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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배도 채우고 웃음도 채우는 곳, 시댁

by 낭시댁 2022. 11. 19.

지난주 토요일, 자서방과 나는 시댁에서 점심을 먹었다. 내 친구들을 초대했을때 함께 가지 못했던 자서방이 남은 음식이라도 얻어먹기위해(?) 다음날 찾아갔던 것이다.

우리 시부모님은 귀찮으실법도 하실텐데 친구들이 왔을때처럼 새 와인을 골라오시고 아뻬로를 위해 플람키쉬도 구워주셨다.

맛있는 플람키쉬! 매일 먹어도 안질릴 것 같다. (이틀 연속 먹는 중)

"나는 너무 기쁘단다, 내가 플람키쉬를 만들 줄 안다는 사실이 말이야. 원하는대로 플람키쉬를 마음껏 만들어 먹을수 있으니까!"

어머님의 즐거운 목소리에 내가 비슷한 톤으로 응수를 해드렸다.

"저두 기뻐요, 어머님께서 플람키쉬를 만들 줄 아신다는 점이요. 저두 원없이 먹고 있거든요."

내 말에 다같이 웃었다. (어머님께서는 나에게 레시피를 전수하고 싶어하시지만 나는 당분간 그냥 시댁에서 얻어먹는게 좋다ㅋ)

시부모님께서 세비아 여행중에 사오신 이탈리아 화이트와인을 맛보았는데, 샴페인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은 혼자서만 샴페인을 고집하셨다.

와인향이 참 조쿠나!


탈린은 역시 경계없이 아무데나 난입한다. 우리는 그저 웃긴데 어머님은 이따금씩 한숨을 쉬신다.

"모웬은 안된다고 말하면 알아들었는데 얘는... 도통 내 말을 안들어......"

그렇다. 모웬은 노!라고 말하면 하던짓을 바로 멈췄는데 탈린 귀에는 아무것도 안들어가는것 같다. 모웬이 보고싶은건 변함없지만 탈린의 헤맑음은 보기만 해도 그저 즐겁다. (아버님은 탈린이 엎은 화분을 치우시느라 종종 애를 드신다.)

넌 이제 사고치지 말고 여기 딱 붙어있어.

사실 전날 친구들 왔을때 샴페인이랑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 숙취가 좀 있었지만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또 마셨다.

진열장에 처음보는 손바닥 (책꽂이용도)이 보여서 서로 장풍을 교환해보았다. 내 손이 크지롱...

오빠는 왜 맨날 밖에 있어?

근데 나는 왜 나가면 안돼?



탈린 머릿속에는 아주많은 질문들이 있을것 같다.

귀여운 알자즈식 와인잔

남은 슈쿠르트를 먹는 줄 알았는데, 그건 갈때 통에 담아준다고 하시며 크낙 소시지를 먹자고 하셨다. 시부모님께서는 에어프라이어를 구입하신 후로 감자구이에 완전 꽂히셨다. 머스타드에 소세지를 찍어먹고 감자는 마요네즈에 찍어먹었는데 늠나 맛있었다.

식사후에 나는 멍스테르 치즈를 한조각 먹고, 옆에 과일 바구니에 있던 청포도도 한송이 꺼내먹었다.

"나 너무 배불러서 저녁은 못먹겠다. 오늘 저녁은 그냥 생략하자. 당신도 지금 충분히 먹어둬."

내 말에 자서방이 시무룩해졌다.

"싫은데... 나 저녁 먹고싶은데..."

"그럼 직접 요리하면 되지."

"싫은데... 나보다 와이프가 요리 더 잘하잖아... "

어머님께서 자서방에게 대신 대답해주셨다.

"갈때 남은 슈쿠르트 싸줄거야. 그거 먹으면 되지."

그럼 되겠네! 감사합니다. 근데 자서방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엄마요리보다 마눌 요리가 더 맛있나보다. (실제로 그렇다고 몇번 말하긴 했는데 립서비스인줄로만 알았지...)

맛의 종류대로 알록달록한 개별 포장이 돼 있어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밀크커피, 밀크카라멜, 밀크누가, 볶은 쌀?, 코코아닙스 소금, 다크 70%, 다크 80%, 다크생강, 다크아몬드, 다크오렌지, 다크얼그레이, 다크누가, 다크 라벤더...

어머님께서는 전날 카린이 사온 초콜렛을 가져오셔서 자서방에게 자랑하셨다.

"맛도 좋지만 색깔도 너무 예쁘지않니? 완전 내 취향이야!"

자서방은 큰손을 부지런히 놀려서 밀크초콜렛을 몇가지 골라먹었다. 혼자서 다 까먹을까봐 걱정했는데 대견하게도 자제해주었다.

오늘도 시댁에서 배부른 하루를 보냈다!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결국 탈린도 지치는구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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