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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갈레트 데 루아, 오늘도 내가 왕이다.

by 낭시댁 2022. 1. 12.

시동생이 스웨덴으로 돌아가기 전날, 우리부부는 시댁으로 가서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도 푸아그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이게 마지막 남은 푸아그라인것 같아서 더욱 소중하게(?) 먹었다.

내가 두번째 조각의 푸아그라를 끝냈을때 시어머니께서는 오븐에 구운 커다란 닭과 고구마 퓨레를 내 오셨다.

닭이 커서 오늘은 다리 대신에 튼실한 허벅다리를 골랐다.

자서방이 내 접시에 있는 퓨레에 나이프로 구멍을 내주면서 말했다.

빵가루때문에 좀 지저분해보이네...

"볼컹(볼케이노)를 만들어줄게. 잠깐 있어봐. 브루노, 여기 볼컹에 닭육수 좀 부어봐."

시동생은 스푼으로 고이 육수를 두 숟가락 떠주었고 그렇게 내 퓨레에 닭즙 볼케이노가 만들어졌다.

시어머니께서는 우물이라고 하셨는데 형제들은 볼케이노라고 표현했다. 어릴때 퓨레를 먹을때마다 이렇게 육수를 부어서 먹곤 했다고-

근데 저쪽에서 시아버지께서도 말없이 볼케이노를 만들고 계셨다.ㅋ

식사가 모두 끝난 후에 시어머니께서 직접 구우신 밤크림&배 타르트와 함께 [갈레트 데 호아]를 후식으로 내오셨다.

갈레트데호아를 먹느라 타르트는 맛을 보지 못했다. (배가 너무 불러서 둘다는 못먹겠...)

갈레트데 호아는 쉽게 말하면 왕게임 갈레트ㅋ

작은 도자기 인형(fève)을 넣어서 구운건데 내 접시에서 그 페브조각이 발견되면 내가 왕(roi)이다. 자서방은 이걸 먹을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동생에게 몇년전에 있었던 일을 신나게 들려주고 있었다.

"몇년전에 엄마 친구 오셨을때 아빠가 이걸 사오셨거든. 요용이 거실로 내려오기전에 우리끼리 짜고 페브가 들어있는 조각을 요용한테 줬지. 그리고는 다들 안보는척하면서 반응을 살피고 있었는데, 얘가 갑자기 먹다말고 말없이 접시를 들고 부엌으로 가더라구. 내가 따라가서 무슨일이냐고 물었더니 나더러 하는말이 : 어머니께서 구우실때 실수로 이걸 빠트리셨나봐..."

자서방은 몇년째 그일을 두고두고 우려먹고있다. 내 표정까지 흉내내면서 말이다. 그게 그렇게 웃겼나보다.

"난 그때 어머님이 직접 구우신건 줄 알고, 이물질이 들어간줄로만 알았지ㅋ 그래서 손님들이 보기전에 얼른 들고 나와서 확인한건데... 이물질이 예쁘더라구..."

당시에도 손님들과 참 많이 웃었었는데 그때일을 회상할때면 아직도 이렇게 웃게된다.

이번에 왕조각은 시어머니께서 갈레트를 자르는 도중에 발견되었는데 어머님께서는 내 접시에 올려주시며 내가 오늘도 왕이라고 하셨다.

왕관까지 씌워주시며 사진을 몇장이나 찍어주셨다. 내친김에 나는 왕관쓰고 다같이 단체사진까지 찍었다.

그리고 오늘 새로 획득한 왕은 깨끗히 씻어서 다른 왕들옆에 같이 두었다. 시어머니께서 자꾸 나만 왕을 시켜주셔서 3개나 모았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들에다 왕까지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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