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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옆반 따라서 다녀온 미술관 관람

by 낭시댁 2023. 3. 22.

수업이 딱 2시간밖에 없는 날이라 그냥 집에 돌아가기 아쉬울 뻔(?)했는데, 다른반에서 수업하는 친구가 그반에서 미술관 견학을 나가는데 같이 따라가도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오예!
 
그반 선생님께 허락까지 받은 후 나는 야외수업에 쫄래쫄래 따라나섰다ㅋ

학교에서 스타니슬라스 광장까지 걸어갔는데 날씨가 좋아서 소풍가는 기분이었다. 
 

미술관에 도착한 후 우리는 안내자님이 지시하시는대로 자물쇠가 채워진 나무 상자에 외투와 가방을 차례로 담았다. 두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투어가 좀 더 가벼워진 것이다. 

 
이날 전시의 컨셉은 카프리치오. (Caprice)
 
안내자님께서 설명을 길게 해 주셨는데 '기분좋은 변덕과 혼란스러움', '가상과 현실의 조화' 정도로 이해했다.  
 
 
우리를 처음 맞이한 작품은 바로 이것- 

뾰족한 고딕탑 아래에 나무뿌리가 내려져있다.
 
"이 작품의 이름은 [Suppo]랍니다. 좌약이라는 뜻이지요. 뾰족한 탑의 모양을 보면 그럴듯하지요? 작가는 이렇게 가벼운 이름을 붙임으로서, 작품에 익살스러움을 의도적으로 가미했답니다. 예술이 항상 엄숙하고 진지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지요." 
 
 

이 작품은 사진과 그래픽인데 유명한 도서관들을 한데 모아놓은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집 거실에 걸어두고 싶은 작품이었다. 색감도 좋고, 멀리 구름에 가리워진 건물들은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느낌이었다. 

이건 판화라고 하는데 엄청 정밀하다. 
1585년 작품인데, 배경이 이탈리아라고는 하지만 뒤에 피라미드도 있다. 그야말로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이다.  

안내자님이 정말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셔서 두시간동안 아주 재미있게 따라다녔다. 다들 질문도 많이 하고 대답도 열심히 해서 안내자님도 꽤 즐거워하셨다. 
 

이것은 바빌론의 탑이라고 한다.
바빌론의 탑이 다양한 언어가 생기게 된 시초라는건 처음 알았네... (인간들이 합심해서 하늘까지 닿는 높은 건물을 짓는걸 보고 화가난 하나님이 인간들이 다시는 합심하지 못하도록 언어를 모두 다르게 했다는... 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어렵게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거자나... ㅠ.ㅠ)
 
 

 
투어 중간에 갑자기 선생님께서 나를 찾으셨다. 
 
"이거, 한국인 미술가가 만든거래요. 놀랍지요!" 

"맞아요. 이불이라는 작가가 만든 작품이예요." 
 
독일 2차 대전, 크리스탈 등등... 안내자님이 길게 설명을 해 주셨지만 한글로 정확히 옮겨 적을수 있을만큼 잘 알아듣지는 못했다. (바빌론의 탑 나빠요... 하나님도.. 아니, 아닙니다...) 

그저 한국인작가라고 하니 어깨가 매우 으쓱했다. 
 
아래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천공의 성 라퓨타'가 떠오르기도 했다. 

작가님 성함이 특이해서 검색하다가 이 분의 다른 작품들도 검색해 보았는데 참 멋진분이신듯 하다.

우리는 곧 다른 구역으로 이동했는데, 분위기가 급격히 어둡고 무거워졌다. 

이곳은 무거운 작품들의 분위기를 좀더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천장에도 먹구름이 그려진 천이 쳐져있었다. 

"이곳의 작품들은 머릿속에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답니다."

정말로 오만가지 해석이 떠올라서 그림 하나하나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게된다. 

특히 이 작품!
검은드레스의 여인이 바라보는 곳에는 나체의 사람들이 한그룹있고, 흰 사제복 같은걸 입은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뭔가 흰천에 덮힌 무언가를 들것에 싣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호러영화 한편을 다 본것 같은 느낌이었다. 
 
 
점점 분위기는 무거워졌고, 체르노빌과 관련된 무거운 작품을 끝으로 안내자님은 두시간여의 안내를 끝내셨다.

 
"마음이 너무 무겁지요? 우리 같이 내려갈까요? 일정은 모두 끝났지만 끝으로 작은 작품 하나만 더 보여드릴게요." 

이게 오늘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셨다. 
 
콩..? 알약? 사탕...? 
 
우리가 갸우뚱 하고 있을때 안내자님께서 웃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1967년 작품이랍니다. 이 작가는 모든 건축물들의 최후는 바로 이 마약이라고 표현했어요. 건축물들은 결국 환경을 파괴시키니까 미래 건축의 궁극적인 형태는 (마약을 통한)상상력이라는 의미지요. 그건 환경에는 피해가 가지 않으니까요. 무거운 기분으로 오늘 일정을 끝내기 보단 이런 재미있는 작품으로 웃으며 마치고 싶었어요."
 
 
오늘 친구를 따라 가길 정말 잘했다.
 
혼자갔으면 대충 훑어보고 말았을텐데 안내자님의 열성적인 설명 덕분에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가 있었다.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버스정류장 앞 건물의 벽화가 비내리는 날씨와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미술관을 다녀왔더니 온 세상이 예술작품으로 보이는 마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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