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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프랑스 보쥬, 산과 호수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곳!

by 낭시댁 2022. 9. 13.

보쥬 산장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전날 너무 길고긴 하루를 보냈던 탓에 아주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다같이 아침 8시쯤에 기상해서 일찍 등산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오후에 호수에서 좀더 오래 놀 수 있도록), 부엌으로 가보니 마갈리는 어느새 따끈따끈한 바게트까지 사다놓았다고 한다. 참으로 부지런하다!! 

예쁜 풍경들은 부지런히 눈에 꼭꼭 담아두기! 

전날과 비슷하게 7.5-8킬로 정도 되는 코스인데, 어제 코스보다 좀더 지형이 험하고 가파르다고 했다. (별것 아니라는듯 말해서 진짜 별것 아닌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갔는데... 현실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 )

우리는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각자 샌드위치를 준비했다. 

고소하고 쫄깃한 신선한 바게트에 버터를 두툼하게 깔아주고 개운하게 꼬니숑도 깔아주고 정봉과 토마토까지 두툼하게! 

울랄라... 오늘은 더 맛있겠다! 

 

"내 샌드위치 오늘 진짜 맛있어보인다! 완벽해!!" 

카린은 에멍딸치즈를 두툼하게 올렸다. 

가브리엘도 자기 입맛대로 직접 샌드위치를 준비했고, 포장은 내가 도와줬다. 

오늘은 산에서 점심을 먹는대신, 등산을 끝낸 후에 호수에서 먹기로 했다. 어른이들을 위한 맥주도 준비완료! 

 

나는 계속 뒷자리에 타도 괜찮은데 마갈리는 나와 번갈아가며 앞좌석에 앉았다. 나는 가브리엘과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김에 같이 셀카도 찍고 진지한(?) 대화도 나누었다.  

 

"가브리엘, 너 등산 좋아해?"

 

"아뇹!" (단호박) 

 

"나도 별로... 어제 나 좀 힘들었거든. 근데 오늘은 네가 있어서 참 좋아!" 

 

"왜요?"

 

"그래도 내가 너보단 잘할 것 같아서"🤣🤣

 

내 말에 가브리엘만 빼고 다 웃었다. 가브리엘은 지금 산에 너무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가고 있는 것이다ㅎㅎㅎ 카린은 그런 가브리엘에게 응원을 보냈다. 

 

"가브리엘 오늘 등산실력 제대로 보여줘야겠는데??" 

 

소년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내 작전이 꽤 먹힌것 같다. 

산장 근처에 있는 호숫가에 차를 주차한 후 산 입구까지 걸어가는데 이른 아침의 호수 풍경이 너무 보기 좋았다. 뜨거운 낮에는 사람들이 붐비겠지만, 이시간에는 기온도 아직 쌀쌀하고 호수는 평화롭기만 했다.  

우리 옆으로 조깅을 하거나 가족끼리 자전가를 타는 사람들도 꽤 많이 지나갔다. 오늘은 나도 스포츠인이다!

그런데 등산로 입구가 꽤 멀다.... 걸어서 한참만에 도착했다. 

 

"아, 엄마 이럴거면 차라리 여기에 주차를 하는게 나았잖아요." 

 

투덜거리는 가브리엘에게 내가 조용히 말했다. 

 

"나도 그 말이 하고 싶었는데 대신 말해줘서 고마워." 

 

가브리엘과 점점 베프가 돼 가고있는 내 말투가 재밌는지 카린이 웃으며 대답했다. 

 

"ㅎㅎ 우리 있다가 호수로 바로 갈거잖아. 거기는 낮이 되면 주차가 힘들어져. 그리고 여기는 주차가 되는지도 불확실 했고.." 

 

산에 들어선 후 한 10분간은 평지라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불평하던 가브리엘은 이미 뒤로 점점 처지고 있었고 에너자이저 마갈리는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었다.  

앞쪽으로 험난한 돌길이 시작되길래 뒤를 돌아보니...

 

가브리엘이 주저앉아있었다. ㅍㅎㅎ 내가 이겼네...  

혼자 막힘없이 돌길을 앞서가는 마갈리... 

돌길은 한참을 걸어도 계속해서 이어졌고 어느새 앞으로도 뒤로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수 없지만 알수 없지만... 

 

띠리리리 리... (bgm: 인간극장 엔딩곡) 

 

가브리엘은 포기하고 돌아갔을까...

 

나도 그냥 포기할까...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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