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젊은사람은 계산하는거 아니라는 시어머니 (feat.당면사랑)

by 낭시댁 2020. 11. 21.

어제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주셨다. 

"나 당면사러 아시아마트 갈건데 혹시 너 필요한거 있으면 같이 가지 않을래? 나는 요즘 당면이 너무 맛있구나. 이번에는 아예 두봉지를 사야겠다." 

요즘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당면에 제대로 꽂히셨다. 

그러고보니 잡채를 한번 해 드려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아직도 못해드린게 떠올랐다.

"네. 저두 김치 사러 따라갈래요. 마스크는 차안에서도 계속 끼고 있을거예요."

그리고 속으로는 내일 갈때 잡채를 만들어서 갖다드려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일찍 나는 동네 슈퍼에 가서 장보기를 해 왔다. 

프랑스에서는 정말 시금치 줄기는 잘 안먹나보나. 어린 시금치밖에 안보여서 차라리 식감이 좋은 청경채를 샀다. 돼지고기는 마침 잡채용처럼 길쭉하게 잘라져 있는게 있어서 그걸로 샀고 버섯도 샀다. 

오전 11시까지 시댁 앞으로 가기로 했는데 늦을까봐 정신없이 만들었다. 잡채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구나...

 

 

양이 너무 많아서 양푼이랑 웍에 반반씩 나눠서 버무려야만 했다.

 

 

당면은 베트남산이었는데 한글로 당면이라고 써져있었다. 울퉁불퉁한 모양인데 나름 식감이 통통튀는 느낌이다. 시어머니께서는 한국산 당면보다 이게 더 식감이 좋다고 하셨다. 

개인적으로 나는 해외에서 다른 양념들은 몰라도 참기름이랑 간장만은 국산만 고집한다. 역시 한국 참기름과 간장이 들어가 주니 너무 맛있다. 통깨가 없는게 좀 아쉽지만-  

온 집안에 꼬순내가 풀풀 났다. 

 

 

한 접시 후루룩 맛보면서 나 혼자 감동했다.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건지...??!!

 

 

반은 나랑 자서방이 먹기로 하고 반은 반찬통에 담아서 시어머니께 갖다드렸다.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드린 잡채의 두껑을 열어보시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오! 냄새가 너무 좋구나!! 이건 안먹어봐도 분명히 맛있어!! 내가 좋아하는게 다 들어가있네! 이따 점심때 미셸이랑 먹어야겠다." 

아시아마트에 들어가자마자 시어머니께서는 곧장 당면이 있는 코너로 가시더니 당면 세봉을 품에 가득안고오셨다. 

"세봉이나 사시게요?"

"하나는 너 줄거고 두개는 내꺼." 

너무나 소중하게 끌어안고 계신 모습이 귀여우셨다. ㅋㅋ 내가 김치, 간장, 배추등을 고르는동안 당면 세봉지를 꼭 끌어안으신채로 나를 따라다니셨다. 

잠시 후 시어머니께서는 계산대에 당면을 내려놓으신 채로 다른 물건을 찾으러 잠깐 사라지셨고 그 사이 나는 그 당면들과 내가 고른 물건들을 함께 계산해 버렸다. 

계산이 끝나고 당면 두봉지를 건네 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 눈을 휘둥그레 뜨시며 주인아주머니께 다시 계산해 달라고 하셨다. 

"아니예요. 맨날 사주기만 하셨잖아요. 저는 겨우 당면 사드린건데요." 

나는 바로 가게를 나왔고 시어머니께서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계속 말씀하셨다.

"내가 계산한다고 미리 말 했는데... 넌 아직 젊어서 계산하는거 아니야..."

"젊은거랑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젊은 사람들은 돈 쓸데가 많으니까. 너희는 앞으로 돈이 더 많이 필요게 될거야... 다음에는 절대 계산하지 말아다오. 내 즐거움을 가져가면 안돼..."

계산에 대해 한참을 말씀하시던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너 혹시 다른거 필요한거 없니? 장볼 거 말이다. 집에 필요한거..."

당면때문에 마음에 계속 걸리셨나보다. 그런데 어쩌나... 필요한게 없는데...

너무 마음을 쓰시는 것 같아서 기어코 필요한걸 짜냈다. 

"... 양파...?" 

시어머니께서는 양파를 사주겠다며 동네 슈퍼로 나를 데려가셨고 그곳에서 양파와 오렌지를 사주셨다. 그것도 혹시 내가 먼저 계산할까봐 장바구니도 못들게 하셨다. 그리고 토란뿌리 비스므리하게 생긴것도 한봉지 사시며 스프를 만들어서 갖다주겠다고 하셨다. 

 

 

다음날 오전에는 장보고 오시는길에 세일하더라며 내가 좋아하는 스칼롭스도 한봉지 갖다주고 가셨다. 스칼롭스는 내가 결혼전에 시댁에 놀러왔을때 좋아한다고 해서 시어머니께서 많이 (다양한 레시피로) 요리해 주셨는데 아직도 스칼롭스를 볼때면 내가 생각나시나보다. 

봉쇄령이 내려진 후부터는 이전보다 만나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고 만나더라도 서로 마스크를 철저히 낀채로 대면하고 있다. 그래서 집에 찾아오셨어도 좋아하시는 콜라도 한잔 대접해 드리지 못했다. 

우리 부부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시부모님께 우리는 언제나 젊은사람들이겠지. 내리사랑만 주시는 우리 시어머니. 

봉쇄 끝나면 우리 시내 나가서 브런치 합시다. 제가 살게요... 라고 말해도 제가 계산하게 두지는 않으실거지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