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도 카린은 맛집을 찾아냈다.
평소처럼 낮 12시에 예약을 했다고 하는데, 알려준 주소를 보고 찾아간 곳은 왠지 레스토랑 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생선, 야채, 과일 가게로만 보여서 기웃거리고 있었더니 남자직원이 친절하게 웃으며 혹시 레스토랑에 온거면 여기가 맞다고 알려주었다.
가게앞에 메뉴가 써져있는걸 보니 레스토랑이 맞긴 맞나보다.
내부가 딱 이렇게 생겼다. 간판에 레스토랑이라고는 써져있지만 가게에 들어왔다가 돌아서는 사람들이 꽤 많을것 같다.
남자는 혹시 예약했냐며 묻더니 밖에 있는 테라스로 안내해 주었다.
야채 과일들을 지나가며 큰 기대없이 테라스로 따라 나갔는데 짜잔!
뭔가 비밀의 정원에 온 듯한 기분ㅋ 아는 사람만 올 것 같은 레스토랑이지만 매일 손님으로 꽉찬다고 한다.
카린은 정원 맨 구석 테이블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없지만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금새 손님들로 붐볐다.
정원에서 식사하는 편안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일단 카린이 마시는 똑같은 맥주를 주문하고 목을 축였다.
오늘의 요리, 쁠라뒤쥬가 두가지였는데 우리는 그 중 흰살생선을 주문했다.
또다른 요리는 돼지내장요리라는데 일전에 비슷한 걸 먹어보고 돼지누린내에 경악한 적이 있어서 웬만하면 다시는 프랑스에서 내장관련 요리를 시도하지 않을 생각이다.
생선구위 위로는 카레소스가 덮혀있고 아래로는 오븐에 구운 브로콜리, 고구마, 감자 등의 야채들이 깔려있다.
오랜만에 먹는 생선이라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야채+생선가게라 확실히 재료들이 신선한 느낌이다. 야채가게를 먼저 하다가 레스토랑을 오픈했겠거니 생각했는데 카린말로는 그 반대라고 한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셰프가 야채, 생선, 과일등등을 파는 가게를 추가로 운영하게 된 것이라고-
후식으로 커피와 함께 아몬드갸또를 주문했다. 카린은 초콜렛 무스같이 생긴걸로-
디저트를 먹는도중 어쩌다보니 카린의 받아쓰기가 시작되었다. 거양기는 고양이를 쓰려던 것이다. 그래도 받아쓰기 실력이 꽤 많이 늘었다. 나는 델프시험이후 프랑스어 공부를 아예 놔버렸는데 그녀는 방학기간에도 학생들과 학교에서 한국어 스터디모임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주에 카린은 밀라노에서 열리는 학회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동료들과 한식당에 두번이나 갔고 (백세주도 마시고 바베큐에 생선찌개까지 먹었단다.), 한국마트에 들러서 내 선물로 현미녹차도 사다주었다. (낭시에서는 현미녹차를 찾을수가 없었다.)
길고 긴 식사가 끝난 후 (오늘도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다시 야채가게로 나왔다. 계산을 하면서 자꾸만 야채를 둘러보게 되고 뭔가 필요한게 없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 구조였다. 셰프가 원한게 바로 이런거였나보다ㅎ
오늘도 맛집리스트에 한군데를 더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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