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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프랑스에서 치른 델프 B2 구술 시험 후기

by 낭시댁 2022. 12. 24.

지지난 월요일. 프랑스어 델프 B2 말하기 시험을 치르기위해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도 시엄니께서 시간맞춰서 행운을 비는 메세지를 보내주시니 기분이 든든했다.

9시 30분 일정이었는데, 문앞에서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도 나처럼 모두 긴장돼 보여서 긴장도 풀겸 서로 인사를 나누고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후 우리는 모두 한 강의실로 들어가서 각자 주제를 뽑고 배정된 자리에 앉아서 발표를 위한 플랜을 작성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던게, 15개쯤 놓여있는 주제중에 상대적으로 쉬운 주제를 골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해야 하나?]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30분동안 빈종이에다 플랜을 짜는데 손이 얼어서 글씨가 잘 안써졌다. 옆에 있던 금발여인은 추위를 심하게 타는지 눈에띄게 오들오들 떨고있어서 안쓰러웠다.

나는 죄다 한글로 플랜을 작성했다. 프랑스어로 쓰면 발표할 때 (긴장한 상태라서 더더욱) 한눈에 안들어올테니까- 덕분에 플랜작성도 금방 끝내고 혼자 작게 중얼거리면서 발표 연습을 해 볼 시간도 충분했다. 속으로 대충 해보니 대략 7분이상이 나오는것 같았다.

잠시후 한 남성 감독관님이 오셔서 내 이름을 호명하셨다.
앗! 오늘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인게 틀림없었다!
나 5월에 B1 말하기 시험때랑 똑같은 감독관님이셨던 것이다.

나는 그분을 따라서 시험장으로 걸어가면서 먼저 말을 꺼냈다.

"저 지난 B1때도 당신께서 제 감독관이셨어요!"

"아, 그래요? 제가 혹시 점수를 안좋게 드린건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아니요! 그때 저한테 만점 주셨어요!!"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시는 감독관님.

"아 그럼 오늘도 준비되셨겠네요!!"

"음... 열심히 공부하기는 했습니다."

일단 밑밥깔기 성공. 🤓



시험을 보는 교실로 들어갔더니 한 여자감독관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그분은 내내 필기만 하셨고 남자 감독관님께서 모든 질문을 담당하셨다. 준비한 모노로그를 발표를 하는데 긴장해서 목소리가 어찌나 오돌오돌 떨리는지 ㅡㅡ;; 염소로 변해버리는줄 알았다. 그러다 차차 긴장이 풀렸다.

역시 한글로 플랜표를 작성하니 한번씩만 흘끔봐도 금방 눈에 들어왔다. (플랜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면 감점된다고 한다.)
대신 감독관 두분이 너무 코앞에서 내 얼굴을 빤히 보고 계시니 마주 보면 또 긴장돼서 거의 대부분을 두분 사이에 있는 벽을 바라보고 발표했다 😐

하얀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오히려 머릿속이 정리가 되고, 연결어나 고급 어휘들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도 제법 떠오르는대로 써먹었다.

Voila, j'ai fini mon exposé, est-ce que vous avez des questions? (자, 제 발표가 끝났습니다, 질문 있으신가요?)

연습할때도 안해본 말인데, 여유있는 척하기 ㅎㅎ

"질문! 당연히 많지요" 이 답변을 시작으로 엄청난 질문을 쏟으며 토론이 시작되었다.

총 7개 이상의 질문을 하신것 같다. 망설임없이 곧잘 대답하기는 했는데, 몇군데는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렉이 좀 걸려서 멍청한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두분다 웃으며 잘 받아주셔서 일단 기분좋게 시험장을 나왔다.

실수한 부분이 계속 걸리기는 했지만 일단 모든 시험이 끝났으니 털어버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주제가 뭐였는지를 물어보았다가 시험보러 들어오는 내 친구들한테 아는대로 모두 말해주었다.


저녁때 우리는 단톡방에 모여서 시험 후기를 공유했는데 대부분 나처럼 질문을 7개정도씩 받았다고 한다. 그 와중에 모로코 친구왈:

[나는 질문 12개 받았어! 왜 나만 질문을 그렇게 많이 한거지??? 내 실력이 확신이 안간걸까?]

그녀는 사실 모로코인이라 프랑스어를 네이티브처럼 잘한다. 그저 문법과 어휘가 좀 부족하고 대학 입학때문에 델프 합격증이 필요해서 우리와 한반에서 수업을 한 것 뿐이다.

[시험 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져있는데 네가 말을 너무 빨리 하니까 그런거겠지. 감독관들도 당황했을거같애. 더 물어볼게 없는데 너무 빨리 대답해서🤣🤣🤣]

내 말에 모든 친구들이 이게 맞는것 같다고 수긍했다. 그녀는 말이 진짜 빠르다.

와중에 또다른 친구 왈-

[나는 질문 2개밖에 안하던데??]

[음... 넌 모노로그를 더 오래했나부지.]

그녀는 혼자 발표할때 한번씩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공백이 종종있었던게 맞다고 했다. 뭐야... 나 족집게야.... 🤔🤔😆

실수가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게 본것같지는 않다. 행운의 여신이 끝까지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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