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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남편흉을 봤다.

by 낭시댁 2021. 5. 6.

시어머니께서 시금치와 치포라타와 함께 사다 주셨던 새우-

 

 

 

 

색이 빨간걸 봐서는 이미 익힌 상태이긴 하지만 더 맛있게 요리하고 싶어서 잠깐 고민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필리핀 친구가 만들어줬던 그 추억의 맛을 떠올려서 간장 버터 마늘 설탕을 넣고 졸여보았다. 이럴수가... 너무 맛있음;; 

 

 

 

 

 

 

 

 

우리집은 원래 새우구이를 먹으면 새우머리도 먹어왔기 때문에 새우 대가리들도(!) 팬에다 바싹 구웠다. 밥이랑 먹는데 금방 배가 불렀다. (새우 머리는 남겨두면 자서방이 기겁할까봐 남김없이 다 먹었다.) 사실 자서방이 휴일이라 집에 있었지만 해산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혼자서 먹어야만 했다. 이 맛좋은걸... 하나 만 먹어보라고 권해보았지만 끝까지 거부하는 매정한 내 남편...

 

 

 

 

새우머리는 통채로 먹는게 아니다. 맨 위에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내장이 보이는데 연한 부분만 먹는다. 살만있는 몸통만 먹는것 보다 식감이 있는 머리랑 같이 먹는게 더 맛있다.

버터 간장 마늘의 단짠맛이 완전 밥도둑이다.

혼자 다 먹기 아까워서 조금 남은 새우를 시부모님께 맛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리통에 옮겨담았다.

집을 나서면서 시댁에 간다고 했더니 자서방이 나더러 낡은 기타좀 갖다달란다. 뭐... 어려운 일도 아니니... OK

 

시어머니께서는 새우를 왜 도로 가져왔냐고 잔소리를 하셨다. 

"새우 머리까지 요리해서 밥이랑 먹었는데 다 못먹었어요. 그리고 너무 맛있어서 두분께도 맛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그럼 새우 한통 더 있는데 갈때 가져가거라."

실랑이 끝에 간신히 거절하는데 성공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시어머니께서는 새로 구입하신 커피머신을 보여주시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네스프레소 머신을 주로 사용하긴 하시지만 캡슐 가격이 만만치 않아 원두 머신도 함께 사용해 오셨는데 기존 머신이 고장나서 새로 바꾸신 것이다. 

"네가 좋아하는 라떼 마키아토를 만들어줄게. 그 외에도 많은것들을 만들 수가 있지!!" 

 

 

 

 


요즘 카페인때문에 디카페인 아니면 못마시는데 거절할 겨를이 없었다. 이미 시어머니께서는 우유통에 호스를 담그고 계셨기때문이다. 머신의 라떼 기능을 자랑스럽게 소개하셨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집에서 라떼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말고 아무도 없는뎅...?

 

시아버지께서는 내가 자서방의 기타를 가져가겠다고 말씀드리자 자서방 흉을 보시며 화를 내셨다. 

"걔는 너무 이기적이야. 자기가 와서 가져가야지 왜 자꾸 너한테 시키는건지!" 

앗... 그렇게까지 화를 안내셔도 되는데요...

"저는 괜찮아요. 제 생일이 다가온다고 생일축하 노래 연습하려고 그러나보죠..." 

우리 시아버지는 그말에 웃으셨지만 시어머니는 그럴리가 있겠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우리 남편은 절대로 노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흥얼거리다가도 내가 쳐다보면 딱 멈춘다. 그리고 매년 내 생일축하 노래를 반만 불러준다. 나머지 반은 내년에 해준다며 매년 똑같은 소리를 하며 비싸게 군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꾸 나더러 노래연습을 하란다. 자기가 연주를 해 주겠다면서 ㅋㅋㅋ

"취미가 생기는건 좋은거죠 뭐. 이번 취미는 또 얼마나 오래갈 지 모르겠지만요ㅎㅎㅎ" 

시아버지께서는 계속 자서방 흉을 보시면서도 다락방에서 낡은 기타를 내려오셨고 먼지를 닦고 계셨다. 시어머니께서는 나더러 기타를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다. 남편한테 너무 잘해줘도 남편은 그런거 잘 모른다면서... 

"걔더러 일요일날 직접 와서 가져가라고 해라. 자기꺼는 자기가 가져러와야 한다는 걸 교육시켜야지!" 

이 두분께서는 아들이 보고싶은데 아들이 자주 안와서 서운하신게 아닐까 싶다. (와중에 며느리는 맨날 놀러 옴 ㅋㅋ)

"아참, 다음주 네 생일을 위해서 우리가 생일 케잌을 주문했단다. 그날 케잌은 오후에 우리집에 와서 같이 먹기로 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친정같은 시댁이다. 평소에 말씀이 없으신 시아버지까지 합세 하셔서 (사실 시아버지께서 시작하셨음) 셋이서 우리 남편 흉을 보느라 시간 가는줄을 모르고 웃으며 떠들었다. 자서방은 귀가 많이 간지러웠을것 같다. 

 

 

어느새 내 앞에 앉아서 (멀뚱한 표정으로) 나를 반겨주는 이스탄불

 


“너 그냥 여기와서 우리랑 살지 않을래?”

“제 남편을 여기로 보내고 제가 무스카델이랑 둘이 살면 안될까요?”

“오, 우린 걔랑 못살아. 잔소리가 너무 많아...”


시부모님 두분은 동시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셨다. 상상만으로도 괴로우신가보다 ㅋㅋ

 

 

 

늦잠 자다가 뒤늦게 내려온 모웬이 마주보고 앉아서 여전히 졸린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는 맛있는 라떼를 한잔 다 마신 후 기타를 들고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래도 저는 두분의 아들을 사랑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 이야기한거는 다같이 비밀로 해요!"

내 이말에 시부모님께서는 동시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셨다.

 

"올해는 제 남편이 기타치면거 제 생일축하 노래를 완창해 줄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좋은 하루 되세요~"

시어머니께서는 평소처럼 대문까지 따라나오시며 내 어깨에다 뽀뽀를 해 주셨다. 

 

 

 

 

오후 내내 남편은 낡은 기타를 조율하느라 기괴한 소음을 냈다. 무스카델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니 내가 괜히 미안해졌다. 괜히 갖다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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