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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이 정도면 최고의 시부모님이 맞으시지요?

by 낭시댁 2022. 11. 14.

지난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내 친구들을 초대하신 프랑스 시부모님


먼저 도착한 사람은 카린이었다. 그녀는 예쁜 초콜렛을 선물로 가져왔고 시부모님과 인사를 나눈 후 웬일로 얌전하게 앉아있는 탈린과도 감격해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카린은 탈린의 털을 만지며 부드러움에 감탄했다. 탈린은 시큰둥-

그녀도 애묘인이라 시부모님과 함께 고양이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곧 알마도 도착했다. 그녀는 예쁜 꽃다발을 가져왔는데 어머님께서는 바로 화병에 예쁘게 담아오셨다.

화병 오른쪽 컵은 깨 씨앗이다ㅋ

역시 두사람은 잘 맞았고 시부모님과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알마는 지난주에 카자흐스탄에 세미나가 있어서 다녀왔어요. 그녀가 없었던 덕분에 제가 반장으로 뽑힌거지요. 우리반에서 가장 똑똑하고 가장 적극적인 친구예요."

카린은 한국문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했고,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 알마도 시부모님과 한국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또한 우리 시어머니께서 내 프랑스어 실력 향상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셨는지를 자랑했다.

"사실 나는 프랑스어를 잘 모를때도 어머님께 욕을 먼저 배웠어. 자서방은 싫어했지만 나는 열심히 배웠지."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부모님께서 젊으실적 사시던 부르쥬로 화제가 옮겨갔다. 어머님은 브루쥬가 낭시보다 훨씬 아름다운곳이라고 하셨다.

"아, 자서방이 자주 들려줬어요. 어릴적에 굉장히 아름다운곳에서 자랐다구요. 호수도 있어서 맨날 낚시도 하고 그랬대요."

내 말에 시부모님은 친구들을 위해 부연설명을 해주셨다.

"장애아동 요양시설이었는데 부지가 엄청 커서 아주 커다란 공원같은 곳이었지. 그곳에서 지내는 장애아이들과 친구로 지냈어. 그래서 맨날 우리한테 졸랐지..ㅋㅋㅋ"

우리 어머님께서 갑자기 옛날생각이 나서 웃음이 빵터지셨는데 아버님께서 옆에서 조곤조곤 대신 말씀해주셨다.

"왜 나는 휠체어없냐고... 나도 휠체어 사달라고... 다른애들은 다 있는데 자기만 없으니까 당연히 부당해보였던게지."

아ㅋㅋ 우리 전부다 크게 웃었다🤣🤣🤣 우리 자서방 너무 귀여웠네🤣🤣🤣


"아, 우리 어머님은 그곳에서 재활치료사로 근무하셨어. 자서방말이 우리 어머님이 거기서 근무하실적에, 그 시설의 원장님이랑 잠자는 사이였다고 했어. 그게 바로 우리 아버님이시지 ㅎㅎㅎ"

나도 어머님덕에 이제는 프랑스식 유머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실컷 수다를 떨다보니 벌써 오후 2시가 다 돼간다. 어머님께서 점심식사를 위해 다이닝룸으로 이동하자며 손뼉을 치시며 일어나셨다.
친구들은 다이닝룸이 예쁘다며 칭찬을 했고, 커다란 슈크루트냄비가 나오자 또 한차례 감탄했다.

"오, 이거보세요 알마. 이건 슈크루트먹을때 주로 마시는 알자스산 와인이예요! 이 와인잔도 알자스식 와인잔이고요."

카린은 알마를 위해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우왕 맛있겠당. 저 먼저 주세요!!
친구들이 접시며 물컵에 정신이 팔려있을때 나는 제일먼저 어머님께 접시를 내밀었다.

식사 분위기도 굉장히 화기애애했다. 다들 누구하나 빠지지않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했고 크게 웃었다. 우리 아버님도 연신 즐거운 표정이셨고 가끔 옆에 앉은 알마랑 둘이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셨다.

메인식사를 끝낸 후 멍스테르와 꽁떼 치즈를 내 오셨는데 알마는 한때 같이 지내던 동료가 냉장고에 멍스테르 치즈를 남겨놓고 떠나버려서 사람들이 냄새 때문에 냉장고문 열기를 주저했다고 말했다ㅎ

"이거 전에 너희 아버지께서 나한테 맛보여주신 그 치즈 맞지?"

"맞아, 그거야. 우리 아빠 멍스테르 엄청 좋아하시거든."

알마는 치즈칼이며 물컵, 디저트 접시, 커피잔까지 모두 신기해하며 예쁘다고 칭찬해서 어머님을 흡족하시게 만들었다.

배가 너무 불러서 디저트가 들어갈까 했는데 시나몬향기가 너무 좋아서 거부할 수가 없었다.

디저트를 다 먹고 났을땐 아버님께서 커피 주문을 받으시며 일어나셨다.

"저는 디카페인주세요!"

"저두 디카페인이요!"

카린이 가져온 예쁜초콜렛을 다함께 맛보았는데 모양만큼이나 맛도 좋았다. 색깔마다 모두 다른 맛인데 과일이나 차 혹은 견과류등 다양한 향이 가미되어있었다. 거기다 다크 초콜렛과 밀크초콜렛으로도 분류돼 있어서 색깔별로 까먹는 재미가 있었다. 딱 우리 시어머니 취향적중! 이제 손님이 올때마다 시부모님께서는 커피와 함께 이 초콜렛을 대접하며 오늘의 식사이야기를 들려주실 것이다.

한창 떠들고 먹다보니 어느덧 오후 4시가 되었다. 아니 벌써!?

카린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며 일어났고 알마도 함께 따라나섰다. 시부모님도 대문까지 따라오셔서 친구들을 배웅해 주셨다.


나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버렸다. 기분이 원래도 좋았는데 한 열배쯤 더 좋아져버린것이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께 차례로 가서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다. 꼭 안아드리려고 했는데 술김에도 그건 잘 안된다. 😳😳

테이블을 치우려고 했더니 어머님께서 손대지말고 두라고 하셨다. 식기세척기가 아직 돌아가고 있어서 그게 끝나야 치울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잘 먹고 잘 마시고, 뒷 정리도 안하고 술만 취해서 기분이 찢어졌다ㅋ

네에...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봅니다... 우리 시부모님 정말 최고 맞지요?? 코가 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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