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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돈 빌려줄 때 계산은 확실한 프랑스인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3. 7. 9.

오프라인과 온라인 통틀어서 아파트와 주택 수십곳을 살펴본 끝에 우리는 맨 처음 운명처럼 만났던 아파트로 결심을 굳혔다. 
 
한번 결심을 굳히고 나니 남편이 점점 조급해하기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그 집을 사가기전에 우리가 빨리 계약을 해야 해. 나 그 집을 잃어버린다면 너무나 슬플것 같아." 
 
관리비가 비싸서 갈등하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 없다. 
 

 
시부모님께서도 우리 결정을 축하해 주셨다. 아울러 우리가 은행대출을 받겠다고 했을때 본인들께서 선뜻 거금을 빌려주시겠다고 먼저 말씀하셨다. 
 
"은행에서 빌리면 이자가 5%나 된단다. 우리는 공짜로 빌려줄거니까 훨씬 유리하지." 
 
당연히 감사하고 좋은 일인데, 시부모님께 돈 빌리는 일도 알고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냥 은행이체만 간단하게 해주고 끝내는 건줄 알았는데 부모님께 돈 빌리는것도 공증을 받아야 한다고 하네?!;; (우리나라도 그런가요?) 

“공증비는 우리가 부담할거야. 이건 너희를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야. 돈의 출처를 투명하게 하기 위함이지.“

그런데 시부모님께서 부담하실 공증비가 어마어마해서 입이 쩍 벌어졌다.
 
심지어 집을 살때도 공증비로 집 비용의 10% 정도가 나간다는 사실도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는데!! (이래서 프랑스에는 부동산 투기가 없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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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는 속사포처럼 돈의 환급에 대해서 설명하셨다. 부모 자식간이라도 돈 문제를 확실히 하는 우리 시어머니의 칼같은 성격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혹시라도 빌린돈을 갚는것이 부담된다면 너희몫의 유산을 미리 떼 줄수도 있어. 대신 나중에는 추가의 유산은 없지." 
 
점점 대화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돈 얘기하는것 자체도 익숙치 않았고 특히 두분의 사후 이야기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시니...
나는 표정관리도 어렵고 좀 생소했다. 
 
"아니면 지금 너희가 월세를 내는 것 처럼 그 비용정도를 매달 갚는것도 괜찮지. 대신 그렇게 되면 10년이 넘게 걸릴거야. 만일 그 전에 우리가 하늘나라로 간다면, 갚지 못한 남은 금액의 절반은 네 동생에게 갚거라." 
 
우리 친정 부모님도 언니나 오빠네가 아파트를 살때 돈을 빌려주셨었는데 한달에 얼마씩 갚을건지 이런 얘기는 안하시는것 같던데... 특히 본인들의 사후결정까지 꼼꼼하게 계획하시다니... ;;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한달에 대략 얼마씩을 갚을건지도 모두 결정을 내렸다. 어머님께서 진행하시는 속사포같은 회의를 통해서 말이다. 

 

마지막에는 시동생에게 어떻게 투명하게 잘 전달할지를 다함께 상의하는 모습이 나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자서방이 외동이 아니니 형제로서 이 모든 사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것을 다함께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우리가 거동이 불편해지면 얼마간 집을 바꿔살자고 부탁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그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거고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리 오랜 기간동안은 아닐거야." 
 
농담인지 알았는데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셨다. 
 
"저희야 좋지요!" 
 

 


우리가 집으로 돌아올때 어머님께서는 과일을 싸주시며 드디어 우리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서 너무나 기쁘다고 하셨다. 
 
"너희집에 내 방도 있니?" 
 
"네 방이 3개니까 어머님 방은 언제든지 있어요. 대신 무스카델이랑 같이 주무시게 될지도 몰라요." 
 
프랑스는 집을 계약 하는 과정도 너무나 복잡하다. 하긴 한국에서도 나는 집을 매매해 본 적이 없어서 비교대상이 없네; 
 
아무튼 우리는 최대한 일찍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해서 집 구매 의사를 밝혔고 시부모님과 함께 한번 더 집을 방문해 보기로했다. 우리가 놓친 부분을 시부모님께서 확인해 주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계시니 참 든든하다. 은행 대출 이자를 얼마를 아꼈는지 자서방이 계산해서 보여주었는데, 그걸 본 순간 우리는 시부모님께 잘하자! 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만간 자서방은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시부모님을 초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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