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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필리핀 파티에는 가라오케가 빠지지 않는다.

by 낭시댁 2023. 3. 16.


지난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서프라이즈. 그리고 함께 하는 친구들
 
 
보쥬 당일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필리핀 친구 에리카의 초대에 따라 그녀의 집으로 곧장 갔다.

그녀의 집에 들어갔을때 어느새 저녁 7시 반이었는데 그녀의 자상한 남친이 우리를 위해 정성스레 아페로를 차리고 있었다.  

에고고 여행에서 바로 오느라 다들 빈손이라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는 사람좋은 표정을 지으며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다음에 올때 제대로 준비해 와야겠다. 둘다 천생연분인듯 천사표 커플이다. 
 

에리카는 오렌지를 잘라서 스프리츠를 뚝딱 만들어 주었다. 
 
 
사실 오늘 우리는 축하할 일이 있었다. 
 
알마가 이제 프랑스에서도 대학교수로서 근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들었는데 그녀는 서류와 지난 논문들만으로 단번에 프랑스에서도 자격을 얻은 것이다. (대신 4년안에 정교수직을 구하지 못하면 그때 다시 서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고 한다.)
 
"내 친구 정말 자랑스럽다!! 축하해!!" 

 
나는 잠깐 혼자서 웃긴 상상을 하고는 웃음이 터졌다.  
 
"나는 말이야, 우리반 세네갈애가 Crous(학생식당)에서 하루 2시간 반씩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근무환경이 너무 좋다는거야. 운영시간이 되기도 전에 먹고 싶은것도 마음대로 먹고, 집에 갈때는 요거트같은거도 맘대로 가져가도 된대! 알마, 나 혹시 교직원 식당에서 일하게 되면 널 위해 생선은 꼭 남겨둘게. [알마! 여기 생선 남겨놨어! 요거트 한개 더 줄까?] 막 이렇게 챙겨줄게 ㅋㅋㅋ"  
 
내 말에 친구들도 나를 따라 빵터져서 웃었다. 대학교수님앞에서 말하는 내 꿈은 이리도 소박하다ㅋㅋㅋ 
 
 

불법 복제 및 불펌 금지! 단호하게 대응 하겠습니다. 

 

 

 

오른쪽이 홍콩소녀인데, 그녀가 지금 입고있는 저 조끼는 직접 손으로 뜬거라고 한다. 엄청 예쁨!!

오늘 하루 정말 쒼나는구나!!
국적도 다 다르고, 연령대도 다 다른 (20대 두명, 30대 두명, 40대 두명) 우리가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인것이다. 

에리카가 만든 이 스프리츠 참 맛있다. (그녀는 스스로 취미가 바텐딩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녀가 만든 이 모히또 역시 최고다. 

빈손으로 온게 더 미안해질 정도로 이 커플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내 주었다. 
 
충분히 먹고 마셨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제 슬슬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남친은 내일 아침에 출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만 생각하고 있었던가보다.) 정작 그 남친은 우리가 본격적으로 놀수 있도록 마이크를 꺼내고 가라오케를 준비하고 있었다. 밤 10시에!!! 
 
음... 이래도 되나... (여긴 아파트다!!)
 
 
일단 나는 자서방에게 오늘 좀 늦는다고 메세지를 보냈다.
 


 
아무도 노래를 안 부를것 같았는데, 의외로 평소 가장 조용한 일본소녀가 첫곡을 끊었다. 
 
"하이브라는 한국 걸그룹 알아? 나 k팝 좋아해."

한국어 가사가 영어 발음으로 나오는 신기한 광경. 
 
물론 가장 신기한거는 자정이 다 돼 갈때까지 아파트에서 가라오케를 하고 있는 우리였다. 
 
"이웃들 자는 시간 아니야..?" 
 
"저 사람들도 파티하면 엄청 시끄러워. 우리도 가라오케 자주하고... 가끔 서로 초대하기도 하고 뭐 그냥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니까 걱정마." 
 
아... 
내가 싱가폴에 살때도 같은 콘도에 시끄럽게 가라오케 부르는 이웃이 있었는데 그들도 필리핀 사람들이었다. 나도 모르겠다...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이어졌다. 나만 속으로 불안한건가 ㅎㅎㅎ 주말도 아니고 수요일 밤에! 

결국 에라 모르겠다며 나도 한곡조 뽑았고 (옛날 노래들이 이어지는 분위기라 타이타닉 주제가를 각잡고 부름ㅋ)
 
우리 교수님이 뒤늦게 필받는 바람에 나중에는 카자흐스탄 노래들만 계속 이어졌다ㅎㅎㅎㅎ 
 
결국 자정이 넘어서 파티가 끝났다.  길고 길었던 하루가 드디어 끝난 것이다. 스스로의 체력에 뿌듯함을 느끼며 집을 나서는데 우리를 배웅해 주던 친구가 한마디 덧붙였다. 
 
 
"낼 모레 우리집에서 또 파티 하는거 잊지 않았지?" 
 
아... 그건 잊고 있었다... 역시 말릴수 없는 흥의 민족 필리핀... 
 
좀 피곤한데... 
 
흠...
 
 
무슨 노래 부를지 정해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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