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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젓가락이 프랑스어로 바게트!!

by 낭시댁 2020. 9. 20.

난민들과의 프랑스어 수업이 이미 일주일이나 지났다.

하루에 선생님께서 마스크를 두개씩 나눠주시는데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둘째날 선생님께 살짝 부탁을 드렸다. 꼭 교실안에서는 마스크를 코까지 제대로 착용하도록 강조해 달라고 말이다. 그 후 부터는 서로서로 마스크를 안하고 들어오거나 코 아래로 흘러내리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는 모습이라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워낙 초급반이라 진도가 느리기때문에 소그룹으로 묶어서 대화연습을 하거나 가위로 오리고 풀로 붙이는 그런 활동을 자주 해서 좀 불안한 마음이 들기는 한다. 소그룹때 물어보니 전쟁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다녔다고 본인은 총 7년을 다녔고 남편은 6년밖에 못다녔단다. 그래서 영어 알파벳도 제대로 못배웠다고 했다. 

가위질 풀칠을 하는데다 사람들은 선생님께 서로 더 많이 말하고싶어서 수업중에 갑자기 앞으로 나가서 휴대폰 사진을 선생님께 보여주는 일도 흔해서 무슨 유치원에 와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다.ㅎㅎㅎ

수단여인과 시리아여인과 한 조가 돼서 만들었다. 둘다 말이 없어서 내가 짝 맞춰주면 나머지 두 여인이 가위질 풀칠을 하고 나중에 조원들 이름을 적어서 제출했다. 이걸 2시간 동안 만들었다. 

또하나 흥미로운 단어를 배웠다! 

젓가락이 프랑스어로 바게트란다!!! 

예전에 자서방이 말해줬는데 까먹고 있었다. 그때 자서방이 말하기를 모든 길쭉한 것들을 프랑스에서는 바게트라고 부른다며- 마치 우리나라 "작대기"느낌인가보다. 

선생님이 한국에 관심이 많으셔서 한국여행 사진이며, 한국음식에 대해서 자주 말씀을 하신다. "고춧가루"라는 단어도 알고 계신다! 

그녀는 나에게 내가 왜 200시간을 배정받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따로 수업중에 내가 할수 있는 추가 문제들을 프린트해 주면서 본인은 초급반만 해서 내 수준의 자료는 많지않아 미안하다고 했다. 그말만이라도 나는 큰 위로가 되었다. 

의미있는 경험도 있지만, 점심시간 포함해서 하루 8시간을 대부분 무의미하게 앉아있다는건 정말 괴롭다. 이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훨씬 더 많은 일이 있는데 말이다.

 

오늘은 시어머니께서 야채를 사놓으셨다며 집에 갈때 들르라고 하셨다. 그런데 막상 들렀더니 자서방이 이미 다녀갔다고 하셔서 그냥 잠시 앉아서 시어머니와 수다를 떨며 이런저런 수업이야기를 해 드렸다.

“근데 코로나 걱정되게 그렇게 가까이 모여앉는건 좋은 생각이 아닌데 말이다. “

“저두 불안해요. 다들 마스크는 쓰지만 서너명이서 얼굴 맞대고 몇시간씩 있는게... 그것도 밀폐된공간에서요...”

“선생님한테 내가 말해줄까? 부모라고 전화해서 ㅋㅋㅋㅋ”

본인도 웃으신다.

“아하하하 아니요.”

“그럼 혼자 이렇게 돌아앉아있으면 안되니?”

뒤돌아 앉은 시늉을 하시며 말씀하셨다. 

“하하 안돼요. 제가 맨 뒷자리라 다들 제 자리로 모이거든요.”

“그럼 이렇게 하거라. 너 다리 길잖니. 이렇게 다리를 양쪽으로 최대한 쭈욱 뻗고 있어. 가까이 못오게 ㅋㅋㅋ”

그 이야기를 하시면서 앉은채로 양 다리를 쭈욱 찢는 시늉을 하시는데 둘이서 깔깔웃었다.

차마 못해요그런거 ㅋㅋㅋ 그리고 다리가 이제는 안찢어짐. (원래도 못찢었지만 이제는 더 못찢느다.)

시댁을 나오는데 시어머니께서 무화과를 한줌 따주셨다.



내일은 학교에서 야외수업을 간다!ㅎㅎㅎㅎ 그건 좀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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