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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아랍식 '원조' 타불레는 프랑스 타불레와 이렇게 다르다.

by 낭시댁 2022. 12. 20.

수업 마지막날에는 각자 하나씩 간단한 음식을 가져와서 나눠먹기로 했다.

나는 초콜렛 케잌을 구웠다. 호두랑 다크초콜렛 조각이 씹히도록 넣어서 촉촉하게 구웠다.

한조각은 일단 맛보고 (역시 맛있다. 자화자찬),
반은 자서방 먹으라고 남겨둔 후, 잘라서 슈가파우더를 뿌려서 호일에 싸갔다.

시리아 친구는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쇼핑백에서 음식 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는데 그 재료들이 끝없이 계속 나왔다. 부엌을 아예 통채로 옮겨온 듯한...

집이 먼 그녀는 매일 기차를 타고 왕복 3시간씩을 다니고 있는데, 우리에게 신선한 타불레를 맛보여주기위해 신선한 재료들을 일일이 따로 챙겨온 것이다. 거기다 저 커다란 유리볼은 또 얼마나 무거운데...

"먹어보면 알겠지만 프랑스 타불레랑은 완전 달라. 이게 바로 원조 타불레야. 꼭 맛보여주고싶었어."

자신감 넘치지만 언제나처럼 상냥한 그녀의 목소리.

"프랑스 타불레는 쿠스쿠스가 대부분인데 이건 파슬리가 더 많이들어가는구나."

"응, 더 건강하지!"

그녀는 진심 너무 착하고 친절하다.
37살이 된 그녀는 시리아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가끔 무료 컨설팅을 해준다ㅋ). 개인적으로 프랑스에 와서 아랍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었는데, 그녀는 내 인식을 바꾸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길거리에 차가 없어도 무단횡단은 할 줄을 모르고, 수업중 게임으로 누구 한명을 지목해서 탈락시켜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곤란해하며 끝까지 누구 한명 포기하지를 못했다. (반면 나는 첨부터 일관되게 이란인 남자애만 계속 지목했는데...🤓)


오늘 우리는 그녀는 "엄마"라고 불렀다.ㅋ

주걱까지 잊지않고 챙겨온 그녀ㅋ

인원수는 적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푸짐한 만찬이 탄생했다. 특히 시리아 엄마 덕분에ㅎ

마지막날 인원은 너무나 조촐해서, 선생님을 포함해서 5명이었다.

선생님이 뜨거운 차를 갖다 주셨다. 신선한 타불레, 빠떼로렌 (pâté lorraine), 갸또오쇼콜라, 쥬스- 이만하면 풍성하다!

타불레가 양이 많아보여서 나는 일부러 두번이나 퍼먹었는데도 많이 남았다.
시리아 엄마는 재료를 가져왔던 통에다 남은 타불레를 담아서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자서방 타불레 좋아하니까 잘됐다.

초콜렛갸또는 모로코 친구가 잘 먹길래 남은건 가져가서 남편이랑 먹으라 했더니 매우 좋아했다.

마지막 수업은 화기애애했다. 먹는걸로 끝낸것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다양한 수업거리를 준비해오셔서 팀을 나눠 스피드 게임도 하는 등 아주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보냈다.
배불리 먹고나서 웃느라 소화도 잘 시켰다.



그날 저녁-

시리아엄마가 싸준 타불레를 자신있게 접시에 올렸다.

다진소고기 스테이크와 찐감자 그리고 달콤한 비트샐러드와 함께-

근데 역시나 우리 입맛까다로운 초딩 자서방은... 이거슨 타불레가 아니란다.

"타불레 좋아하잖아?"

"근데 이건 타불레가 아니야... 초록색이 너무 많아...."

흠...... 😐 참으로 초딩같은 대답이다.


포크로 자꾸만 타불레를 밀어놓길래 결국 엄마가, 아니 내가 대신 먹어주었다. 맛만 좋구만...


그나저나 이번 학기가 모두 끝났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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