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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세상 유쾌하신 시부모님 (feat.고양이 털 활용하기)

by 낭시댁 2020. 12. 18.

주말 오후.

오랫만에 자서방과 둘이서 시댁에 시댁에 놀러를 갔다.

원래는 시어머니께서 브리오슈를 구워서 가져다 주겠다고 하셨는데 자서방이 왠일로 나더러 시댁에 함께 가지러 가자고 한 것이다. 

오랫만에 기모바지를 입고서 집을 나서는데 뒤따라 걸어오던 자서방이 말했다. 

"와이프 바지 새로 사줘야겠다. 너무 타이트해 진것 같아." 

"아 이거? 입을때 좀 끼긴 하더라 ㅋㅋㅋ 남편이 새 신발 신을때 끙끙거리는 그런 소리를 내버렸지뭐야." 

"내 신발은 두꺼워서 그런거고." 

"이 바지도 두꺼워."

"ㅋㅋ와이프 다리가 두꺼운거지." 

인정하진 않지만 같이 웃었다. 내 다리는 아직 두껍지 않아서 기분 하나도 안나쁨. 두꺼워진데는 따로 있단다... 얼굴말고도 또 있음...

 

 

시댁에 갔더니 시부모님께서는 이제 막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계셨다. 오후 3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이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드시면서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오늘은 점심을 늦게 먹었으니 저녁은 안먹어도 되겠다."

모두들 시아버지를 동시에 바라보았는데 시아버지의 표정이 매우 어두우셔서 셋이서 크게 웃었다. 뒤늦게서야 시아버지께서 따라 웃으셨을때 시어머니께서는 다시한번 오늘은 저녁 먹지 말자고 말씀하셨고 시아버지께서는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내가 녹차를 마시고 있을때 자서방은 옆에서 잡지를 보면서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뭘 보나 했더니 미스 프랑스 미녀들의 사진을 보고 있는것이었다. 

수영복 심사 사진들도 있었는데 모두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웃프구나...

 

 

오늘도 모웬은 애교로 모두의 마음을 녹였다. 이리저리 무릎을 옮겨다니며 관심을 즐기는 중이다. 같은 종이라 성격도 우리 무스카델과 비슷하다. 순둥순둥한데다 애교도 많은 성격. 그런데 모웬은 무스카델보다도 훨~씬 애교가 많다. 

 

 

 

 

 

내가 같이 살땐 매일 빗질을 매일 해 줬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떠나온 후엔 시부모님께서 빗질을 한번도 안해 주신것 같았다. 그래도 모웬은 털이 날리지 않는 다는 것. 참 신기방기... 

내가 빗을 가져와서 빗기 시작하자 모웬은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재미있어보였는지 자서방도 옆에 와서 빗질을 거들었다. 여러사람의 손길을 즐기고 있는 모웬이다. 

한동안 빗질을 했더니 엉켜있던 털들이 꽤 많이 빠졌다. 그 빠진 털들을 시어머니께서는 모두 모아서 손에 쥐시며 말씀하셨다. 

 

 

"털은 다 버리지 말고 모아두면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단다."

"그걸로 혹시 뜨개질 같은것도 하실 수 있으세요?" 

아무 대답 없이 모웬을 털을 만지작 거리시던 시어머니.

갑자기 옆에 앉아계신 시아버지의 머리위로 고양이 털을 슬쩍 얹으셨다.

 

 

빗모양때문에 동글동글 모양까지 잡혀있음. 

깔깔웃는 시어머니를 따라 시아버지도 같이 웃으셨다. 

자서방도 웃고 나도 웃고ㅋㅋㅋ

시어머니께서 요리조리 사진을 다 찍으실때까지도 시아버지께서는 함께 웃으시며 기꺼이 놀림감(?)이 되어 주셨다. 한참 후 소동이 잠잠해 지자 슬쩍 모웬의 털을 내리시더니 벽난로속으로 휙- 던지셨다. 좀 세게 던지신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갑자기 천장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거세졌다.  

 

 

"어... 비 많이 온다." 

천장을 올려보며 내가 걱정스럽게 말했더니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뭔 걱정이니 그냥 여기서 자고 내일 가면 되지. 아침에는 브리오슈도 같이 먹구..." 

자서방은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권하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무료로 얻어먹겠는데?" 

"아니야. 그렇지 않아... 오늘은 저녁 안드신다고 하셨잖아... " 

내 말에 또 다들 웃었다. 

 

 

비가 잠잠해졌을때서야 우리는 집에 돌아왔다. 시어머니께서 싸주신 커다란 브리오슈를 한덩이 받아들고서 말이다. 자서방은 지하실에서 와인도 한병 꺼내왔다. 저녁에 친구들이랑 마실거란다. 화상으로 ㅡㅡ; (실제 한시간 반동안 화상으로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며 와인을 마셨다...그러니까 각자 마심...)  

오늘은 집에 돌아올때까지 이스탄불은 볼 수가 없었다. 아직도 종합검진 받고 와서 기분이 안풀렸나보다.ㅋㅋㅋ

시댁에 가면 항상 많이 웃고 오는것 같아서 즐겁다. 그리고 오늘은 자서방도 함께여서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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