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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욕심 많은 며느리는 항상 감사할 뿐입니다.

by 낭시댁 2020. 11. 24.

아침에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주셨다. 

"내가 준 브리오슈 맛있었니?" 

"네! 엄청 맛있었어요. 자서방도 잘 먹었어요." 

"그럼 나 지금 브리오슈 새로 만드는 중인데 너희 줄것도 같이 만들까?" 

"네. 그럼 작은 사이즈로 하나 만들어주세요." 

잠시후 시어머니께서는 만드는 과정을 찍은 사진들을 여러장 보내주셨다. 

 

 

저기 작은게 우리껀가보다. 

 

 

 

 

"우와! 너무 맛있게 생겼어요. 내일 가지러 갈게요."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솔직히 나가는게 귀찮았다. 아무리 바로 옆이라도... 

"그래그래. 아무때나 편할때 오렴. 그런데 오늘 먹으면 제일 맛있는데 말이지..." 

시어머니께서는 내일 와도 된다고 하시면서도 얼마나 맛있는지를 강조하셨다.

"내가 만든 브리오슈는 다른 프랑스 여자들이 집에서 만드는거랑은 달라. 나는 전문가에게 직접 배운거거든. 너한테도 나중에 가르쳐 줄거야."

아무래도 오늘 오라는 말씀으로 자꾸 들려서 바로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저 지금 갈게요." 

"차 마시고 갈거니? 차 준비할까?"

"아니요. 저 마스크 끼고 있다가 바로 올거예요."

 

며칠전 내가 끓인 닭죽이 너무 맛있어서 점심으로 먹으려고 밥솥에 다시 끓였는데 시부모님 맛보시라고 한통 담아서 가지고 갔다. 그러고 보니 저기 들어간 표고버섯과 당근은 시어머니께서 제공해 주신 것들이다. 

 

 

기온이 5도라서 엄청 추울줄알았는데 막상 나오니 상쾌했다. 새파란 하늘을 보니 잠깐이라도 외출하길 잘한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시댁에 들어가자마자 테라스에서 못들어오고 있는 이스탄불을 발견했다. 나를 보자마자 열어달라고 야옹거렸다. 음... 시댁에서 내가 이 녀석들 문지기로 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ㅎㅎ 

 

 

그리고 시어머니의 자랑스러운(?) 브리오슈가 거실에서 당당한 자태와 버터향을 뽐내고 있었다. 

 

 

시어머니의 브리오슈는 정말 최고다. 근거있는 자부심인 것이다. 아무것도 안바르고 그냥 먹어도 계란과 버터의 맛이 부드럽고 달콤하게 입안에서 어우러진다. 아침에는 다른게 아무것도 필요없다. 이거랑 커피면 게임 끝-

시어머니께서 브리오슈를 호일에 싸고 계실때 이스탄불은 옆에 앉아서 구경하고 있었다.  

 

 

추워도 잘만 싸돌아다니는 이스탄불과 다르게 모웬은 온종일 같은 자리에 앉아있거나 졸고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안움직인다.ㅎㅎ

 

 

역시나 오늘도 이것저것 많이 싸주셨다.

 

 

 

브리오슈 하나를 가지러 갔을뿐인데 감자한팩, 당근한팩, 신선한 바게트 그리고 초콜렛도 한줄 주셨다! 

"저 자꾸 시댁올때마다 이렇게 장바구니 하나 가득 채워서 돌아온다고 자서방이 저더러 욕심쟁이래요."

"뭐??!! 뭐 그런 메샹이 다 있니!! 그런 바보같은 소리는 이렇게 흘려 들으렴!" 

이렇게 말씀하시며 한쪽귀에서 다른 쪽 귀로 흘러나가는 모습을 손으로 보여주셨다 ㅎㅎㅎ 

"나는 내 자식들에게 이렇게 나눠주는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이건 나를 위해서 하는 거야."

사실 자서방은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시댁에 갈때마다 내가 장을 가득 봐서 오니까 말이다. 정작 자서방도 가끔 바게트 얻으러 시댁에 갈때는 큰 장바구니를 챙겨가면서 말하곤 한다. "엄마가 바게트만 주실게 아니란걸 아니까..." 그리고 자서방도 알고 있다. 거절하는게 더 어렵다는 것을.

 

대문까지 배웅을 나오시면서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무스카델에게 나 대신 포옹을 전해주렴." 

"네. 무스카델이랑 자서방에게 포옹과 키스를 전할게요." 

"아니아니, 네 남편은 말고- 걔는 메샹이야! 걔가 하는 말 듣지마, 알았지? " 

그리고 다시 한번 한귀로 들어갔다가 다른 귀로 흘러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시며 신신 당부하셨다.

 

사실 자서방은 가끔 나를 걱정한다. 시어머니께서 나를 귀찮게 하시는 걸까봐 말이다. 내가 장바구니를 챙겨서 시댁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볼때마다 뭔가 짠하게 바라볼때가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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