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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모로코친구가 만들어준 원조 쿠스쿠스를 맛보았다.

by 낭시댁 2023. 1. 6.

프랑스어 델프시험을 치른 바로 다음날 모로코 친구는 미리 말한대로 우리를 점심식사에 초대해 주었다. 

 

보통 친구집에 식사초대를 받으면 와인이나 샴페인등을 가져가곤 했는데, 이 친구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으니 고민이 되었다.  

 

[갈 때 나 뭐 가져갈까?]

 

[아무것도. 단 한가지 준비물은 텅빈 위장! 쿠스쿠스 엄청 많이 만들고 있으니까 와서 다 먹어야 돼.]

 

[오키. 나는 그럼 텅빈 위장만 가져갈게!]

 

그렇게 말해놓고나서 후딱 나가서 사온 화분. 이 식물의 이름은 Grande étoile de Noël, 즉 크리스마스의 큰별이라고 써져있었다. 

원래 부케를 사려고 했는데 예쁜게 없어서 결국 이 화분을 사서는 장바구에 적당히(?) 담아서 가져갔다. 필리핀친구의 남친이 고맙게도 우리를 태워다 주었다. 

 

친구네집 도착! 

 

나는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새를 가장 먼저 찾았다. 친구가 종종 남기는 음성메세지에는 항상 욘석이 꽥꽥 소리를 지르고 있어서 이미 만나기전부터 존재감이 큰 녀석이었다.  

뒤늦게 도착한 카자흐스탄 친구가 살벌한 새소리를 듣더니 일어나서 새장으로 달려갈때 우리가 말했다.  

 

"가서 목조르는거 아니지?"

 

"어디 스카치테이프같은걸로 잠깐 붙여놓으면 안되나?" 

 

"어, 나 여기 끈있어! 이거라도 가져가봐."

 

 

🤣🤣🤣🤣🤣🤣🤣

 

우리 농담을 들은 모로코 친구는 자기는 새소리에 하도 익숙해져서 평소에 아무것도 안들린다고 했다. 

 

그게 가능해?

 

"근데... 네 남편 힘들겠다.🤣🤣" 

 

 

"맞아, 안그래도 네가 말이 많아서 두통약까지 먹는다는데 새까지 저러면 🤣🤣🤣🤣" 

 

 

우리는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ㅋㅋ

 

잠시 후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낸 모로코식 쿠스쿠스!  

"모로코에서는 쿠스쿠스를 먹을때 이렇게 발효우유를 함께 마셔."

 

"발효우유면 요거트아니야?"

 

그녀는 아니라고 했지만 시리아친구가 조용히 우유팩을 보다가 한마디 말했다.

 

"음 여기에 아랍어로 요거트라고 써져있는데..."

 

😆😆😆😆 이제부터는 그냥 요거트라고 부르기로 하자. 

 

발효우유라고 했을땐 뭔가 조금씩 주춤하던 친구들이 요거트라는 말에 각자 한잔 가득씩 따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각자의 접시에 쿠스쿠스를 덜었다. 

소고기가 얼마나 연하고 쫀득한지 환상적이었다. 쿠스쿠스는 정말 요거트와 잘 맞았고 푹익은 당근, 주키니, 가지도 환상적이었다. 맛과 영양그리고 비주얼까지 완벽한 음식이었다. 

"사실 모로코에서는 식구들이랑 먹을때 그냥 다같이 이렇게 손으로 먹어." 라고 말하며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 친구.  

왼쪽에는 소고기와 야채를 삶은 육수인데, 쿠스쿠스위에 한국자씩 뿌려서 촉촉하게 먹었다.

그녀는 손으로 쿠스쿠스를 뭉쳐서 먹는 모습을 보여준 후 손을 덴 부분의 쿠스쿠스는 모두 자기 접시에 덜었다. 

 

"우리나라도 사실 집에서는 냄비에 숟가락을 넣고 같이 먹는 문화가 있기는 해." 

 

"아, 우리나라에서도 각자 덜어먹지 않고 식구들이랑은 한데 먹는 문화가 있어. 손님이 오면 다르지만." 

 

"필리핀에서도 종종 손으로 먹어." 

 

언뜻보면 완전히 달라보이는 문화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공통점들이 꽤 있다. 

 

그녀는 쿠스쿠스를 만든 찜기를 보여주었다. 맨위에 있는 냄비에서 쿠스쿠스를 찌는동안, 아래 냄비에서는 소고기와 야채들을 동시에 삶는것이다. 두시간가까이 끓여서 진하게 우러난 육수는 쿠스쿠스위에 뿌려서 먹었다. 

 

그녀는 우리가 쿠스쿠스 접시를 다 비웠는데도 또 덜어와서 더 먹으라며 협박하며 우리에게 억지로 먹였다. 우리는 결국 그녀가 무서워서 또 먹었다. 

 

우리를 배불리 먹이고나서 친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흥겨운 아랍음악을 틀었고 다들 홀린듯이 일어나서 그녀를 따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야야 왜 이래 갑자기...😐

 

다들 맨정신에 춤을 잘도 춘다. (국적별로 춤사위가 다 다름ㅋㅋㅋ)

특히 아랍계 친구들은 엉덩이들이 왜 이리 예쁜지.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씰룩여봐도 내 엉덩이는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이래서 우리 남편이 같이 옷사러 갈때마다 나더러 맨날 엉덩이를 집에 놓고왔냐고하는거였어..."

 

내 말에 친구들 전부다 넘어감 🤣🤣🤣

 

 

 

필리핀 친구가 가져온 사과타르트를 차와 함께 후식으로 먹으며 우리는 그녀의 결혼사진들을 감상했다.

 

"이렇게나 예쁜데... 히잡을 안한 사진이라 벽에 걸수도 없는거지? 남자방문객들이 보면 안되니까." 

 

히잡을 안쓴 사진은 여자친구들이나 가족들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시리아 친구 말로는 그런 이유로 침실에만 결혼사진을 은밀하게(?)걸어두는 커플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 프랑스어로 대화하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항상 습관적으로 모로코 친구에게 물어보는데 그녀는 대부분의 해답을 알고 있다.  설명도 잘해주는데다 내가 배운걸 금방 써먹는 모습을 보면 자기가 뿌듯해 하면서 "Voila!" 하면서 웃는다. 

 

"난 네 덕분에 Voila라는 표현이 익숙해졌어. 나도 이제는 부알라!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아, 나는 너한테 en revanche라는 표현을 처음 배워서 아직도 안까먹고 써먹고 있잖아." 

 

우리는 결국 서로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한학기동안 함께 성장했다.

 

"아 오늘 모임 너무 훈훈하고 유익해." 

 

"웃기기는 얼마나 웃기고🤣🤣" 

 

"그리고 또 정말 맛있게 먹었지!"

 

"응, 쟤가 하도 무서운 얼굴로 협박해서 결국 과식했지만..."

사진 맨 뒤에 있는 상자는 카자흐스탄 친구가 태국에서 사왔다는 두리안과자인데 다들 처음 맡아보는 두리안 냄새에 경악하는 와중에 나혼자너무 잘먹었더니 잘 됐다면서 나더러 가져가란다. 🤣🤣 친구들은 한조각도 제대로 먹지를 못했는데 나는 동남아의 그리운 향수를 느끼며 진심 맛있게 먹었던것이다. 

 

친구집을 떠나올때 친구는 우리에게 자신의 애완새랑 인사를 나누도록 시켰다. 그 와중에 새가 내 머리위로 올라 앉았다가 시리아친구 머리위로 날라갔는데 겁많은 시리아친구가 순간 얼어버려서 또 대문앞에서 한바탕 웃었다🤣🤣

 

두리아 과자는 집에 가져왔더니 무스카델이 호기심에 다가왔다가 봉변을 당했다. 

당장 치워버려!! 멀리멀리!! 우주밖으로!!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다들 난리가 났다. 그 마음 이해한다며 🤣🤣

 

이 좋은 친구들과의 귀한 인연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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