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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알고보니 다들 K팝 전문가들이었다.

by 낭시댁 2023. 4. 3.

이번주 프랑스어 수업의 주제는 "예술"이다. 
 
선생님께서는 수업중 우리에게 각자 좋아하는 예술작품을 골라서 소개하는 내용을 써보라고 하셨다. 장르 불문하고 아무거나- 
 
나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골랐다. 그런데 옆에있던 필리핀 친구는 다름아닌 [기생충] 영화에 대해서 쓰고 있는게 아닌가? 내가 놀라는 시늉을 했더니 그녀는 이렇게 속삭였다.
 
"나 이거 엄청 재밌게 봤거든. 심지어 오스카랑 칸까지 수상했으니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은 명작이지. 너는 K팝에 대해서 쓰면 되겠네!" 
 
"나 다른거 썼는데..." 
 
내 말을 들은 다른 친구들이 의외라는듯 K팝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지수 솔로 flower 나온거 봤어? 이렇게 이렇게 추는건데 완전 이쁘고 목소리도 섹시해!"
 
"아 나도 봤어! 솔로신곡 오늘 나왔잖아! 너무 좋더라!!!"
 
그녀들은 지수 춤이라며 두팔을 앞으로 뻗고 손바닥을 꽃처럼 쫙 폈다. 음... 저게 뭐지... 나도 이따 찾아봐야겠다...  K팝인데 왜 나만 몰라;;
 
"K팝은 브라질에서도 엄청 인기야. 나는 BTS밖에 모르지만..."

 
"근데 BTS는 군대가느라 활동 중단했잖아."
 
"맞아맞아." 

 
"그래서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때 정국이 혼자 나온거지?" 
 
"오, 그때 엄청났지!" 
 
"BTS도 군대에 가야 한다니! 이란은 돈 많이 주면 안가도 되는데..."  
 
수업분위기가 점점 어수선해지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K팝이 요즘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지요. 혹시 K팝처럼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자국의 문화나 예술을 소개해 줄 사람 있을까요?" 

 
"K팝처럼요...? 요즘 K팝보다 유명한게 또 있을까요ㅎㅎㅎ" 
 
그 말에 여러명의 친구들이 맞다며 웃었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하지만 세네갈 친구가 불쑥 내뱉은 질문 하나로 강의실은 갑분싸가 되었다.   
 
"K팝이 뭐야?"  
 
하지만 유일한 한국인인 나는 정작 그 질문에 직접 대답 해 줄 필요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그 친구를 향해 한국 음악을 여지껏 전혀 들어본적이 없냐는 식의 대답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모두가 K팝 전문가들이었던 것이다. 
 

 


세네갈친구는 잠시 후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에 대해서 소개를 했는데 그걸 제작한 사람이 바로 한국인이라고 덧붙였다. 모두가 또다시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음.. 들어본적은 없지만 일단 뿌듯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 보니...
 
"...북한이 만들었다네..."
 
또다시 갑분싸... 



 
 
덧붙임
 
지수의 신곡 꽃 뮤직비디오 나도 찾아봤는데 정말 엄청엄청 예쁘고 멜로디도 너무 좋다!
내 친구들이 흉내내던 동작이 바로 이거였구나...ㅎㅎ


근데 이 장면을 보자마자 내가 떠올린 것은…
 
 

 진정 너는 알고는 있나…  이거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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