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우리반에 수업을 나오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세명뿐이다. 필리핀친구랑 콜롬비아소년 그리고 나 ㅡㅡ;
우리반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한 사람 나온 이후로, 다른 친구들도 몸이 안좋다고 줄줄이 안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선생님을 포함해서 우리는 하루하루 긴장을 했는데, 다행히 사나흘이 지나도 증상이 없어서 이제는 안심하고 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다른반들 분위기도 하나같이 무겁다고 하셨다. 코로나의 재확산뿐만 아니라 코앞까지 닥친 델프시험도 긴장감을 더하고 있는것 같다.
이번학기의 마지막 수업은 수요일인데, 델프 필기시험은 바로 다음날인 목요일이다. 거기다가 화요일날에는 단체로 버스를 빌려서 콜마르 크리스마스 마켓에 놀러간다고 하는데... 시험이 부담되기는 해도 안가고는 못베기는 희소식이라 걱정은 걱정대로 안고 다같이 하루 놀다오기로 했다.
오늘도 우리 세 학생은 선생님과 마주보고 나란히 앉아 단란하게 수업을 받았다.
"저 아무래도 델프시험 준비하느라 수요일 마지막날은 안나올것 같아요."
내 말에 선생님께서는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마지막날에는 오히려 긴장을 풀어주는게 낫지않겠어요? 도움이 된다면 그날엔 델프 시험을 준비하는 수업을 준비해 줄게요. 듣기, 말하기, 작문, 독해 얼마든지요."
"아, 그럼 나와야겠네요.😅하하..."
선생님께서 이렇게까지 신경써 주시니 죄송해서 안나올수가 없다. (학교 규정상 학생이 단 한명만 있는 경우에는 수업이 취소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세사람은 마지막날까지 절대로 결석하지 않기로 서로 약속했다ㅎ)
"사실 저는 듣기가 제일 걱정인데 그건 훈련하는데 워낙 시간이 걸리니까 지금은 작문 연습만 하고있어요..;"
선생님께서는 나와 필리핀 친구의 이름을 부르시며 말씀하셨다. (콜롬비아 소년은 시험에 등록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미 B2의 수준이예요. 작년 우리반 친구들중에 B2수준에 못미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델프 B2에 전부 합격하 더라구요. 그러니 두사람은 전혀 걱정할 것 없어요."
그 말씀에 기운이 어찌나나는지! (한편으로는 새로운 유형의 부담감이 들기도... ㅡㅡ;)
"듣기시험은.. 예전에는 기존에 방송된 분을 사용했기때문에 잡음도 있고 음질이 안좋을때가 많았어요. 근데 요즘에는 자체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해서 음질이 안좋게 들리는 일은 더이상 없더라구요. 그리고 듣기는 다들 어려워하니까 처음부터 욕심내지말고 어느정도 부담을 내려놓는게 좋을것 같아요. 대신 작문등에서 점수를 따야지요."
선생님께서는 델프시험 채점에 참여하신다고 하시며 이래저래 팁을 열심히 주셨다.
"작문할때 접속어는 의외로 안써도 별 지장이 없어요. 단락별로 전체 흐름에 맞기만 하면 되는데 어색한데도 자꾸 무리하게 접속어를 넣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신 단어는 b2수준에 맞는 좀더 고급진 표현을 써야해요. beaucoup, mais, pour, aimer 이런 단순한 표현말구요..."
"아, 선생님께서 채점하시는군요! 저는 마리 듀퐁이라는 가명을 씁니다!"
내 말에 선생님께서 크게 웃으시며 못 들은 걸로 하겠다고 하셨다.
"채점 할 때 이름은 어차피 볼수가 없어요. 그리고 공정성을 위해 꼭 두 채점관이 함께 채점을 한 후에 점수를 비교한답니다. 점수가 서로 다르면 보통 중간 점수로 결정하고, 점수차이가 서로 너무 크면 서로의 의견을 들어본 후 함께 점수를 결정하지요. 그런데 웬만하면 점수를 잘주려고 하는 편이랍니다."
오늘은 시험 단골 주제인 환경에 대한 기사를 놓고, 함께 토론하는 수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께서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이랬는데 시험에 혼자 떨어지면 안되는디...ㅡㅡ;
무식아, 엄마 시험 꼭 합격하라고 기도해 줘...
내 말 듣고 있는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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