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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스위스 항공, 새때문에 취리히로 회항한 사연

by 낭시댁 2019. 6. 26.

자서방과 함께 낭시 시댁에 가기위해 방콕에서 타이항공으로 취리히까지 갔다가 스위스 항공으로 갈아타고 룩셈부르크로 향하는 길이었다.

거기까지 모든것이 너무도 완벽했다. 방콕 스완나품 공항에서도 취리히 공항에서도 짐검색에서 부터 이미그레이션 모두 사람도 없어서 빨리빨리 통과할 수 있었고 직원들도 모두 나이스 해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우리는 연신 모든게 너무 완벽해서 좀 이상하다고 이러다 짐이라도 잃어버리는건 아닐까 하고 농담까지 했다.

취리히에서 비행기가 이륙했고 창밖의 스위스 풍경에 한껏 심취해 있었다.

"아.. 스위스 너무 아름답다. 이렇게 금방 떠나는게 아쉬울 정도야"

역시 그런말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었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이 제공되었고 나는 여전히 창밖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알프스를 감상하고 있었다. 수상한 안내 방송이 나왔지만 나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 앞에 앙증맞은 스크린상에서 도착지까지 남은 시간이 40분에서 10분으로 변경된 것을 확인했고 스크린 상에 우리 비행기의 방향이 다시 취리히로 향하고 있는걸 발견하고는 멘붕이 되었다. 곧 승무원이 달려와서 다급한 목소리로 미안하지만 음식을 치우겠다며 맛있게 먹고 있던 음식과 음료를 매정하게도 치워갔다 ㅠ.ㅠ

우리 좌석이 1번으로 맨 앞에 있었기 때문에 승무원들이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가 눈으로 목격이 되었고 잠시후 자서방이 남자 승무원을 불러서 무슨일인지 자세히 물어보았다. 푸른눈의 미남 승무원은 여유있는 목소리로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아, 무슨일이냐면요, 좀전에 이륙하다가 새가 한마리 부딪혔어요. 아직까지 문제가 발견된 것은 아니고요, 혹시 모르니까 확실하게 점검하려고 취리히로 우선 돌아가는거예요. 안전을 위해서는 확실히 하는게 좋잖아요?" 

아.. 회항은 항상 남의 일인줄로만 알았는데 내가 이런일을 겪을 줄이야..

조그만 비행기라 앞에 기장실이 열려있어서 잠깐씩 구경할 수 있어서 그건 좀 심기했다 ㅎㅎ

내릴때 승무원에게 이것저것 더 물어봤다. 혹시 얼마나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게 될 것인지 등등. 이 해맑은 미남 승무원은 헤헤 웃으며 "나도 모르지요~"로 일관하며 옆에 동료를 불러다가 "우리도 룩셈부르크에서 퇴근하는건데 이게 뭐람 히잉" 이러고 있다. 

결국 취리히로 돌아왔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셔틀에 올랐더니 셔틀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취리히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ㅎㅎ

우리가 탔던 비행기에서 직원들이 짐을 내리는게 보였다. 즉 다른 비행기를 타게 될 거라는 뜻이다. 운이 나쁘면 반나절 이상 기다려야 될 수도 있겠지...

참 히한하다. 왜 아무도 짜증을 내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거지. 우리나라 였다면 승객들이 너도나도 죄없는 승무원에게 몰려와서 승무원만 들볶았겠지 싶은 생각도 사실 들었다. 사실 우리가 오로지 걱정하는 것은 이미 룩셈부르크 공항에 도착해서 목이 빠져라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 시부모님뿐이었다. 

솔직히 의심많은 나로선 이게 진짜 새때문인지도 알수가 없었다. 이륙전에 점검을 놓쳤다가 이륙후에 발견된 기계적 결함이라고 해도 새가 부딪혔다고 하면 회항에 대한 해명이 훨씬 더 편해지는건 사실이니까. 

다행히도 우리는 30분 만에 다른 비행기로 이륙을 할 수 있다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윗층 까페에 가서 보딩패스를 제시하면 커피를 주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우리는 지쳐서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 화장실갈때 봤더니 윗층 까페에 줄이 엄청나게 길다. 안먹길 잘했군..

새 비행기에 오르니 똑같은 승무원들이 "또 보네요" 하며 유쾌하게 맞이해 주었다.

초콜렛 바구니를 들고서 나눠줄때도 "초콜렛이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거 아니겠어요?" 라고 했다. 이런 유쾌함 너무 좋다. 

"우리 아까 먹던거.. 다시 주는걸까? 정말 맛있었는데 반도 못먹었는데..."

자서방이 피식 웃었다. 지금 고작 걱정하는게 그거냐고ㅎㅎ 근데 승무원들이 같은 음식을 다시 제공해 줄때 자서방은 나보다 더 좋아했다. 

이게 보기엔 별거 아닌거 같아도 어찌나 맛있던지.. ㅎㅎ

룩셈부르크에 원래 예정대로면 오전 10시정도에 도착 했어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결국 12시가 넘어서야 도착 할 수가 있었다. 시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어찌나 반갑게 맞아주시던지..

나는 이번에 여행자 보험에 처음으로 가입을 한게 있어서, 혹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시댁에 도착해서 검색해 보았더니 3시간 이상 딜레이가 되는 경우만 보상이 된다고 한다. 아쉽.. 남편은 항공사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았는데 6시간 이상 딜레이만 보상이 된단다. 그래도 우리는 많이 기다리지 않아서 운이 참 좋았다고 서로 동의했다.  

회항.. 이렇게 한번 겪어봤으니 두번은 겪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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