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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조촐하지만 더 따뜻했던 크리스마스 파티!

by 낭시댁 2020. 12. 26.

다행히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퇴근해 온 남편과 선물 꾸러미를 들고서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시댁으로 향했다. 눈이 아닌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항상 아늑하게 맞아주는 시댁의 거실

 

 

 

 

 

 

우리 시부모님께서는 매년 근교에 있는 유명한 유리공방에 가셔서 유리장식을 한가지씩 새로 사오신다. 매년 다른 모양이 나온다며 모아가는 재미를 즐기신다. 

 

 

 

 

 

남편과 시동생은 지하실에 내려가서 샴페인, 화이트와인 그리고 레드와인을 가지고 올라왔다. 

 

 

 

 

 

 

특별한 날이니까 소떼른 와인!

 

 

 

 

 

 

위에서 거만한 자세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 모웬. 추바카처럼 털이 점점 늘어나더니 머리위에도 털이 한웅큼씩 솟아났다.  

 

 

 

 

 

우리는 곧 선물 교환식을 가졌다.

돌아가면서 준비한 선물들을 나눠주는데 다들 내 이름을 가장 많이 불렀고 내 무릎위에는 선물들이 자꾸 쌓여만 갔다.

 

 

 

 

나는 아이처럼 들뜬 표정으로 가장 궁금했던 자서방의 선물을 가장 먼저 뜯어보았다. 

 

 

 

 

뭐지... 휴대폰 케이스네... ? 심지어 내 폰이랑 안맞는다...

살짝 당황하는데 옆에서 자서방이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표정을 수습하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도 자꾸 빤히 쳐다보고 있길래 왜 저러나 싶었... 

"어? 이건 아이폰 12 케이스네? 난 아이폰 10인데... ??"

그제서야 자서방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응 내가 말했잖아. 진짜 선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구. 블로그하려면 사진도 잘찍어야 하니까 더 좋은 휴대폰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 

으아... ㅠ.ㅠ 비싼선물 사지말라니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이러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나는 뭐가 되니...

문제는 이미 제일 좋은 선물을 맨먼저 개봉한 상태라 다른 선물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ㅎㅎㅎㅎ

 

 

 

 

이스탄불은 구석에서 끝까지 구경하고 있었지만 아무 선물도 받지 못했다. 메롱

 

 

 

 

 

이건 시동생부부가 준 선물이다. 책자에 각 도구별 용도도 친절하게 써져있었다. 

시동생부부는 모든이들에게 똑같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또다른 선물로 뚝배기와 수저세트도 받았다. 스웨덴산이라고 우기다가 결국은 아마존에서 주문했다고 실토했다. 그런데 뚝배기와 수저세트를 보니 내가 마치 한국에 와있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ㅎㅎㅎ

아직 한국음식을 먹어본적이 없다고 하길래 나중에 내가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젓가락 연습 열심히 하고 있으라고...

 

 

 

 

시부모님께서는 이불보와 베게커버를 선물해 주셨는데 질이 좋은 브랜드라며 낭시 외곽에 있는 공장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셨다. 

"제가 필요한게 뭔지 역시 저보다 더 잘알고 계시다니까요!" 

우리가 이사할때도 대부분의 살림을 알아서 마련해 주신 시어머니시다. 두분이서 나를 위해 선물을 포장하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감정이 벅차올랐다.  

시아버지는 무선 키보드에, 시어머니는 수비드 컨테이너에 너무너무 만족해 하시며 좋아하셨다.

 

 

 

 

 

샴페인을 마시는 동안 시어머니께서는 다이닝룸에 간단한 먹거리들을 차리시며 각자 먹고싶은대로 접시에 갖다먹으라고 하셨다. 

 

 

 

 

빵까지 직접 구우셔서 두가지의 미디 샌드위치를 만드셨다. 훈제연어와 바질 크림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 하나와 닭고기 마요네즈 오이등이 들어간 샌드위치. 

두가지 다 너무나 맛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많은 종류의 콜드컷들이 있었다. (접시별로 사진은 모두 찍지 않았다.)

아, 내가 콜드컷이라고 뭉뚱그렸더니 시어머니께서 각 종류를 설명해 주셨다. 그래도 나에겐 너무 어렵다. 나에게 아직 모두 정봉이고 콜드컷이다. ;; (아, 한국에서는 잠봉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나는 그저 프랑스어 발음으로 정봉으로 들릴 뿐...;; )

 

 

 

 

 

 

 

그리고 모두가 사랑하는 푸아그라-

푸아그라도 두가지를 준비하셨다. 

 

 

하나는 일반 푸아그라 그리고 또하나는 시어머니께서 트러플버섯을 넣고 만드신 홈메이드 푸아그라.

 

 

 

그리고 또 식탁위에는 장식용 송아지가 한마리 떡하니 서 있었다. 

 

 

 

푸아그라는 나중에 본격적으로 맛보기로 하고 우선 나머지 종류들을 먼저 담아왔다. 

 

 

 

 

샴페인과 소떼른와인을 한잔씩 마신상태였는데 이번에는 자서방이 새 잔을 가져와서 레드와인을 부어주었다. 

 

 

 

 

너무 맛있어서 금새 한접시의 음식을 비운 후에 두번째로 음식을 가져와서 벽난로앞에 앉았다. 이번에는 푸아그라도 한조각씩 가져왔다. 

 

 

 

 

모두모두 너무 맛있었다!! 

시어머니께서는 어느 푸아그라가 더 맛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나는 두개 다 맛있다고 대답했다. 두개다 그냥 서로 다른 매력이 있었다. 기존 푸아그라는 언제 먹어도 맛있고 시어머니의 트러플 푸아그라는 좀더 독특한 매력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두개다 두조각씩 먹었다.  

시동생의 부인은 (동서라는 말이 도무지 내 입에 붙지를 않는다;) 함께 하지 못했다. 낭시에 살고 있는 그녀의 딸과 오빠네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거실 선반에는 귀여운 장식들이 늘었다. 

 

 

 

 

그리고 모웬은 여전히 높은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를 위해 본인의 자리를 양보해 준 모양이다. 

 

 

 

우리가 트러플 푸아그라를 먹고 있을때 모웬은 발바닥을 핥고 있었을 뿐이다. 

자서방과 나는 틈나는대로 모웬과 놀아주거나 골려주었다.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을때 부쉬드노엘이 등장했다. 

며칠전 우리가 시식한거랑 모양이 좀 달랐는데 시아버지께서는 이거도 똑같은거라고 하셨다. 아무튼 시식과 상관없이 본인 취향대로 고르신게 맞는것 같다. 

 

 

 

 

시어머니께서 나에게 케잌 자르는 영광(?)을 주셨다. 내가 한조각씩 자르면 자서방이 접시를 들고 있다가 받아서 배달을 했다. 왕별은 시아버지께 드렸다. 케잌 역시 너무너무 맛있었다! 배가 불러서 나는 한조각만 먹었지만 다들 두조각씩 먹었다. 내가 너무 작게 잘랐나보다 ㅎㅎ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때가 되자 시어머니께서는 아침에 먹으라며 커다란 쿠글로프를 싸주셨다. 저걸 혼자 다 먹으려면 일주일이 넘게 걸릴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쿠글로프가 좋다!!! 

 

 

 

뭔가 조촐할 것 같았지만 이전 크리스마스와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즐거운 파티였다. 

시동생은 내 프랑스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감탄했고 시부모님과 자서방은 본인들이 더 뿌듯해 했다. 

파리에 사는 자서방의 사촌누나인 마리네 가족은 해마다 시댁에 와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다. 대신에 화상통화로 꽤 오랫동안 아주 시끌벅적하게 통화를 한 덕에 우리 파티 분위기도 한층 더 밝아졌다. 파티마네 가족은 본인들의 얼굴이 들어간 유쾌한 크리스마스 비디오를 보내주어서 또 한바탕 웃었다. 

우리 부부는 내일 점심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시댁에 갈때보다 더 묵직해진 선물보따리를 양손에 가득 들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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