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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친구네 집에 초대를 받았다.
카자흐스탄 친구 알마는 점심메뉴를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고기소가 옆에 있고 반죽을 미는걸 보니... 피자인가?
반죽을 얇고 넓게 밀고난 그녀는 갑자기 반죽을 바둑무늬로 잘랐다.
"어? 피자같은거 만드는게 아니었어?"
에리카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노노, 내가 만드는 시범을 보여줄테니 잘보고 따라해봐."
그녀는 곧 만두 비슷한걸 만들기 시작했다. 반죽위에 소를 얹고 보자기처럼 싸서 틈을 메꾼후에 양쪽 날개를 붙였다.
그녀는 또 찜기를 가져와서 처음 완성된 만두를 올렸는데 이건 그냥 만두잖아?
그녀는 찜기위에 면보를 올리는대신 기름을 발랐는데 완성 된 후 들러붙는거 없이 잘 떨어졌다.
"이 찜기도 카자흐스탄거야. 우리 형부가 독일사는 카자흐스탄 지인에게 우연히 내 얘기를 꺼낸적이 있는데, 얼굴도 본적 없는 그 지인이 카자흐사탄 갔을때 이 찜기를 사와서 프랑스로 부쳐준거야. 심지어 손편지까지 써서보냈더라. 진짜 너무 감동적이었어."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사실 찜기는 한국꺼랑 다를바가 없었지만...
"근데 이거 우리나라 만두랑 너무 똑같다. 만두는 속에 돼지고기랑 야채를 넣고 만들어."
"만두? 와, 이름도 비슷하네? 이건 이름이 만띠(Manty)거든. 돼지고기대신에 소고기를 넣었고 버터넛이랑 양파를 섞었어. 만두도 쪄서 먹는거야?"
내가 만든 만두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그녀는 만띠랑 어쩜이렇게 똑같냐며 나만큼 신기해했다.
"만두 사진좀 나한테 보내줄래? 카자흐스탄에 식구들한테도 보여줘야겠어. 정말 신기해!"
다 쪄진 만띠의 모습은 더더욱 만두와 비슷했다. 대신 소스는 간장이 아니라 토마토+칠리를 섞은 빨간색 소스였다.
맛도 만두와 거의 흡사했다.
한번씩 못생긴 녀석이 나올때마다 우리는 에리카가 만든거라며 깔깔 웃었다.
내가 레드와인을 오픈하다가 그만 테이블보에 흘렸다 ㅡㅡ; 하필이면 하얀색인데... 미안... ㅠ.ㅠ
너무 맛있어서 만두인지 만띠인지 나혼자 엄청나게 먹었다.
매콤한 소스도 자극적이지 않고 너무 맛있어서 마지막에는 소스만 숟가락으로 몇번 퍼먹었다.
"널 음식으로는 놀래킬 자신이 없었는데 역시나 이것도 네가 이미 알고 있는 요리랑 비슷한거였네."
"카자흐스탄에 우리나라 만두랑 이렇게까지 비슷한 요리가 있다니 오히려 더 놀랬어. 소스까지 너무너무 맛있게 잘먹었어. 고마워!"
배가 이미 너무나 불렀지만, 그녀가 가져온 디저트는 마다할 수가 없는 비주얼이었다.
홈메이드 바나나 케이크-
크레이프케이크처럼 층층히 바나나 향이 가득한 크림을 깔아서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에리카는 배부르다더니 결국 케이크 한접시를 더 먹었다.
이제 진짜 배불러... 더는 절대 못먹어...
"소화를 위한 음료를 좀 갖다줄까?"
에리카가 적극적으로 끄덕이길래 난또 소화제를 갖다준다는줄 알았는데 알마는 집에 있는 모든 술을 죄다 꺼내왔다.
음 소화가 되긴 되겠네... 나도 한잔 줘봐봐... 골고루 마셔보자...
바나나 향이 나는 Rivière du Mat 을 먼저 마시고나서 에리카가 적극 추천한 Disaronno도 한잔 마셨다. 둘다 맛있네...
낮 12시에 와서 점심 식사를 했을뿐인데 벌써 저녁 7시가 다 되었다!!
이제 슬슬 가볼까...? 기차 시간 좀 보자....
헐? 보통 한시간에 한대씩은 있는데 기차 파업때문에 다음 기차는 9시20분이란다 ㅡㅡ;;
...그럼 2시간 20분동안 우리 뭘하지...
알마는 신나는 표정으로 보드게임을 꺼내왔다. 루미-
처음 해 보는 게임이었는데 시간가는줄 모르고 놀았다.
에리카는 계속해서 룰을 이해못하고 실수를 연발하며 우리를 웃겨주더니, 결론은 세판 모두 에리카가 이겼다.
알람을 맞춰놓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밤새 술마시며 게임을 했을것 같다ㅋ
밤 9시가 됐을때 알마는 기차역까지 우리를 다시 태워다 주었다. 영하 2도였는데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쯤 되는 기분이었다.
혹시나 파업때문에 이 기차도 취소되면 다시 우리를 집으로 데리고 가겠다며 알마도 우리와 함께 기차를 기다려주었다.
저기 기차온다!!
낭시로 돌아오면서 에리카와 나는 또 정신없이 수다를 떨었다.
"오늘 음식 너무 맛있었지! 후식까지 너무 완벽했어!"
"술도 맛있었고 게임도 너무 재미있었지!"
진심 실컷 웃고 먹고 원없이 마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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