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우리 부부는 시댁에 차를 마시러 건너갔다.
어머님께서는 기분전환을 위해 거실 소파보 색상을 바꾸셨다며 자랑스럽게 보여주셨다. 역시 우리 어머님은 감각이 있으시다.
우리가 온다고 해서 일부러 초콜렛 케이크를 구우셨다고 하시길래 나는 차 대신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아버님 커피도 함께 내려서 테라스로 갖다드렸다.
며칠전에 왔을때 아버님께서 보쥬에서 야생빌베리를 주문하셨다며 나에게 한통을 준다고 하셨었는데 내가 거절을 한 적이 있었다. 그거대신에 나중에 어머님께서 잼을 만드시면 잼을 달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잊지 않고 새로 만든 잼을 두병 꺼내 놓으셨다.
응 모웬, 나 왔어. 나도 보고 싶었어.
나에게 사랑스러운 눈인사를 건네는 모웬.
초코케잌이 너무 맛있어서 자르는 대로 모두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테이블 밑에 탈린이 있는건 나중에 알았음 ㅎㅎ
내 옆자리로 뛰어 올라오는 모웬, 내 앞에 새침하게 웅크리고 앉은 이스탄불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탈린.
얘들아, 우리 정원에 나가볼까?
내가 일어나서 나오자 세마리가 또 앞다투어 쪼르르 내 뒤를 따라왔다. 그래 이 맛이지 ㅋㅋ
포도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진한색으로 두알 따서 입에 넣었더니 어머님께서 저쪽에서 마치 본인이 신음식을 드신 것처럼 인상을 찌푸리셨다. 음 좀 시긴 한데 그래도 맛있었다.
정원 구석구석 예쁘게 핀 꽃들-
틱스도 나왔구나? 너도 나 반갑니?
"언니, 이거 봤어? 타일 사이로 부추가 자라고 있어."
내가 조만간 잘라 먹어야겠다.
온 김에 깻잎도 따고 토마토도 몇개 따먹었다.
저쪽에서 어머님께서 옆집 남자와 대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초콜렛케이크 드실래요?"
어머님? 초콜렛케이크가 또 있나요? 우리가 다 먹은거 아니었나요...?
옆집 남자의 흔쾌한 대답에 어머님께서는 뭔가를 담장위로 건네주고 계셨다. 내꺼도 아닌데 왜 아깝지 ㅋㅋ 말리고 싶은걸 ㅋㅋ
초코케이크는 그만큼 맛있었던 것이다.
"너희 갈때 싸주려고 내가 케이크를 두개를 구웠던거거든. 옆집에 반개 줬으니 남은 반개는 너희가 가져가거라."
"그냥 어머님 아버님 두분이 드세요."
"안돼, 우리는 오늘 너무 많이 먹었어. 우리의 다이어트를 위해 너희가 먹어다오."
그럼 저희가 먹어드려야지요 ㅎㅎ
그사이 모웬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네. 비키라고 해도 안비켜주길래 모웬의 몸위로 앉는 시늉을 했더니 마지못해 자리를 내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모웬은 거실에서 독서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책이 좀 지루했나보다.
우리 부부는 야생빌베리 수제잼과 초코케이크 반통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즐거운 일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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