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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시어머니와 함께 요리하기- 슈크루트

by 낭시댁 2022. 11. 12.

날이 서서히 쌀쌀해지기 시작하니 어머님께서 슈크루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지난주에 말씀하셨다.

"너 방학하면 슈크루트를 만들어야겠다. 많이 만들어서 네 학교 친구들도 초대할까? 카린이랑 카린 아들도 부르고. 너두 그녀의 고향집에 다녀왔으니 우리도 불러야지."

"와! 진짜요!!?? 저야 좋지요!! 몇명 부를까요?!"

"몇명 부르고 싶은데?"

여러친구들의 얼굴이 스쳐갔지만 어머님께서 슈크루트에 돼지고기가 들어간다고 하셔서 무슬림 친구들은 모두 제외했다. 그리고 날짜를 조정하다보니 카린과 알마(카자흐스탄인) 이렇게 딱 두사람으로 추려졌다. (한국인 친구들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시부모님이랑 식사하는데 한국어로 우리끼리 떠들게 될것 같아서... 다음 기회에... )

카린과 알마는 둘다 직업도 같고 나이도 비슷하니 한자리에 함께 만나면 대화도 풍성할 것 같았다. 두사람 일정에 맞춰서 날짜를 정했는데, 바로 내일로 다가온 것이다.

슈크루트는 전날 준비해야 한다고 하셔서 나는 시댁으로 갔다. 평일이라 자서방은 그 다음날 와서 남은 음식을 🤭 먹기로 했다.

이스탄불은 오늘도 우두커니 밖에 앉아서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비가 오는데!

나 문 좀 열어주라...


이것이 바로 슈크루트! Choucroute. (알자스 음식으로 절인 양배추 요리이다.)


어머님께서는 이미 절여져 있는 양배추를 사오셨다. 봉지를 개봉하는 순간 익숙한 백김치 냄새가 ㅎㅎㅎ 사실 소금에 절인거니까 백김치랑 다를바 없기는 하다. (실제로 한국인들은 이걸로 김치찌개나 부대찌개를 끓이기도 한다고 들었다.)

절인 양배추는 물에 한번 씻으셨고, 나는 옆에서 어머님이 시키시는대로 양파를 채썰어서 팬에 볶았다.

농장에서 사오신 신선한 베이컨도 함께 넣고 볶을때 어머님께서는 냉장고에서 돼지고기와 소시지를 잔뜩 꺼내셨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두덩이는 물에 담궈서 소금기를 빼주었다. 음? 그런데 어머님 고기 더 있네요? 왜 이렇게 많아요...?

소시지와 함께 훈제 돼지고기도 세 덩이나 꺼내신 것이다. 이걸 몽땅 다 넣으실거라고...

내가 입을 쩍 벌리고 있을때, 어머님은 화이트와인을 오픈하셔서 전기냄비에다 콸콸 부으셨다. 와인향이 너무 좋아서 머릿속이 백지가 됨ㅋ

내가 코를 가까이 대면서 말했다.

"이건 프랑스냄새예요!ㅋㅋ 처음 시댁왔을때 강렬하게 느꼈던 그 향이네요!"

내 표현에 어머님이 웃으셨다.

전기냄비에다 베이컨, 볶은 양파, 절인 양배추를 층층이 넣은 후 어머님께서는 와인 병을 주시며 남은 와인을 모두 부으라고 하셨다.

나는 와인을 콸콸 붓다말고 한모금만 슬쩍 남긴 후 얼른 마시려고 병주둥이에 입을 갖다댔는데 ㅋㅋㅋ 언제 보셨는지 어머님께서 얼른 컵을 꺼내주셨다. 그렇다. 시댁에서 병나발은 좀 아니구나...

맛이 조아요 헤헤 😆 한입에 호로록

소금기를 뺀 돼지고기 두 덩이를 절인 양배추 밑으로 넣었는데, 이미 냄비가 꽉찼다.

"훈제돼지고기 세덩이도 넣는다고 하셨잖아요? 이미 냄배가 꽉 찼는데요?"

"걱정말거라. 내가 다 넣을거야."

"어떻게요?"

"음... 아직은 몰라... 생각해봐야지..."

아 우리엄니 재치꾼이셩 🤣🤣🤣🤣🤣

"이건 이제 밤새 낮은 온도로 익힐거야. 오늘밤 우리집에는 온통 맛있는 냄새가 퍼지겠네."

그리고나서 어머님은 다시 뭔가를 준비하셨다. 플렘키쉬 도우를 미리 준비하신 것이다.

"내일 식전에 아뻬리티브로 샴페인 마실때 같이 먹을거야."

"카린은 보쥬출신인데, 슈크루트에 플램키쉬까지 반갑겠네요!"

"치즈도 사다놨고... 디저트로는 내일 아침에 사과타르트랑 빌베리타르트를 만들거야. 그건 금방 만들면 돼."

지난주에 친구들을 초대한 후부터 나는 매일매일 설레는 기분이다. 마치 어릴적 생일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고있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매일매일 속으로 시부모님께 감사드렸다.

내일 식사가 너무너무나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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