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쯤 시어머니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장보고 가는 중인데 잠시 들르마."
감자를 사다주기로 하셨지만 내가 이미 감자는 오전에 동네 슈퍼에서 사왔다고 그냥 두시라고 말씀드린 상태인데...
곧 현관 벨이 울렸고 마스크를 착용하신 시어머니께서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오셨다.
일단 커다란 대파를 한단 사셨다며 반을 나눠주셨고, 색깔별로 알록달록한 당근들도 보여주셨다.
"이게 다 당근이예요? 색깔별로 맛이 다 다른가요?"
"글쎄... 별 차이 없는것 같아. 너 보여주려고 일부러 사왔어. 색은 다르지만 이게 다 당근이란다!"
너무 예뻐서 이건 피클을 담아먹어야겠다. 이걸 어떻게 당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장바구니에서 다른것들도 꺼내주셨다.
"오늘 점심에는 이 생선을 먹거라. 밀가루 살짝 입혀서 팬에 기름두루고 구워먹으면 돼."
생선을 안먹는 자서방때문에 항상 시어머니께서는 생선이 먹고싶으면 시댁으로 와서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신다. 이렇게 가끔씩 사다 주기도 하시고 말이다.
"그리고 여기 봉지에 든거는 소고기 스테이크거리야. 저녁에 둘이서 구워먹거라."
"감사합니다!"
그외에도 코코넛밀크도 하나 사다주셨다. 스프나 커리를 만들때 요긴하게 사용한다.
시어머니께서는 산타할아버지처럼 선물만 꺼내주시고는 바로 떠나시려고 하셨다.
"무스카델도 안 만져보고 가시려구요?"
무스카델은 거실 저쪽에서 뚱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쪽으로는 오지말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듯 했다. ㅋㅋㅋ 시어머니께서는 그런 무스카델을 향해 손키스만 날려주시고는 그냥 떠나셨다.
시어머니께서 떠나신 후 생선을 굽기로 했다. 대구살인데 짠맛은 전혀 없었다. 밀가루를 입히고 팬에 구웠다. 길이가 길어서 좀 잘라야 했는데 ㅋㅋ 생선이 목이 꺾였다.
후다닥 구운 생선과 김치를 밥이랑 먹었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생선인지...
온집안에 고소한 생선냄새가 가득 찼는데 이 고양이는 고개도 안든다.
야! 나 생선먹는다고. 바로 앞에서...
귀찮은 표정으로 한번 고개를 들더니 다시 잔다. 고양이들은 생선에 환장하는거 아니었나...
식사후 시어머니께 생선구이 사진과 함께 맛있다고 감사의 인사를 메세지로 보내드렸다.
"생선 너무 맛있었어요. 덕분에 너무 잘먹었어요!"
"나 아니어도 너 혼자 잘 해 먹잖니. 그래도 맛있었다니 내가 기분이 좋구나. 다음에 생선먹고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사다주거나 우리집에서 같이 먹거나 하면 되니까- 남편이 안먹는다고 너까지 안먹을 필요는 없지."
사실 생선이라는게 먹으면 맛있지만 또 안먹을때는 그렇게 생각날 정도는 아니라서 혼자서는 잘 찾지 않게 된다. 그래도 시어머니께서 챙겨주신 덕에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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