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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와 오래간만의 티타임

by 낭시댁 2020. 12. 7.

프랑스어 시험 TCF를 보고 집으로 향하던 중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시험 끝났니? 잘 봤어?"

"네 끝났어요. 결과는 어찌됐건 끝나서 후련하네요." 

"넌 열심히 했으니까 분명 좋은 결과 있을거야. 시험도 끝났으니 잠깐 들렀다 차 마시고 갈래?"

그동안 나는 시험 공부를 핑계로 여러번 시어머니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그리고 실내에서 만날때 마다 마스크도 계속 착용하고 있어서 차나 콜라도 함께 마시지 못했다. 이제 시험도 끝났고 후련한 마음에 평화로운 티타임이 간절해졌다. 

"네. 지금갈게요!" 

 

시댁에 갔더니 시어머니께서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며 문을 열어주셨고, 시아버지께서는 막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계셨다.내가 캡슐 머신에서 내가 마실 티를 직접 준비하려고 했는데 시어머니께서는 굳이 본인께서 직접 해 주실테니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아늑한 벽난로만 봐도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을 시댁에 와서 느끼는 며느리가 또 있을까.  

"우리는 오늘 점심식사로 요 앞에 단골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해 와서 먹었단다."

곧 차를 내 주시며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집에서 요리해 먹는걸 더 좋아하잖니. 가끔 외식을 좋아하지만 그건 레스토랑에서 먹는걸 좋아하는거지. 그런데 코로나때문에 그집 사업이 많이 어려워져서 일부러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음식을 사와서 이렇게 먹고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봉쇄령때문에 식당안에서는 못먹고 이렇게 테이크아웃으로만 영업을 할 수 있는거지요?"

"응. 그래서 가격을 많이 낮췄더라구. 원래 디저트까지 포함된 코스요리가 20유로가 넘는데 지금은 6유로로 판매를 하고 있어. 메뉴도 좀 단촐해 지기도 했지만 너무 저렴하지... 갈때 마다 주인이 걱정이 많더라구."

후식으로 레몬케잌과 호두케잌 두가지가 있는데 일전에 레몬케잌을 가져오신걸 내가 먹어봤는데 신맛이 너무 강했었다. 이번에는 호두 케잌으로 가져오셨는데 그건 너무 달았다. 시어머니께서는 다음에 갈때 내 피드백을 전달 할거라고 하셨다. 진심으로 그 레스토랑을 아끼시는 단골이시다.

원래 대로라면 봉쇄령도 끝났어야 하는데 보름이 더 연장돼 버렸다. 그 이후에는 밤시간 통금이 있는데 크리스마스와 12월 말일에는 예외를 둔다고 했다. 그 말에 시부모님께서 25일과 31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쉬는 날이겠냐며 웃으셨다.

"파리에 사는 마리네 가족들은 크리스마스때 안오는 대신에 31일일날 오겠다고 하지 뭐니. 아무래도 잘 달래서 올해는 안오는게 좋겠다고 말해야겠어..."  

자서방의 사촌 누나인 마리는 해마다 크리스마스때 시댁에 와서 새해까지 함께 맞이하곤 했다. 올해는 코로나때문에 평소보다 많이 조용한 연말이 될 것 같다. 

 

 

곧 생강과자도 갖다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생강과자라고 강조하셨다.ㅎㅎㅎ

 

 

너두 한잔 할래? 차 향기가 너무 좋은데... 

 

 

아침 일찍부터 밖에서 놀다가 돌아온 이스탄불은 얼굴이 꼬질꼬질하다 ㅎㅎㅎ

 

 

그래 니 얼굴 꼬질꼬질 하다고...

 

 

시댁에 놀러오면 좋은 것중 하나는 고양이들이다. 

시험때문에 살짝 심란하던 기분이 어느새 다 풀렸다. 집으로 바로 가는 대신 시댁에 들르길 잘한것 같다. 

 

 

 

 

 

시어머니께서는 시험이 끝났으니 미루던 요리교실을 다시 시작하자고 하셨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두신 메뉴를 보여주셨는데 그건 바로 김밥이었다. ㅎㅎㅎ 엄밀히는 켈리포니아 롤- 혹은 누드 김밥- 

"정말 김을 드실 수 있겠어요?" 

우리 시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도 표정은 살짝 찡그리고계셨다. ㅋㅋㅋㅋㅋ

"향이 안나는 김은 없니?" 

나는 깔깔 웃으며 그런건 없을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이미 김이랑 모든 재료를 다 사다놨단다. 스시용 쌀, 아보카도, 오이, 망고 등등... 아무때나 시작할 수 있어!" 

아... 내 시험이 끝날때를 기다리고 기다리신 거다. 

"네 그럼 내일 당장 해요!" 

"그럼 오후에 하자꾸나! 오전에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올거거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미리 해 놔야할 것 같아서. 오후에는 너 편할때 아무때나 오렴!" 

김을 맛보기로 하신건 시어머니께 굉장히 큰 용기일 것이다. ㅎㅎ 그래도 많이 들뜨셨다. 

"겉에 통깨를 뿌려볼까요? 통깨도 있으세요?" 

"다~~ 있단다. 걱정말고 오렴!" 

 

집으로 돌아올때는 직접 만드신 망고 요거트를 두개 싸 주셨다. 역시나 빈손으로 보내는 법이 없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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