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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프랑스 시골 고양이 호텔 방문기

by 낭시댁 2023. 3. 20.

시부모님께서는 결혼 50주년을 맞아 두분이서 베트남에 2주간 여행을 떠나게 되셨다. 

 

예전처럼 고양이들은 우리가 돌봐드려도 되는데 시부모님께서는 고양이들을 모두 '고양이 호텔'로 보내기로 결심을 하셨다. 

 

가장 큰 이유는 모웬이었다.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후로 거의 안정을 되찾긴 했지만 여전히 지하실에서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두번째 이유는, 여전히 천지도 모르는 탈린이었다. 사람이 없으면 아무데나 기어올라가서 이것저것 다 깨먹을까봐 불안하다고 하셨다ㅎ

 

외출을 싫어하는 이스탄불은 동생들 '덕분?'에 집에 혼자 남는 대신 '고양이 호텔'에서 2주간 함께 묵게 되었다. 

 

 

고양이들의 '체크인' 😆날, 무거운 이스탄불 (7킬로를 가볍게 넘는다 ㅡㅡ;)을 옮기는것도 도와드릴 겸 고양이 호텔 구경도 할 겸 나도 따라가게 되었다. 

아버님이 운전하시는 차안에서, 고양이들 3남매는 조용히 가다가도 한 녀석이 울기 시작하면 다같이 합창을 하곤 했다. 특히 겁많은 이스탄불이 제일 많이 울었다. 

낭시 외곽으로 생각보다 꽤 오래 달렸다. 작은 시골마을을 두군데쯤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이곳! 입구에 이스탄불을 닮은 고양이가 그려져있네! 

무거운 이스탄불의 케이지를 들고 실내로 들어갔더니 너무나 상냥한 여사장님이 환하게 웃으며 우리와 고양이들을 반겨주셨다. 약간 유치원 선생님 느낌 같달까...  그러고보니 실내 분위기도 고양이들을 위한 호텔이라기 보단 고양이 유치원 같은 느낌이었다. 

고양이 액자와 아기자기한 고양이 소품들과 벽화까지- 

고양이를 사랑하시는 분이 맞구나. 우리 어머님은 벌써부터 매우 흡족. (사실 시부모님께서는 일전에 이미 사전 답사를 다녀가셨다.) 

 

여사장님은 케이지속에 있는 고양이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를 하셨다. 

호텔이지만 식사는 불포함이다ㅋ 세마리들을 위해 7킬로짜리 사료 한포대를 내려놓았더니 여사장님도 스케일에 깜짝 놀래셨다. 

 

"우리 며느리가 사진찍는걸 좋아하는데 혹시 실내를 찍어도 괜찮나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여사장님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매우 친절하신 그녀의 어머니께서도 나에게 특히 더 많이 보여주고 설명해 주려고 애쓰셨다.

 

진심 유치원스러운 분위기에 나는 계속 웃음이 났다. 똑같은 크기의 방들이 복도 양쪽으로 늘어져있었는데 방안의 소품도 다 비슷했다. 

캣타워, 침대 (어쩔거야 저 침대 🤣), 화장실... 

 

 

한방에 최대 2묘까지 묵을 수 있는데 가격은 방당으로 지불하는거라고 한다. 

 

사장님의 어머님께서 나에게 정원도 구경시켜주셨다. 

 

객실마다 정원으로 통하는 출구가 모두 분리가 되어있다!!

 

그리고 객실마다 정원 영역도 모두 분리가 되어있어서 옆방 냥이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사전에 차단되어있다. 완전 인상적이었다.  

즉, 방을 빌리면 정원 놀이터도 한칸을 함께 빌리는 것이다. 

 

케이지안에서 잠시 숨을 돌린 고양이 3남매는 각자의 방을 배정받아 들어갔다. 

 

성격좋은 모웬과 탈린 남매는 한방에 묵고, 극소심에 등치가 큰 이스탄불은 독방으로 들어갔다. 

탈린은 적응이랄것도 없이 방이 마음에 쏙 드는 눈치였다. 

모웬은 살짝 경계하는 표정으로 방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돌아다녔다. 

화장실... 체크, 밥그릇 물그릇... 체크... 나쁘지 않은것 같다옹... 

오빠, 여기 완전 좋지 않아??

침대 두개 화장실 두개... 다행이다 탈린이랑 따로 쓸수 있어서...

 

 

여전히 두리번거리는 모웬이지만, 헤맑은 탈린 덕분에 덩달아서 금방 적응하는 느낌이다. 

반면 이스탄불은 복도 맞은편 방에 혼자 들어갔는데... 

"어디로 숨은걸까요...?" 

 

"아 걱정마세요. 방에 워낙 숨을 곳이 많아요. 안심이 되면 나올거예요. 보통 고양이들에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랍니다."

 

즉, 탈린같은 냥이들이 오히려 드물다는 말씀ㅋ

 

과연 이스탄불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을때 내 눈에 들어온 옆방 투숙객. 

난 왜 배추도사가 떠오르지...

까꿍? 

 

너 정말 착하게 생겼구나!

사장님은 문을 열어서 이스탄불 옆방 손님과 내가 인사를 나눌수 있게 해 주셨다. 어찌나 순둥한지...! 

 

옆방에 들어온 우리 이스탄불 좀 잘 부탁한다!!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고양이들이 잘 지내는 모습 매일 찍어서 와츠앱으로 보내드릴게요."

 

사진까지 보내주신다니 여기 정말 고양이 유치원 아닌가요 ㅎㅎ

 

 

가장 궁금한 가격!을 어머님께 여쭤보니, 

 

객실당 1박에 11유로라고 한다.  

 

그러니까 시부모님은 두개의 방을 예약하셨으므로 1박에 22유로를 지불하게 되시는 것이다. 

 

"비싸네요... 2주나 묵을건데..." 

 

"그래도 고양이들에게 한번쯤은 경험시켜주고 싶었단다. 우리끼리만 좋은 리조트에 묵고 있으면 미안하잖니 호호" 

 

과연 이스탄불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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