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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초대받은 친구네 (생일) 홈파티!

by 낭시댁 2022. 12. 12.

금요일, 필리핀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

아파서 이번주 내내 결석하는 친구들은 제외하고나니 나와 콜롬비아 소년 두사람만 남았다ㅡㅡ;

수업이 끝난 후, 셋이 함께 버스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갔는데, 콜롬비아 소년은 프랑스에 와서 버스를 처음 타봤다며 좋아했다.

그녀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를 위해 혼자 부지런히 아뻬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 소년이 부엌에가서 돕겠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한사코 거절하며 우리를 위해 음악을 틀어주었다. 그리고 소년에게는 수업 중 과제로 받은걸 인쇄했다며 숙제나 하고 있으라며 인쇄물을 건넸다ㅎㅎㅎㅎ (참고로 우리는 전날 학교에서 숙제를 했음)

숙제나 하고 있으라고 했더니 좌절하는 소년ㅋㅋㅋ

역시 필리핀 사람들은 뭔가 공통점이 있는것 같다. 나처럼 음주가무를 좋아하며, 인정이 많아서 대접하는것을 좋아한다.

안주를 뚝딱 준비하더니 이내 능숙하게 스프리츠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대학원을 다녔는데, 여전히 프랑스보다 이탈리아를 사랑한다. 스프리츠도 이탈리아 술..)

신선한 오렌지즙까지 짜넣고 상큼하게 완성!

우와... 뚝딱 준비했는데 너무나 근사하다!

맛도 정말 좋고!!

나는 오늘 함께 오지 못한 친구들 부러우라고 우리반 단체창에 사진으로 자랑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생일선물을 건네주었더니 그녀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다가 고이 진열해 놓았다. 이국적인 디자인의 향초 세트를 사왔는데, 태우지 않아도 향이 좋아서 그냥 장식용으로 사용해도 좋을것 같았다. 부디 마음에 들기를...

검은색을 좋아하는 그녀는 집안의 모든 인테리어를 블랙&화이트로 꾸며놓았다. 심지어 화장실에 갔더니 휴지 조차 블랙&화이트인걸 보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ㅋㅋㅋ 이런건 어디서 사냐고 물었더니 아마존이란다ㅎㅎ 나는 차마 검은색은 사용할 용기가 안난다고 했더니 콜롬비아 소년이 자기가 먼저 써보고 색이 묻어나는지 확인해 주겠다고 했다ㅋㅋㅋㅋㅋ

우리 셋이서 시끄럽게 아뻬로를 즐기고 있을때, 퇴근한 그녀의 남자친구가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도착했고 그녀의 또다른 친구들도 하나둘 찾아왔다.

총 9명이 모였는데, 국적이 그야말로 다양했다. 그녀의 남친은 필리핀 교포 2세인 프랑스인.
그리고 나머지는 프랑스, 콜롬비아, 필리핀, 한국, 인도, 러시아, 칠레, 영국... 언어도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가 마구마구 뒤섞였는데 다들 너무 친절하고 재미있었다.


저녁식사는 라끌렛! (프랑스 발음으로는 하끌렛)

인원수가 많아서 두 테이블에 차렸다.

특이하게도 매운맛 하끌렛 치즈도 있었다!

내가 하끌렛을 처음 먹는다고 했더니 여기저기서 앞다투어 하끌렛 먹는법을 알려주었다.ㅎㅎ

'코리안바베큐'처럼 맨 위에는 정봉을 굽고 밑에서는 하끌렛치즈를 녹이라고 친구 말했다. 그리고나서 삶은 감자와 함께 먹는것이다.


"우리집은 겨울이 되면 거의 주말마다 하끌렛을 먹는것 같아."

너무 맛있었지만 아뻬로로 배를 너무 채워놓은데다 꽤 무거운 메뉴라 많이 먹지는 못했다.

식사도 맛있었지만 오가는 대화들도 너무 재미있었다.

러시아인 친구는 프랑스 이중국적자인데 최근 법이 바뀌어서 이제는 러시아에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았지. 이제 한동안 러시아 갈일은 없을것 같아. 갔다가는 징집될지도 모르니까! 하긴 어차피 핵폭탄이 터지면 안전한곳은 없을거야. 아, 있다! 스위스는 말이야, 모든 집들이 지하에 방공호를 갖고 있대! 그러니까 핵폭탄이 터지면 스위스인들만 살아남을거야."

그는 엔지니어인데 제네바와 낭시를 오가면서 근무하는 탓에 스위스 국경에도 집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어쩌다보니 국적별 여권파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한국이 세계 여권파워 2위라는 사실! 1위는 일본인데 우리랑 차이점은 중국 한군데라고 들었어. 일본인들은 우리와 달리 비자없이 중국에 갈수 있다더라고."

내 말에 모든 친구들이 하나같이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중국 가서 뭐하게!" 😆😆😆

"아, 그럼 일본인이랑 결혼해서 국적을 바꾸면 여행다니기 편리하겠네!"

"중국갈거 아니면 한국인도 괜찮다니까." 😆😆😆

정말 재미있는 대화들이 많이 오갔다.

칠레인은 지난주에 여친과 헤어졌는데 여전히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얼굴이었데 다들 짓궂게 자꾸만 놀려댐 ㅎㅎㅎ 근데 본인도 곧 적응하고는 같이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리고는 칠레에서 거미에 물려서 다리를 절단 할 뻔했던 적이 있다며 당시의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스파이더맨 되고 싶어서 일부러 물린거 아니여??"

"나도 거미줄 쏘는거 한번 해 봤는데, 안나오더라고..."

그는 허공에다 손목을 연신 휘두르며 스파이더맨을 흉내내면서 헤맑게 웃고있었다. 실연 극복했네 ㅋ😆😆

이날 한국은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는데, 아파서 집에 있던 모로코 친구가 나에게 축하메세지를 보내주었다.

덕분에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한국 축구를 자랑하면서 어깨에 힘 좀 줬다.

사실 대부분 친구들의 나이가 20대였는데, 처음 만난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함 전혀없이 너무나 즐겁게 어울렸다. (우리나라처럼 호칭이나 존칭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더욱 편했던 것 같다.)

이런 좋은 기회를 준 인정많은 필리핀 친구에게 참 고맙다. 다음주에 수업마치고 뱅쇼 한잔 사줘야겠다. 아니 두잔 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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