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몇시에 수업 끝나니? 집에 가는길에 잠시 들를래?]
어머님은 텍스트 메세지와 함께 에어프라이어로 뭔가를 굽고 계신 사진을 보내주셨다.
[넴 만들고 남은 춘권피로 애플파이를 한번 시도해 봤는데, 너무 맛있구나!!]
일단 듣기만 해도 너무 맛있을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시댁에 갔다가 영접한 춘권피 애플파이의 실물!! 향도 너무 좋고! 이건 길거리에 내다팔면 진심 대박나겠다.
"춘권피 겉에다 녹인 버터를 발랐고, 속에는 다른건 안넣고 잘게 자른 사과만 넣었어. 그리고 완성후에 겉에다 설탕을 살짝 뿌렸지. 혹시나 싶어서 시도해 본건데 너무너무 맛있어서 나도 놀랬다."
속에 사과는 잼처럼 식감이 변했고, 고소한 버터는 설탕과 만나서 파삭파삭하게 입에서 부서진다! 엄청난 발견이었다. 남은 춘권피를 보시며 이런 생각을 떠올리시다니!!
급한 마음에 손을 후다닥 씻고 하나를 집어들었다.
얼라? 이스탄불이 저기 있는데 나를 못본척 하고 있었네?
한참 자다가 나 때문에 깬 이스탄불ㅎ
"이스탄불, 이거봐, 애플파이래!"
"아 몰랑.. 나 잘래..."
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어머님께서 큰소리로 웃으셨다. 벽난로때문에 노곤해져서 고양이 두마리 모두 꾸벅꾸벅 졸고 있다.
결국 나는 나를 무시하며 졸고 있는 고양이들을 구경하며 애플파이를 맛있게 먹었다. 진짜진짜 너무 맛있었다. 결국 하나를 더 집어와서 먹었다.
그래 니들은 자라....
내가 다녀간 건 기억에도 없을듯... 꿈에 요용을 봤다고 할지도...
우리를 무시하는 고양이들을 우리도 무시하며 나와 어머님은 차를 함께 마셨다.
그리고 내가 떠나올때까지 이 고양이들은 자리에서 한번도 일어나지를 않았다. 벽난로를 꺼버리고 문을 활짝 열면 나를 반겨줄거니...
내가 나올때 어머님께서는 애플파이를 몽땅 다 싸주셨다. 두분께서는 이미 맛을 보셔서 충분하다고 하시며...
집에 가져갔을때 자서방은 애플파이 별로라며 반응이 시큰둥했다.
마침 내일 한국인 친구들이랑 같이 점심먹는 날이라, 후식으로 같이 먹게 다 가져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 많던 애플파이는 모두 사라지고 딱 하나만 남겨져 있었다 ㅡㅡ;
우리집에는 밤만되면 배고픈 곰이 출몰하는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 남은 양심인지 나 먹으라고 한개는 남겨놨네... 이거 남겨주기 꽤 힘들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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