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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낯선 이방인도 살갑게 대해주는 프랑스인들

by 낭시댁 2023. 11. 26.

아침에 해를 쬐며 산책을 하는게 건강에 이롭다고 하더라. 

 

비록 해는 꽁꽁 숨었지만 그래도 비는 안오니까...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아침일찍 리들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미니도넛 떨이세일 1유로에 득템! 이거 맛있는뎅! 

화이트초코, 다크초코, 헤즐넛초코 세가지맛이다

 

 

이 좋은 기운을 가지고 정육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앞에는 아랍인 아주머니들이 앞다투어 달려가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도착했을때엔 남은 떨이상품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디저트코너를 들렀다 온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내 소중한 도넛...

 

1인당 2개씩만 구매가 가능한데 앞에 아주머니 두분이 각 3팩씩 들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나는 조심스럽게 "마담님, 그거 다 가져가실거예요?" 라고 물으니 맞다고 대답하는 그녀들. 일단 여러개 집어들고 두개만 고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은근히 기대한 것이지 내가ㅎㅎㅎ (요즘에는 이렇게 아랍인들이 여러명 같이 와서 서로 세일상품을 맡아주고 그러더라. 팀으로 행동하는 그들 사이에 나는 혼자라 서럽다ㅋ) 

 

내 표정이 시무룩했던지 바로 옆에 계시던 한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소고기 한 팩을 내미셨다. 

 

"이거 저랑 한개씩 하실래요?" 

 

카파치오를 두 팩 획득하신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한팩을 양보하신 것이다. 

 

"네! 감사합니다!" 

 

단번에 덥석 받아 들었던 나는 잠시 후, 내가 너무 뻔뻔했나싶어 살짝 후회했다.

친절한 그 마담님의 하루가 행복하시길 마음속으로 기원하는 동시에, 나도 나중에 누군가 아랍인들 그룹사이에 혼자 시무룩한 사람을 발견한다면 이 친절을 되돌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진지한 결심

 

카파치오. 

안에 올리브유랑 레몬소스가 같이 들어있는데 나는 그냥 소고기만 먹을거다. 얇에 슬라이스 된 걸 보니 샤브샤브가 급 땡기네... 

 

 

그 외에도 나는 상추랑 양배추를 샀다. 

 

계산대에서 나는 뜻하지 않게 작은 소란(?)을 피웠다. 

 

양배추를 장가방에 넣으려다가 얇은 봉지가 찢어지면서 양배추를 그만 바닥에 떨어트린 것이다. 

퉁!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떨어진 양배추는 살짝 튀어 오른 후 떼굴떼굴 자꾸만 굴러갔다. 나는 자동 반사로 비명을 꽥! 질렀고(원래 놀랄때마다 비명을 잘 지른다 내가), 당황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도망가는 양배추를 쫒아갔다. 이때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울랄라' 라고 말하는것도 들렸고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순간 뚝 끊어졌던 것이다. 

 

양배추를 끌어안고 내가 계산대로 다시 돌아왔을때 금발의 총각캐셔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직 살아있어요? (encore vivant?)"

 

음? 누가? 내가? 아... 양배추...

 

"아, 네 문제없어요. 먹을만해요.(toujours mangeable)"

 

직원은 새 걸로 바꾸고 싶으면 바꾸라는 말투였다. 내 잘못이니 내가 먹어야지. 

 

"그래도 천만다행이에요. 발위에 떨어졌다면 크게 다치셨을지 몰라요. 진짜 세게 떨어졌잖아요. 쾅! 하고요." 

 

내 뒤에 서 계시던 할아버지께서도 맞다며 나에게 비슷한 말씀을 하셨고. 그 뒤로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듯 했다. 아 살가운사람들이다;; 어서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다. 

 

나는 모두를 향해 웃고는 있었지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안 봐도 홍당무였을 것이다. 

 

밖에 나와서 찬 고기를 쐬고나니 웃음이 났다. 대신 걸음은 더 재촉했다. 빨리 사라지고 싶다. 멀리멀리

 

그래도 소고기, 미니도넛 한팩, 양배추 한통, 상추 한다발을 5유로도 안되는 가격(7천원정도)으로 구매했으니 오늘도 승리다.

사랑해요 리들. 

  

 

 

맘씨 좋은 아주머니께서 양보해주신 소고기로 간단하게 불고기를 해 먹었다. 

 

시댁에서 마지막으로 깻잎을 따왔는데 너무 작아서 반찬은 못하고 남겨뒀었는데 쌈으로 맛있게 다 싸먹었다. 

 

너무 맛있다! 

 

나 리들에 취직할까... 

내가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싶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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