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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덥다 더워... 프랑스도 녹아내리는 중...

by 낭시댁 2022. 7. 22.

우리집이 시원한 덕분에 기온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 한 덥다는 걸 잘 모르고 살고있다. 

 

하지만 어제는 낮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갔고... 결국 올해 최초로 에어컨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동식 에어컨인데 소음까지 엄청나서 잘 안쓰게된다..)

 

이 와중에 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까지 했다. (자서방은 나더러 이 날씨에 진심으로 나가고 싶냐고 두번이나 물었다.) 

역시 외출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태양은 맹렬했고 복잡한 트램안은 땀냄새로 가득했다. 거기 총각... 팔 좀 제발 내려줘... 

 

(아참, 트램은 에어컨이 설치 돼 있다고는 하더라. 보통 고장나 있어서 문제지...) 

무더위에도 붐비는 테라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저쪽에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의 귀여운 뒷통수가 보였다. 더운 날씨덕에 그녀가 시원하게 머리를 올려묶은 모습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엘라 이즈 뭔들...

 

나랑 같이 로렌대학교 프랑스어 수업을 한반에서 들었던 엘라. 

 

그녀는 핀란드인 어머니와 영국인 흑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소녀인데 키도 엄청크고 너무너무 예쁜데다 무엇보다 성격이 가장 예쁘다. 안그래도 항상 웃는 얼굴인데 누가 농담하면 가장 크게 웃는다.

낭시역 뒷편에 있는 L'olivier라는 피자레스토랑인데 지난번에 해피아워로 마신 맥주가 양도 많고😆 너무 맛있어서 다시 이곳을 찾게 되었다. 과일향이 나는 시원하고 빨간 맥주- 다시 만나서 반갑다... 벌컥벌컥..캬...! 

 

 

술을 전혀 안마시는 엘라는 오렌지 주스로 주문했다.

검색해보니 땅벌인 듯...

요즘 가는곳마다 몰려드는 노란 벌. 

 

하여간 꽃은 또 알아봐요... 촴놔... 

 

그녀는 핀란드 대자연에 익숙한(?) 덕분인지 아주 자연스럽게 벌을 손위에 올려놓고 자세히 보여주었다. 그녀말에 의하면 이 녀석들은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쏠 수 있다고...??  진짜? ㅇ,.0? 

 

한참 수다를 떨다가 피자를 하나 주문해서 나눠먹기로 했다. 

우리가 고른 피자는 맨 마지막에 있는 그라나 파다노 피자. 

둘이 나눠먹는다고 했더니 처음부터 접시에 반쪽씩 갖다주었다. 고소한 치즈가 아주 풍성했고 감자와 아티쵸크가 올라가있었다. 다음에 또 와야지 하고 다짐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또 가야지... 

 

이제 고작 스물 한 살인 엘라는 어릴적 영국에서 자라다가 중학교때 핀란드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와 핀란드어를 구사하고 (이중국적) 지금은 프랑스어가 안 본사이에 확 늘어있었다. 영어와 비슷해서 쉽다며 프랑스어 책도 술술 읽는 그녀... 부럽다. 

 

프랑스어의 매력에 빠져서, 처음 fille au pair 로서 6주간 노르망디의 한 가정으로 왔던것이 프랑스와의 첫 인연이라고 한다. fille au pair는 외국인 가정에서 지내면서 아이들도 돌봐주고, 아이들의 영어공부도 도와주고 집안일도 도우면서 얼마간의 월급도 받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머물렀던 그 어떤 가정에서도 그녀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았고 그저 가족의 일원으로서 환영받았다고...   

프랑스와 사랑에 빠진 그녀는 도시를 옮겨다니며 몇몇 가정을 더 거쳤는데 하나같이 좋은 사람들만 만났다고 한다. (엘라는 누구라도 좋아할 소녀이긴 하다.) 그 중에는 아주아주 큰 부자집도 있었는데 그 집 막내아들과 엮어주려고 온 가족들이 애쓰기도 했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녀는 현재 낭시에 있는 또다른 좋은 가정에서 지내고 있고, 그 가족들이 엘라의 등록금까지 지불해준 덕분에 나는 그녀와 한반에서 공부할 수가 있었다. 그녀는 도시락을 자주 싸왔는데 항상 '아빠가 싸줬다'고 말하곤 했다. 작은것에도 크게 고마워하는 그녀라서 나역시 집에서 싸간 피자나 키쉬 혹은 케잌등을 그녀와 나눠먹곤 했었다. 

 

나이스럽지 않게 너무나 어른스럽고 동시에 착하고 밝은 아우라가 뿜뿜하는 그녀인지라 볼때마다 나도 닮고 싶어진다. 길을 걷다가도 전화번호를 물어보며 따라오는 남자들을 가끔 만난다는 그녀는 여러모로 내 롤모델이다. 난 아무도 안따라오던데... 

 

저녁 9시가 다 되었건만 여전히 기온은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었다. 프랑스의 여름은 해가 참 길다... 

 

그래도 오늘 수다는 시원하게 잘 풀었다. 배도 부르고... 

 

자, 이제 다시 냄새나는 트램을 타고 집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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