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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남편 아픈데 혼자 시댁에 점심 먹으러 갔다.

by 낭시댁 2020. 12. 20.

생선을 먹지 않는 자서방때문에 내가 덩달아서 생선을 못먹는다며 시어머니께서는 종종 나를 챙겨주신다. 생선을 사다 주시거나 혹은 생선을 드시는 날이면 나를 불러서 같이 먹자고 하신다. 

며칠 전부터 질좋은 대구를 사다 놓으셨다며 점심으로 함께 먹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하필 이날 자서방이 허리 근육이 놀랐는지 아파서 병가를 내고 쉬고 있었다. 음... 며칠전부터 약속이 이미 정해 진거라 나 가야 돼... 생선 같이 먹고 싶으면 같이 가던가... 하고 말한 후 어이없어 하는 자서방의 얼굴에 뽀뽀를 해 주고는 냉큼 집을 나왔다.  

시댁에 왔더니 시어머니께서 못다한 다이닝룸 그릇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나는 옆에서 도와드리면서 구경했다.

이건 태워서 훈제를 만드는건데 정원에 피워서 훈제연어를 몇번 해 드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 사탕들을 한데 모으시며 시어머니께서 한숨을 쉬셨다. 

"이건 할로윈때 동네 꼬맹이들 나눠주려고 사다놨는데 결국 코로나때문에..."

나더러 먹으라고 하셨지만 나는 사탕은 좋아하지 않는다...

오 나는 이게 마음에 들었다. 먼저 무거운 무쇠 잔받침이 마음에 들어서 예쁘다고 했더니 시어머니께서 세트인 찻잔도 꺼내서 보여주셨다.

오 내 스타일...

찬장정리를 끝내시고 음식을 하나씩 내 오셨다.

먼저 오븐에서 갓 나온 그라탕이다. 감자와 푸른양배추- 

푸른 양배추는 프랑스에와서 처음 봤다. 쪼글쪼글한 모양이라 식감이 좋은듯...

그리고 비트와 마쉬를 섞은 샐러드- 

그리고 대구살을 한덩이 올려서 함께 먹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대구의 짠맛을 빼기위해 며칠동안 물에 담궈두셨다고 하셨다. 매일 물을 갈아주면서 말이다. 근데 바다생선이 원래 짠게 정상이 아닌가...?

생선에 얹어먹는 된장색의 소스를 얹어서 먹었는데 소스가 너무 맛있었다.

식사를 한 후 시아버지께서 치즈를 권하셨지만 사양을 하고 옆에 과일 바구를 끌어와서 귤을 까먹었다. 

그때 시아버지께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식탁 가운데다 올려놓고 다시 나가셨다. 

시어머니께서 기대에 찬 표정으로 "이거 누구 주는거에요?" 하고 물으셨고 시아버지는 무뚝뚝하게 대답하셨다. 

"나." 

그 대화를 듣고 나는 크흐흐흐하고 웃어버렸다. 시어머니께서도 따라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봤지? 이 집안 남자들이 이렇단다."

잠시후 화장실에서 돌아오신 시아버지께서는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드셨다.ㅎㅎ

집으로 오기전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초콜렛 케잌을 굽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다크초콜렛과 코코아파우더를 싸주셨다. 

"저 다 주시면 뭐드시려구요?" 

"또 사지뭐~" 

시어머니께서는 남은 대구 조각들도 싸가서 자서방앞에서 흔들면서 먹으라고 하셨다. 생선냄새를 너무 싫어하는 자서방을 놀리기위해서- 

아파서 누워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시어머니께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으셨다.ㅎㅎㅎ 

역시 남편을 챙겨주는건 나밖에 없구나. 초코케잌 맛있게 구워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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