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오랜만에 카린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일전에도 함께 가본적이 있던, 정원에서 식사를 했던 그 레스토랑으로 갔다.
생선, 야채, 과일등을 판매하는 동시에 안쪽 정원에서는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는 특이한 곳이다. 재료가 확실히 신선하기도 하고 정원에서 식사하는 것도 좋고, 점심식사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참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기온이 영하 6도였는데, 추운 정원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건가 하고 살짝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겨울에는 이렇게 베란다처럼 막아놔서 따뜻하고 아늑하게 식사를 할 수가 있었다.
12시에 예약을 했는데 우리가 세번째 팀이었다. 가장 따뜻한 자리로 안내 받았는데 조용해서 좋구나 생각하던 찰라 금새 손님들이 몰려오고 테이블이 꽉 찼다. 역시 맛집인가보다.
"음료는 뭘로 드릴까요?"
우리는 둘다 빠나셰를 주문했다. (드미뻬쉬라고 내가 이름을 잘못 알고 있었는데)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반반씩 섞은 음료이다. 딱 내가 좋아하는 달달하고 가벼운 알콜!
한 모금 마시니 과일향에 머리까지 상쾌해 지는 기분! 너무 좋구나! (맨날 학식 먹다가 오랜만에 레스토랑와서 기분 좋음ㅋ)
"리모나드는 한국어로 어떻게 말해?"
"레모네이드"
프랑스어로 레모네이드는 리모나드 (limonade)이다.
"빠나셰는 레모네이드랑 맥주가 반반입니다."
이렇게 한국어로 말해줬더니 그녀는 반반이라는 표현을 금새 익혔다. 아울러 나는 "치킨 반반"도 설명해 줬다. 한국인에게 중요한 단어!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오늘의 요리가 나왔다.
흰살생선인데 버섯이 들어간 크림소스와 당근+호박 퓨레 그리고 구운 야채와 함께 나왔다.
정말 맛있었다!
거기다 이 집은 바게트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우리 시아버지 단골 빵집 바게트랑 똑같은 맛이다. (같은 집에서 사온걸지도?) 속살이 노릇노릇하고 공기구멍도 크게 뚫린데다 쫄깃쫄깃한 식감. 일단 냄새가 어찌나 고소한지 '나 맛있어요!'라고 외치는 느낌.
평소에는 식사할 때 빵 잘 안먹는데 저 빵은 두개나 먹었다. 프랑스인들처럼 소스를 싹싹 닦아 먹었다.
후식은 까페 구흐멍 (café gourmand): 프랑스 여행 중 레스토랑에 가신다면 한번쯤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커피나 차를 고를수 있고 작고 다양한 디저트가 여러개 나와요.
피낭시에+생크림, 딸기잼+바닐라푸딩 그리고 아몬드 케잌+초코시럽.
오늘은 음료, 메인, 빵에 디저트까지 빠지는것 하나 없이 모두 완벽했다.
나는 오늘 점심은 내가 대접하겠다고 카린에게 말했다.
"여름에 보쥬갔을때 너무 신세를 많이 졌는데 내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어."
"아니야, 전에 시댁에 식사도 초대해 줬잖아. 계산 [반반]하자."
앜ㅋㅋ 반반이라는 한국어를 그새 완벽하게 익힌 그녀ㅋㅋ
"보쥬 여행 이후에 원래 내가 밥을 두번 사려고 다짐 했었어. 내가 낼게. 그때 여행 정말 너무 고마웠어."
"그래.. 그럼 고마워. 조만간 우리 보쥬에 또 놀러가자. 1박 2일로 그때처럼 마갈리도 불러서. 그녀한테 물어보고 일정 잡히는 대로 알려줄게."
"오 완전 좋아!!"
겨울의 보쥬라니 너무 신난다.
이 레스토랑은 특이하게도 계산은 한국처럼 떠날때 카운터에서 한다.
"30유로입니다."
"두명꺼 맞나요?"
"네 맞습니다."
결제 후 영수증을 받고 가게를 나온 나는 "여기 가격 저렴하네?" 라고 말하며 가게 앞에 세워진 메뉴판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 모습을 보며 카린이 말했다.
"저 사람이 디저트를 (계산에서) 빼먹은거야...ㅎㅎㅎ"
"오, 그럼 빨리 가자.ㅋㅋㅋ"
운이 좋은 날이었다. 디저트를 공짜로 대접 받다니.
* 저는 항상 이렇지는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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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직한 한국인이다.
오랜만에 만끽한 외식의 즐거움
비밀의 정원같은 레스토랑
레스토랑에서 잊혀진 손님이 되었다.
보쥬 산 정상에 있는 아름다운 레스토랑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시어머니, 바로 이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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