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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우리 남편이 회장이라고 한다. 와하하

by 낭시댁 2023. 12. 4.

토요일 오후. 날도 추운데 갑자기 남편이 옷을 챙겨입고 외출을 하려고 했다. 
 
"나 친구들이랑 게임하고 올게."
 
아 오늘은 게임하는 날이었나. 자서방은 한달에 한번씩 친구들이랑 모여서 게임을 하는데 벌써 수년째 동네 사무실을 대여해서 각자 컴퓨터등의 장비를 들고 모인다. 
 
근데 자서방은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서 은행 체크북을 챙겼다. 
 
"게임한다면서 체크북은 왜 들고가?" 

"회비 내려고." 

"엥 회비를 낸다고? 회비가 있는줄은 몰랐네? 거기 사무실은 무료로 대여가는거 아니었어?" 

갑자기 자서방이 어깨를 활짝펴고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 단체의 초대 회장이야." 
 
"엥? 그런말 한적 없잖아ㅋㅋㅋ"
 
아 미안. 나도 모르게 비웃어버렸네.
 
"그 단체는 바로 내가 창설한거야. 제롬은 총무고 또 필립은 회원들을 관리하지."  
 
전부다 금시초문이다. 근데 모여서 게임하는건데 왜 이렇게 요란한 기분이지. 

"20년 전 우리는 이집 저집 몰려다니면서 컴퓨터게임을 했거든. 그런데 점점 들고다니는 장비도 무거워지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더라고. 혹시 장소를 대여할 수 있는지 시청에 문의했더니 비영리단체들에게 사무실을 무료로 대여해줄 수 있다네? 한달에 한번, 토요일에만 말이야. 그래서 우리는 바로 단체를 하나 만들고 우리끼리 회장, 총무 등 역할을 정했어. 그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한달에 하루 꾸준히 그 넓은 사무실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거지. 내 덕분에 말이야." 
 
아 자랑스러울 만 했네. 나도 그곳에 딱 두번 따라가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중년 아저씨들이 게임한다고 모인다길래 웃었는데 막상 가보니 자녀들도 데려와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고 게임도 하고 좋아보였다. 젊은 신입회원들도 꽤 보였다.
 

 
 


"근데 무료라면서 회비는 뭐야?" 

"아 장소는 무료지만 우리는 엄연히 단체라고. 돈이 안들어갈수가 없지. 케이블같은거도 한번씩 교체해야하고 가끔 스넥도 사먹고…" 

"얼만데?" 
 
"일년에 20유로ㅋ"
 
아 그래 내고와라 20유로ㅋ
 
"컴퓨터는 안들고가?" 
 
"오늘은 그냥 회비내고 친구들 노는거 구경하고 대화나 좀 하다 오려고."
 
그래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정기적으로 친구들이랑 모이는거 참 좋은것 같다. 장소도 완전 가까워서 금방 걸어갈 수 있다. 
이런 좋은 단체를 최초로 시작한 선구자 우리 자서방 자랑스럽다. 
 
그치 무식아? 아빠 잘 다녀오세요 그래야지? 

올때 메로나

 
 
그래 여보, 올때 아이스크림... 
무식이가 먹고싶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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