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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김치하는거 안 어렵다니까…

by 낭시댁 2023. 9. 20.

며칠전 한국인 동생네 집에서 점심을 먹은 날, 동생은 내가 만든 갓김치가 너무나 맛있다고 거듭 말했다. 심지어 프랑스인 남자친구도 내가 떠난 후 몇번이나 맛있다고 하더란다. 
 
"너는 김치 맨날 사먹어?"
 
"사먹기도 하고요, 한국에서 올 때 김치 양념을 사왔어요. 고춧가루만 버무리면 되는거요."  
 
"뭐? 그런게 있다고?? 비싸지않아? 그냥 김치 만드는거 내가 가르쳐줄게. 안 어렵다니까." 
 
"안비싸요. 이런거 네개에 만원정도 해요." 
 

헐... 새미는 배추를 안절이는구나... 
 
 
내가 김치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전에도 몇 번 말했었는데, 그럴때마다 계속 괜찮다고 이 양념만 있으면 문제없다고 자신있어하더니 막상 내가 만든 김치를 먹어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던지 이틀 후 이렇게 말했다. 
 
"언니, 혹시 언니 김치할 때 저 옆에서 좀 보고 배워도 되나요? 남자친구도 저더러 언니한테 좀 배우래요. 김치 재료는 제가 사갈게요." 
 
"그럼 내일 배추만 하나 사올래? 다른 재료는 다 있어. 나는 김치한 지 얼마 안됐으니 조금만 남겨주고 너 다 가져가면 돼. 우리집에 묵은 김치도 있으니 목살 넣고 김치찌개 푹 끓여서 같이 점심먹자." 
 
이렇게 해서 다음날 우리집에서 김치 교실이 열렸다. 
 

우리 무식이 이제 몇 번 본적있다고 숨지도 않고 그냥 앉아있네? 확실히 점점 개냥이가 되어가고 있다. 동생이 조심스레 얼굴을 만졌더니 좋다고 몸을 까뒤집기도 했다.
 
동생이 가져온 배추는 알맞은 크기로 잘라서 소금에 절였다. 나는 한번에 김치를 많이 하지 않아서 포기김치로 하지 않고 이렇게 먼저 잘라서 절인다. 훨씬 간편한 느낌이다.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아침부터 푹 끓여놓은 김치찌개를 한번 더 데우고 배추전도 후다닥 두장 부쳐서 점심을 먹었다.    
그외 반찬은 조촐하게 갓김치 뿐이었지만 김치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나름 진수성찬이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김치찌개 맛 인정!ㅋ

역시 한국인의 소울푸드 갓김치찌개다. 부들부들한 목살이 신김치랑 한데 푹 익어서 어찌나 맛있던지! 밥도 두공기에 찌개도 두번씩 퍼먹었다. 

 
식사 중간에 한번 배추를 뒤집어 주었다.
 
후식으로 티라미수 슈크림을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었는데 사진을 깜빡했네...
 

 

우리 무식이가 너무 순해서 동생이 감탄했다. 한번은 내가 다가갔더니 반가운 마음에 무식이가 일어나서 캣타워에서 뛰어내리려고 해서 내가 다시 바구니로 쓰윽 밀어넣었는데 무식이가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앉아있는 걸 본 동생이 깜짝 놀랐다. 동생네 고양이었으면 벌써 도망갔다면서. 내가 양손으로 얼굴을 부비부비해도 가만히 내 손길을 느끼고있는 우리 순둥이 무식이. 오우 착해! 
 

 
디저트까지 먹었으니까 이제 김치를 할 시간! 
 
배추는 서너번 헹궈서 물기를 빼주고 양념을 믹서기에 한데 넣고 갈았다. 
 
찐감자 한주먹이랑 사과주즈 피쉬소스 양파 마늘 고춧가루... 동생이 준 생강차 가루를 설탕과 생강대신 한봉지 넣고, 감칠맛을 위해 미원도 살짝 첨가했다. 야채로는 가장 흔한 당근, 양파 그리고 냉동실에 아껴둔 쪽파도 한줌 넣었다. 

그리고나서 라텍스 장갑끼고 쓱쓱 버무려주었다. 
 
한 조각씩 맛보고는 둘다 배시시 웃었다. 김치는 한국인을 웃게 한다ㅋ
 
"것봐, 별로 안 어렵지?" 
 
"생각보다 정말 간단한데 너무 맛있어요! 저 정말 혼자서 해 볼 수 있을것 같아요." 
 
맛있다니 너무 뿌듯하다. 
 
그러고보니 내가 이 김치 만드는 걸 처음 배운것도 동생처럼 20대 중반때였다. 필리핀에서 레스토랑 운영할 때 김치만 따로 팔아달라는 손님들의 요구가 많아서, 당시 알고 지내던 한 한국인 아주머니께 배웠던건데 지금까지 이렇게나 잘 써먹고 있다. 지금은 내가 그분의 나이가 되어 20대 중반의 동생에게 전수해 주고 있구나...   
그때 김치볶음밥을 매일매일 사먹던 캐나다인이 있었는데 어느날 내가 물어보니, 맛있기도 하지만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매일 먹는거라고 대답했다. 한국이 김치덕에 사스를 피했다는 루머가 돌던때라 더더욱 그런 인식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동생이 가져온 반찬통에 김치 한통 담아주고 남은건 우리집 피클 병에 꾹꾹 눌러담았다. 

 
"오늘은 그냥 상온에 뒀다가 내일 냉장고에 넣어. 난 그게 더 맛있더라." 
 
언젠가 기사에서 본 적이 있는데 김치의 유산균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김치한 지 일주일째라고 한다. 맛도 나는 일주일 후가 가장 맛있는것 같다. 
 

묵은김치는 간식처럼 김치전을 한 판씩 부쳐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역시 갓김치... 
 

저 언니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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