 쉽지가 않다.

며칠전 시내 볼일보러 가시는 시어머니를 따라 나섰다가 우리 부부가 작년 겨울 자서방 친구들과 너무 맛있게 먹었던 레바논 식당앞을 지나게 되었다.


"어머니, 여기예요, 전에 말씀드렸던 그 레바논 음식점이요"


"오 여기가 그렇게 맛있었다고?"


"네네! 남편, 우리 다같이 여기 한번 가자!"


자서방도 여기 음식에 대해 설명을 거들고 어머니께서 흔쾌히 가족 외식에 오케이를 하셨다.



바로 다음날 낮에 저녁 식사 예약을 전화로 마치고서 자서방이 시부모님께 우리가 대접하고싶다고 말씀 드렸나보다. 부엌에서 우리 시어머니 예상대로 노발대발하시는 소리가 들린다.
자서방이 돌아와서 어머니께 말씀좀 드려보라며 sos를 요청했다.


"어머니, 저희가 자주 오는것도 아니고 일년에 한번이라도 기회를 주셔야죠"


"싫다 나는. 젊은 너희야 돈쓸데가 얼만 많니. 우리는 돈벌어서 너네 맛있는거 사주는게 낙이야. 너희가 프랑스까지 오면서 비행기 값만해도 얼마나 쓰는데 또 돈을 왜 쓰니"


"태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모두 돈은 부모님께서 다 내셨잖아요. 불공평해요"

이번에는 나도 자서방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일전에 알자스 갔을때 몰래 자서방 시켜서 카운터가서 먼저 계산했다가 어찌나 부모님께서 미안한 표정을 지으시던지. 그때 후유증(?)으로 서울 오셨을때는 비싼 소갈비를 먹을때마다 시아버지께서 미리 카운터에 가셔서 계산을 하시곤했다.


하늘이 참 파랗다. 해가 너무 늦게 지는 바람에 저녁식사시간도 덩달아 늦어진다. 저녁 8시반에 예약해서 맞춰 나갔는데 하늘만 보면 꼭 오후 세시 분위기다.


식당으로 갔더니 날씨때문인지 실내에있는 테이블을 모두 치워버리고 야외 테라스만 운영중이었다.
2인분 정찬 메뉴가 있길래 두가지를 시키고 레드와인도 한 병 시켯다.


"날씨 진짜 좋네"


"우리 이번에 정말 행운이야. 지금 23도밖에 안돼. 덥지도 춥지도 않고 완벽해"


"작년 겨울 여기 왔을때 남편 완전 얼어죽을거같은 표정이었는데 말이지 ㅋㅋ"


"아 맞다. 진짜 추웠어. 으으.."
​​​


메뉴가 엄청 많다. 따뜻한 난을 찢어서 소스에 찍어먹다보면 고기 메뉴가 나온다. 나는 빨간소스가 젤 맛있었다. 식구들은 민트향이 나는 하얀 소스를 제일 좋아했다.


"전 이 빨간 파프리카 소스가 젤 맛있어요. 민트향은 별루.."


"파프리카?"


시어머니께서 물으시니 자서방이 대답했다.


"얜 벨페퍼를 파프리카라고 부르거든 ㅎㅎ 파프리카는 전혀 다른건데.. 뭐 아무튼 한국에선 그렇게 부른대"​

다행히 우리 마음을 이해하셨는지 식사비는 우리가 내도록 허락(?)해 주셨다. 집에 오는길에 아이스크림도 사주시고 내가 좋아하는 케잌도 듬뿍 사주셨지만-​


"남편, 근데 요 앞에 사는 사람들은 창문 열면 테라스에 항상 사람들이 가득하니까 구경하는 재미가 좋겠어"


"어후 얼마나 시끄럽겠어. 나같으면 악몽일듯"


"프랑스 사람들 어차피 큰소리로 떠들지도 않잖아"


"술취하면 프렌치나 중국인이나 똑같애 ㅎㅎ"

오늘 맛있는 식사를 드디어 맘편히 대접해서 참 뿌듯하다. 자서방은 요즘 부쩍 부모님이 약해지시는것 같다고 걱정이 많다. 건강하실때 같이 여행도 자주 다니고 좋은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하는 마음은 시부모님도 똑같으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