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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DéFLE-Lorraine 다국적 친구들

다국적 홈파티에 김밥을 가져가 보았다.

by 낭시댁 2023. 4. 12.

며칠전 생일을 맞은 우리반 홍콩친구가 주말에 생일파티겸 공원에서 피크닉을 제안했다.

 

각자 먹거리를 하나씩 장만하기로 했는데, 나는 평소처럼 가장 자신있고 내가 좋아하는 김밥 당첨ㅋ 

집에 있는 재료들로만 쌌다. 무+양배추 피클, 참치+마요 등등... 

예전의 나라면 한 10줄 쯤 넉넉하게 준비했겠지만... 외국인들 여럿이 모일때는 음식을 살짝 부족한 듯 준비해 가야 더 아쉽고 맛있게 느껴진다는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딱 5줄만 싸서... 꼭다리는 3개쯤 집어먹고.. 세통에 나눠담았다.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서 공원피크닉은 불가능해지고, 대신에 우리반 콜롬비아 친구가 본인의 집으로 오라고 해서 모두들 그리로 모였다. 

나는 필리친 친구 커플이 픽업 와 주어서 같이 가게 되었는데, 음료를 준비하기로 한 이 커플은 냉장고를 통채 가져온 듯 엄청난 양의 술을 챙겨왔다. 스파클링와인 2병, 로제와인 1병, 쥬스 그리고 맥주는 서로 다른 종류로 3X6병 등등...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도 있는대로 다 내주는 정많은 커플인데, 본인들이 초대받은 이날에도 집에 마실거리들을 몽땅 털어온 것이다. 

 

우리반 친구들 뿐만 아니라, 친구의 와이프나 친구의 친구들까지 처음 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특히 집을 제공해 준 콜롬비아 소년의 룸메이트가 나는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다. 미국인 여학생이었는데, 룸메이트의 단체 손님들이 거실을 꽉 채우고 온 집안을 어지르고있는중인데, 부지런히 접시도 나르고, 슈퍼에 가서 심부름도 해 오는등 불편한 기색없이 즐거운 얼굴로 함께 어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생일 소녀는 우리를 위해 소고기 타코를 준비했는데 어떻게 먹는지 먼저 시범을 보였다. 특이하게 fromage blanc (사워크림)을 두껍게 먼저 깔고나서 그 위에다 각종 재료를 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다른친구들이 가져온 라따뚜이나 과카몰리도 타코에 넣기도 하고 과자에 찍어먹기도 했다.  

 

내 김밥도 반응이 좋았다. 5줄만 싸온게 신의 한수였던것 같다.ㅎㅎ 먼저 맛본 친구들이 맛있다고 하자 다들 놓칠세라 급한 마음에 손으로 하나씩 집어갔다. 혹시라도 남으면 내가 다 먹으려고 했는데 정작 나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뒤늦게 베네수엘라친구가 케잌을 가지고 도착했는데, 알고보니 케잌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온거라고 한다!!

남잔데 이렇게 아기자기한 케잌을 만들어오다니! 심지어 땡땡이 테이블보까지 준비해왔다.  

 

이 친구는 사실 게이인데, 남친을 데려왔는데 글쎄 그 남친은 나랑 첫학기때 같이 공부한 반 친구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라 끌어안고 서로 격하게 반겼다. 세상이 이렇게나 좁다... 그리고 정말 놀라움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다른 친구가 챙겨온 치즈케잌에도 화려한 샹들리에 초가 세워졌고 곧 다같이 생일축하 노래를 (프랑스어로) 합창했다. 

프랑스어로 생축송이 끝났을때 누군가가 한국어로 생축송은 어떻게 부르냐고 묻길래 나는 대뜸 "생일 축하 합니다~!" 한국어 생축송을 혼자서 끝까지 열창했다. 내가 끝났을때는 우크라이나어, 러시아어로 노래가 이어졌고(사실 두 국적을 모두가진 친구가 혼자서 두 곡을 연달아서 부른것이다ㅋ), 그 다음에는 포르투칼어와 따갈로그송까지 이어졌다. 생축송 메들리가 이제서야 끝났나 싶었을때 누군가가 한마디 했다.

 

"일본어도 들려줘야지!"

 

수줍은 일본인 친구는 "해피버스데이 투유 해피버스데이 투유... 일본은 영어로 불러... 진짜야... 해피버스데이 투유..." 라고 소심하지만 귀엽게 노래를 끝까지 불러서 다들 웃었다.  (일본에서는 영어로 생축송을 부른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되었다.)  

 

"홍콩에서는 생일자가 혼자 케잌을 모두 자르면 결혼을 못한다는 설이 있어. 그러니까 나는 칼만 델거야."

 

길고 긴 생축송 메들리 끝에 행복한 표정으로 소원까지 빌고 초를 끈 소녀는 케잌을 자르다 말고 칼을 옆친구에게 넘겼다.  

 베네수엘라 친구는 칼을 희한하게도 중앙에다 직각으로 찔러넣었다. 

 

"쟤 지금 뭐하는거야?" 

본인이 열심히 만들어온 케잌의 중앙에다 칼로 동그라미를 그리는 친구. 

 

다들 "너 지금 뭐하는거야!?" 라고 한마디씩 하는 동안, 내 뒤에 서있던 브라질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사실 브라질에서도 케잌 저렇게 잘라." 

 

오잉? 대체 왜? 

아... 저렇게 하면 가운데 얇아지는 부분이 부서지는것도 덜하겠구나.  

 

"음.. 가운데 부분이 가장 맛있어서 그 부분은 생일자가 먹는거야." 

 

라고 브라질 친구가 설명을 덧붙였다. 

 

15명쯤 모였는데 케잌이 워낙 커서 부족하지 않게 먹었다. 나는 심지어 두조각 먹음.

베네수엘라 친구는 피나콜라다도 직접 만들어 왔는데 정말 맛있고, 뭔가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기분좋은 맛이었다. 마치 뜨거운 휴양지파라솔 그늘에서 쉬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피나콜라다에 들어가는 과일들이 그려진 접시까지 일부러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미 김밥과 타코, 술로 배가 불렀지만 케잌과 피나콜라다는 술술 잘도 들어갔다.

 

실컷 먹고 마시고 떠들고있을때, 친구 한명은 (3개의 국적을 가진 친구였는데 정작 기억나는 국적이 하나도 없네 ㅎㅎㅎ) 결국 취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게임할까?" 

 

그래 게임 좋다좋아!

 

베네수엘라 친구가 제안을 했는데, 정작 그 게임이라는건 학교에서 수업중에 했던 프랑스어 스피드게임이었다. 우리 참 범생이들만 모였구나 ㅎㅎ

근데 여러명이 하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먹은게 다 소화될 듯이 엄청나게 웃으며 칼로리를 태웠다. 

 

각자 종이에 3가지 무작위로 프랑스어 단어를 쓰고, 두팀으로 나눠서 한명이 설명하면 나머지가 답을 맞추는 게임이었다. 대신에 답을 금방 유추할 만한 직접적인 연관어는 사용불가. 

1라운드가 끝나면 똑같은 단어들로 이번에는 설명하는 사람이 단어 딱하나만 말해서 맞추기. 그후 마지막 라운드는 역시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여, 이번에는 음성없이 행동만으로 단어를 설명해서 맞추는 게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와 라따뚜이를 적은 사람이 두명이나 나왔다. 나도 라따뚜이 쓰려고 했는데 스펠링이 어려워서 참았지. 대신에 나는 북한, 미키마우스 그리고 치즈를 썼다. 역시 마지막 라운드때 몸으로 설명할때다 가장 웃겼다. 카피바라를 어떻게 몸으로 표현하냐고 ㅎㅎㅎ 

 

국적과 연령을 초월한 정말 즐거운 파티였다.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게임하면서 웃기도 엄청 웃었다. 

 

이번 학기도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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