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께서 주신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

by 낭시댁 2020. 11. 30.

토요일인 어제 오전 시어머니께서는 브리오슈를 새로 구웠는데 원하면 가지러 오라고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날씨도 춥고 외출이 살짝 귀찮았던 나를 위해 자서방은 기꺼이 대신 시댁에 다녀왔다. 평소 아들 얼굴을 잘 못보시는 시부모님께서는 매우 반가우셨을것 같다. (내가 귀찮았던 덕분에ㅎㅎㅎ) 자서방은 브리오슈 이외에도 시어머니가 나를 위해 주셨다며 생강과자도 한상자 가져왔다. 그리고 시댁 지하실에 보관해 둔 와인도 한병 가져왔다.

자서방이 시댁에 다녀오고 한시간 쯤 지나서 우리집 현관 벨이 울렸다.

시어머니께서 예고도 없이 찾아오신 것이다. 아 엄밀히 자서방은 알고 있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들어오시자마자 나에게 선물이라며 빨간 상자를 하나 내미셨다.

“벌써 크리스마스 선물 주시는거예요?”

“아니, 이건 크리스마스를 카운트다운하는 달력이란다. 그러니까 엄밀히는 크리스마스 전에 받는 선물이지!”

옆에 있던 자서방이 말했다.

“조금 전에 내가 브리오슈 가지러 갔을때 엄마한테 말씀드렸었거든. 와이프가 이런거 본적이 없다고 해서 내가 하나 선물 할 예정이라고. 근데 엄마가 예쁜걸 봐두셨다며 직접 선물하신다고 하시더라고.”

매년 크리스마스때마다 다양한 모양의 이런 달력들을 봤는데 그럴때 마다 자서방은 나에게 이런걸 정말 본 적이 없냐며 묻곤 했었다. 그런데 내가 본 달력들은 다들 조그만 사이즈였는데 이건 굉장히 묵직한 상자로 되어있다.

내가 아이처럼 좋아하며 비닐을 벗기는걸 흐뭇하게 바라보시며 시어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사주려면 빨리 사줘야지. 이건 12월이 되기전에 줘야 해. 프랑스에서는 주로 아이들에게 이 달력 선물을 해 준단다. 너두 나한테는 아이지 뭐.”

 

 

뭔가 묵직하다.

 

 

양 옆으로 펼쳐지는데 1부터 24까지의 숫자가 이리저리 섞여있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은 없네요?”

“그렇지. 이건 그날 까지 기다리는 달력이거든.”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숫자 1을 가리키시며 12월 1일이 되면 뜯어보라고 하셨다.

 

 

 내가 지금 뜯겠다고 1에 손가락을 찔러넣었을때 시어머니와 자서방은 동시에 소리를 치며 나를 말렸다.

“안돼!!”

나는 웃으면서도 슬쩍 뜯으려고 계속 손가락에 힘을 주고 있었지만 결국 자서방이 달력을 빼앗아 가 버려서 실패했다.

자서방은 나더러 애보다 못하다고 했다.ㅋㅋㅋ

“프랑스 어린이들도 하루만에 다 뜯어볼거라고 나는 확신해.”

내가 궁금해 하자 시어머니께서는 안에 잼이 들어있을거라고 하셨다. 난 초콜렛이 더 좋은데... 내 속을 들여다보신건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보통 초콜렛이 들어있는 달력이 많지. 그런데 이런데 들어있는 초콜렛들은 날짜도 퀄리티도 의심스러워서 나는 별로다. 12월 1일부터는 아침 마다 하나씩 뜯어서 아침 식사때 빵이나 브리오슈에 발라먹으렴!!"


시어머니께서는 캣타워에 앉아 내내 뚱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무스카델을 몇번 쓰다듬어 주시더니 쿨하게 금방 떠나셨다. 창가에 서서 떠나가는 시어머니의 차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차를 돌리시다말고 차안에서 고개를 숙인채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셨다. 선물을 주러 오셨는데 콜라한잔 못드리고 보내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다음에는 그냥 나 마스크 벗고 어머니랑 콜라 마실거야."

이말을 들은 자서방은 마스크를 벗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끄덕했다.  

나에게는 마니또이자 산타같은 시어머니가 계시다. 내가 즐거워할 모습이 보고 싶어서 추운 날씨에도 나를 위해 마트로 달려가는걸 마다하지 않으시는 고마운 분이시다. 



새로운게 들어오면 일단 비비고 보는 무스카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