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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학생인 줄 알았는데…

by 낭시댁 2023. 4. 10.

학교 캠퍼스에 시끌벅적한 행사가 열렸다. 
 
Écolo et Solidaire라는 행사였는데 환경을 위한 실천을 주제로 작은 음악회라든가 공방, 강연, 토론 등등의 이벤트들이 열리고 있었다.  

뭔가 난타공연처럼 재활용품으로 만든 악기들을 신나게 연주하는 팀이 있었는데, 수업 끝나고 나오던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서 구경을 했다.
 
그때 샛노란 정장을 위아래로 입은 남자와, 앞치마를 맨 여자가 쟁반을 들이밀며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쿠키 드실 분?"  

우와 쿠키다! 
 
당연히 공짜로 주는줄 알고 우리는 일제히 뭘로 고를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나...
 
"한조각에 1유로예요."
 
그 말에 친구들은 일제히 등을 돌렸다. 엄청 비싸네... 
 
그래도 뭐 학생들이 푼돈을 벌어서 좋은일을 하려고 그러나보다 싶어서 나는 지갑에 동전을 긁어모았다. 
 
"수익은 어떻게 사용하실 건가요?" 
 
내 질문에 노란정장의 남자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여자쪽을 바라봤고 여자는 2초쯤 침묵후에 대답했다. 
 
"사람들이 유기농이나 지역 생산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사업에 사용할거예요." 
 
"그럼 이 쿠키들은 유기농으로 만들어진건가요?" 
 
그 여인은 이번에도 한 2초쯤 뜸을 들이다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영 확신이 없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대화를 해 준 값이라고 생각하고 1유로를 내고 한조각을 받았다. 귀퉁이만 떼먹고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와중에 콜롬비아 소년이 바닥에 한조각을 떨어트렸는데 다들 그 소년에게 쿠사리를 줬다. 
 
"이게 얼마나 비싼건데! 넌 0.30유로를 낭비한거야!" 
 
😂😂😂
 
"뭐 그래도 학생들이 좋은일을 하는데 사용한다고 하니 뭐..." 
 
"학생들 아닌것 같던데?" 
 
뭐시라...??? 
 
"앞치마가... 정문에 있는 외부 푸드트럭꺼였어." 
 
아... 

과연 잠시후에 보니 그녀는 쟁반을 들고 푸드트럭으로 (재고를 채우기 위해?) 돌아가고 있었다. 
 
망연자실한 내 표정을 본 친구들이 깔깔 웃었다. 다들 눈치채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것이다. 
 
"수익으로 좋은일에 사용한다느니 유기농 재료를 썼다느니 하는건 다 거짓말인것같지?" 
 
응 나도 지금보니 그런것 같애... 왠지 대답하는 폼이 영 어색하더라고...
그저 학생들 행사를 틈타 공짜인것처럼 줬다가 돈을 걷고 있었던 것 같다. 공짠줄 알고 손을 일단 대고나면은 안사기 뭐하니까... 
 
집에가서 더 크고 더 맛있는 브라우니 만들어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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