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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밥돌이 프랑스 남편의 도시락

by 낭시댁 2016. 10. 24.

까다로운 우리 프렌치남편 자서방은 매일매일 도시락 두개를 직접 싸서 출근한다.
내가 어떨땐 싸주고싶어도 근 1년째 거의 똑같은 반찬을 (밥, 닭가슴살, 렌틸콩, 그린빈 등) 종류별로 일일이 그 양을 저울에 재서 신중히 싸는걸보면 도와줄 마음이 사라진다;; 

한번에 이삼일치 도시락을 한번에 싸고는 한다. 



다른건 몰라도 하루라도 밥이 없으면 안되는 밥돌이 자서방을 위해 밥은 최대한 내가 해주려고 한다. 왜냐면 자서방은 밥할때 쌀을 안씻는다 ㅠ. ㅜ 아무리 여러번 강조하고 보여줘도 결국엔 그냥 딱 한번 헹구고 물붓고 끝-
그러면서 넉살좋게 하는말 "내가 밥하면 왜 이렇게 맛이 없지?"
이유를 분명 알텐데.. ?

우리 자서방이 밥을 얼마나 좋아하냐면 프랑스 시댁에 갈때도 밥솥이랑 쌀을 사서 가져갔을 정도이다. 

시어머니께서 가끔 저녁에 뭘먹나 고민하실라치면 자서방왈: 그냥 밥해서 치킨이랑 머 대충 먹으면 되지~ 

이건 프랑스사람 입에서 나올 문장이 아닌거같은데 하고 웃었던 기억이 ㅎㅎ

시어머니께서도 태국이나 한국에 오셨을때 쌀을 사가셨다. 프랑스에서 사는 쌀은 맛이 덜하다며..

시어머니께 쌀씻는 모습을 보여드렸더니 그 이후부터 어머님도 그렇게 쌀을 씻고 계시다고 하셨다. 자서방 좀 배우라고~

  
며칠전 퇴근해서 저녁에 돌아온 자서방이 도시락통을 나에게 내밀었다. 아침에 가져갔던 도시락통을 왜 주는거지 하고 갸우뚱해서 쳐다보고 있으니 자서방이 씨익 웃으며 열어보라고 했다. 다 먹고난 도시락을 왜 열어보라는거야... 하면서 가방에서 꺼내 두껑을 열어보니 깨끗히 비워진 도시락 안에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 담겨 있었다.


포도랑 렁껑~


[이거 뭐야?]
[어 오늘 직원이 내사무실로 과일을 먹으라고 갖다주는데 안먹는다고 거절하려다가 우리 와이프가 과일 좋아하니까 내가 가져왔어.] 
[도시락통은 어떻게 씻었어?]
[내방 화장실에서 그냥 씻었어. 세면대에서 손씻는 비누로]
[으엨]
[깨끗해~ 내가 몇번이나 헹궜다고. 일부러 이거 담아오려고 씻은거라니까]

 

킁킁 냄새를 여러번 맡아봤는데 뭐 비누냄새도 안나고 잘 씻은것 같다. ㅎㅎ

직원들이 참 정성스럽게도 껍질까지 까서 갖다줬구나. 이런건 거절하면 안되지 안돼..


내가 완전 좋아하는 건데 이거..
이 과일 이름은 렁껑-
약간 망고스틴속살과 비슷해보이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까먹는게 귀찮아서 잘 안먹는데 이렇게 갖다주니 완전 최고다 ㅎㅎ


렁껑은 껍질채 보면 딱 롱안이랑 헷갈리게 생겼다. 롱안보다 약간 투박한 느낌이랄까.

자서방은 다음날 도시락을 신중히 싸고 있었고 나는 그걸  바라보며 앉아서 과일을 몽땅 다 먹었다. 

씨앗때문에 입을 한참 오물오물하고 앉아있으니 그게 그렇게 웃긴지 자서방이 흉내 내면서 웃는다 ㅎㅎ

동남아 사니 이런 열대과일도 자주 먹고 참 좋다. 

며칠후 자서방이 올때 포도랑 렁껑을 더 사다주었다. 포도도 껍질이 얇은데다 시지않고 달아서 정말 맛있다. 

 

남편 Merci~ 쥬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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