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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 반장이 되었다. 며칠 전 학교에서 반대표를 뽑는 투표를 했다. 그룹별로 두명씩 대표(délégué)를 뽑아서 학교측에다 각종 피드백을 전달할 거라고 했다. 지원자가 없는지 선생님께서 여러차례 물으셨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은근히 부추기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길래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수업끝나면 저는 항상 배가 고파서 안돼요... 거기서 혹시 음료수나 간식을 주지는 않겠지요?" "티파티를 가는게 아니예요."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들 웃었다. 내가 맨날 먹는 얘기만 한다는 사실은 우리반 사람들 모두 익숙하다. 결국 투표가 진행되었다. 선생님께서 종이를 나눠주셔서 거기다 두명씩 이름을 써냈는데 나랑 콜롬비아 남학생이랑 두 사람이 선출되었다. "오늘 내가 가져온 쿠키가 다들 맛있었나봐."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 2022. 11. 4.
역시 이맛에 산다. 맛있는 맛! 어제 저녁에 먹었던 라따뚜이! (프랑스어 발음으로는 하따뚜이에 더 가깝다.) 태국살던 시절, 난생처음 자서방이 만들어준 라따뚜이를 먹었을땐 꽤 실망을 했었다. 라따뚜이 애니메이션영화를 보고나서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기대했던것보다 초라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다 시어머니께서 밥위에 토핑처럼 얹어서 계란후라이와 함께 해 주신걸 먹어본 후로는 다시 라따뚜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라따뚜이는 밥이랑 먹어야 하는구나! 수비드로 익혀둔 돼지고기가 있어서 함께 위에 얹어서 단백질을 보충했다. 가을에 특히 잘 어울리는 메뉴인것 같다. 한번에 듬뿍 만들었다가 남은걸로는 다음날 다진 소고기를 넣고 볼로네제처럼 파스타를 만들어 먹곤 하는데 아쉽게도 냉장고에 다진 소고기가 없었다. 자서방은 그냥 밥위에 .. 2022. 11. 3.
엄마! 오빠가 나 때려!.gif 겁없고 에너지 넘지는 아깽이 (생후 7개월, 셀커크렉스 장묘 암컷) 탈린과 소심한 오빠고양이 이스탄불 (11살 스코티시 숏헤어)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성격이 극과 극이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온 집안을 밤낮으로 헤집고 뛰어다니는 탈린때문에 이스탄불은 요즘 맨날 테라스에 있는 야외 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스탄불은 탈린을 피해다니려고 하는데 눈치없는 탈린은 자꾸만 이스탄불앞에서 알짱거린다. 자서방 무릎에 있던 탈린은 이스탄불을 보자마자 반기지만 이스탄불은 그저 피해버린다. "오빠 어디가는데?" 이번에는 의자위에서 이스탄불을 내려다보며 겁없이 도발하는 탈린 어이없는 이스탄불이 탈린을 향해 눈을 똥그랗게 떴다. 주먹 발사 1초전! 내 이럴줄 알았지 ㅋㅋㅋㅋ 나랑 자서방이랑 옆에서 빵터져.. 2022. 11. 2.
프랑스에서도 애도하는 이태원 참사... 아침일찍 시어머니께서 문자를 보내오셨다. [뉴스봤니? 서울 할로윈 참사... 너무 비극이구나...] 안그래도 어제 저녁부터 나역시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는데 프랑스에서도 서울 할로윈 참사관련 기사가 계속해서 보도되는 중이다. 나는 기사를 처음 본 순간 15년쯤인가 크리스마스 이브날 홍대에 갔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던것이 떠올랐다. 그날 친구와 일찍 헤어져서 초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려고 합정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어마어마한 인파가 반대방향으로 올라오고 었었다. 순식간에 콩나물시루보다 빼곡한 상태가 되었는데 다행히 다들 심각성을 느꼈는지 누구하나 밀치는 사람이 없었고 아찔한 곡예를 하듯 아주 천천히 움직여서 발로 계단을 더듬으며 한참만에 그 공간을 빠져나올수가 있었다. 누구 한명이라도 넘어졌다면 도미노..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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