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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태국

내가 만난 최고의 상사들의 특징

by 낭시댁 2017. 2. 1.

졸업후 거의 쉬지 않고 일해왔다.  국내와 해외 그리고 다양한 규모의 회사에서 다양한 업종으로 일을 해왔고 그덕에 정말 다양한 상사들을 만나보았다. 

좋은 상사 밑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이 나에게 너무 큰 배움의 계기가 되었고 그런 롤모델이 있다는것에 항상 감사하다. 물론 최악의 상사들도 있었기에 좋은 상사에 대한 고마움이 배가 되는것이다. 



XXX Y원장님

이분은 내가 아직 어리고 경력다운 경력도 없을때 나의 가능성을 높이 쳐주신 분이시다. 당시 일하던 직장을 관두고 당장 이분 밑으로 옮겼던 이유도 거의 순전히 나에게 보여주신 믿음때문이었다. 내가 큰 실패를 했을때도 "돈을 잃는것보다 사람을 잃는것이 더 큰 문제다"라고 하시며 겁없이 (?) 또다른 중책을 나에게 믿고 맡기셨다. 


결초보은이라는 단어가 뼈속 깊이깊이 매일 절로 새겨졌다. 모든 결정을 내가 직접 하게 하셨고 원장님은 관여하지 않으셨다. 최면이 걸린듯 내가 스스로 최선을 다하도록 만드셨고 절대 인상을 쓰거나 언성을 높이시는 법이 없으셨다. 한창 바쁠때도 사무실로 찾아오셔서 커피도 손수 타주시고;; 서울 근교에 있는 좋은 식당에 데려가서 맛있는거도 많이 사주시고, 내가 바빠서 안된다고 하면 천천히 쉬엄쉬엄하라고 항상 웃으며 말씀하신다. 그 여유와 미소속에는 사업이나 사람을 날카롭게 판단하시는 눈매가 빛나시는 분이다. 


항상 여유를 가지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웠고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지지않는 법을 배웠다. 모든 결정권을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위임하셔서 내가 스스로 배우도록 하셨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쓴소리 하시는 법이 없으시고 결과가 좋을때는 항상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어느정도 충분히 결초보은 했다는 판단이 섰을때 나는 한번더 나 자신을 시험하고싶다는 결심이 들어서 싱가폴로 떠나게 되었고 그때 원장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분명 큰회사에 가서도 잘할거라 의심치 않는다고... 마지막까지 믿음을 보여주셨다. 말 그대로 나를 키워주신 분이시다. 




싱가폴 XXX  R메니저

이분은 내가 싱가폴에서 3년간 내가 근무했던 유럽계 회사의 매니저인데 프랑스인이었다. 


1주일만에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완벽히 외움

처음 이분이 전근왔을때 다들 잘생긴 이 젊은 매니저때문에 우리는 모두 술렁였고 이 사람은 처음 일주일동안 한명한명 아침마다 악수를 하고 다양한 국적의 어려운 이름들을 불러주더니 결국 한명도 빠짐없이 모든이의 이름을 금새 외우셨다. 


악몽이 될 뻔한 내 첫 출장을 가장 행복한 여행으로 만들어 주신 분

내가 팀대표로 스위스 본사에 출장을 가게 되었을때 너무 자랑스러워해주고 유럽에 처음가는 나를 위해 남은 연차를 모조리 써서 근처 프랑스와 이탈리아등을 여행하고 오라며 일정을 직접 짜주기도 하셨다. 일정에는 도시별 평균 기온까지 표기하는 꼼꼼함을 보이셨다. 

회사에서 겨울옷등 최대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써주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정말 인생 최고의 유럽여행을 편하게 다녀왔고, 겨울옷이나 부츠등도 넉넉히 장만했다. 


휴일 일하는 직원을 위해 본인도 회사에 나오신 분..

크리스마스 당일 아웃소싱업체에 나혼자 교육을 나가게 되어 근무를 하게되었는데, 미안하다고 하시길래 나는 추가수당때문에 괜찮다고 쿨하게 답변을 했드랬다. 자긴 프랑스에서 여친이 오게돼서 같이 보낼거라길래 나는 어차피 약속이 없다고 말하고는 자존심이 갑자기 상했다. ㅎㅎ 

아웃소싱 업체로 출근한 클리스마스 당일, 이른 점심시간쯤에 매니저한테 문자가 왔다. 회사 앞에 와있으니 점심사준다고 나오라고 ㅎㅎ 아침에 도착한 자기 여친은 집에서 자고있고 휴일에 일하는 나에게 미안했던지 점심을 사주러 나온거였다. 정말 나는 먹고싶은걸 모조리 시켜서 배터지게 먹었고 그분은 내가 다 먹고난 후 급하게 계산하고 여친이 깨기전에 집으로 다시 달려갔다. ㅎㅎ    


말단 직원이 떠나는데 각별히 배웅해 주신 분

나중에 내가 한국으로 발령될때 내 승진이나 패키지가 더 유리해 지도록 한국 인사부와 싸워준(?) 사람이었고 내가 싱가폴 사무실을 떠나던 날에는 회의를 하다말고 나와서 나를 배웅해 주었다. 혼자서 배웅한것이 아니라 아시아 총괄 디렉터, 그러니까 나에게는 까마득하게 높은 그분까지 모셔와서, 내가 떠나는 엘리베이터까지 함께 나를 배웅하시도록 해주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뭉클하다.

언제 가져왔는지 책상에 있던 내 명패 뒷면에 "너는 항상 우리 가족인걸 잊지마"라고 써서 건네 주기도 했다. 


아웃소싱 직원을 울리신 분

이분은 심지어 우리 아웃소싱 직원들도 한명한명 만나서 면담을 하셨다. 한명한명에게 "당신은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나는 감사하다"고 말해주었고 직원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혹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는지를 꼼꼼히 받아적으셨다. 공통으로 요구하는 내용들은 얼마 가지않아 실제 대부분 반영되었다. 통역하느라 미팅룸에 나도 함께 있었는데 그중 한분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셨다. 나와 매니저가 놀라서 이유를 물어보니, 이곳에서 수년간 직장생활하면서 항상 소모품 취급 받는다고 생각해왔데 이렇게까지 맘써줘서 너무 감사하다는것이었다.. 나도 그자리에서 같이 감동먹었다.ㅠ.ㅠ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제대로 해주신 분이다. 

때론 내 실수에 대하여 엄격하긴 했지만 진정 팀원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을 알고 있는 상태라 실망시키지 않도록 스스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  




진정한 리더를 만나는것이 쉽지가 않으며 내가 그러한 훌륭한 리더가 되는것 조차 쉬운일이 아니라는걸 점점 절실히 깨닫고 있다. 

리더들이 자신이 팀원들의 리더이며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깨닫고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우선 나 자신부터 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받은만큼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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