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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태국

회사 프리젠테이션 경합에서 우승하다

by 낭시댁 2017. 2. 10.

업무상 프리젠테이션이 많다. 과연 프리젠테이션을 즐기는 사람이 몇몇이나 될까싶지만 내옆에 앉아있는 인도인 동료를 비롯해서 실제 즐기는듯한 몇몇의 얼굴이 떠오르기는 한다. 아무튼 난 프리젠테이션이 너무 싫다.  

특히 실제 업무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우리말로 진행되는데 아시아태평양 마켓들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우리 사무실에서는 일년에 한번씩 부사장님앞에서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certification을 갱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틀전에 청천벽력같은 공지를 이메일로 받았다.
프리젠테이션 경합이 있으니 아래 주제중 하나를 골라서 짧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라는것이다. 


1. How to tell a joke/ story?

2. Will we need driving licenses in 2025?

3. Plastic: A threat or advantage?




토픽들이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고 그냥 쌩뚱맞다.

부사장님과 우리팀 디렉터를 비롯하여 총 네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할거고 우승자에게는 "아주 좋은" 상품이 있을거라고 했다.

다들 다음주 스페인에서 열리는 연례회의준비로 바쁜시기라 전혀 반응이 없었다. 



다음날 공지가 한번 더 날라왔다. 당장 하루뒤 아침에 경합이 있을것이며 상품이 아래와 같다는 내용.


FIRST Place = Apple Watch (yes you heard right )
SECOND Place = Portable Bluetooth Speaker
THIRD Place = Polaroid Camera




헐.. 상품이 좋구나..

그나저나 뭘로 준비하나...

퇴근후 집으로 오는동안 곰곰히 생각했다.

일단 토픽은 첫번째 "농담을 잘하는 법" 으로 골랐다.
어차피 업무와 관련이 없으니 좀 창의롭고 웃기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인터넷을 뒤져서 재미있는 짤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타이틀을 약간 변형했다. 한국인에게 농담하기..? 그래, 한국인에게 농담했는데 반응이 없었던 이유를 내가 알려주지!!

  • 한국인이 당신의 농담에 웃지않는 이유가 뭘까?
  • 영어와 외국인에 대한 울렁증
  • 갑자기 큰소리로 농담 자제하자 (특히 우리 부사장님)
  • 한국인은 감정 표현에 서툴다. 그래서 속으로 웃기도 한다. 
  • 한국음식이나 강남스타일등 친근한 소재로 다가가보자. 
  •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대해주세요. 그럼 한국인들의 책임감과 열정에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대충 각 슬라이드의 큰 제목을 이런식으로 잡아 밤늦게까지 슬라이드들을 모두 완성했다.


다음날 아침 10시에 모두 가장큰 미팅룸으로 모였다. 우리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제비뽑아 순서를 정했는데 일본인 가요코가 첫주자였고 내가 그 다음이었다. 난 빨리하는게 좋다. 어차피 우승은 인도인 동료인 사키일텐데뭐.

가요코를 비롯해 대부분의 동료들이 플라스틱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왔다. 다들 인터넷에서 찾은 이미지라 겹치는 이미지가 많았다. 덕분에 내가 뽑은 주제가 빛났다.

가요코가 3등으로 애플워치를 받게되었고 내가 2등...2등이라니..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1등은 미래 자동차 면허증에 대해 발표한 태국인이었다. 리서치를 엄청 많이해서 인상적이긴했다. 



내가 2등으로 뽑힌 이유에 대한 피드백을 들려주었다.

1. 청중과 눈을 맞추고 인터렉션을 많이 함
슬라이드별로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이름이나 사례를 자주 인용했다. 그리고 질문도 많이했다.

2. 재미짐
웃긴짤을 인터넷에서 많이 긁어모았다.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웃음들이 터져나왔다.

3.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명확
한국인들이 알고보니 재미있구나. 앞으로 더 많이 알고싶다고 했다. 



아직 선물이 도착하지 않았다고한다. 아마 1-2주 지나야 받을것 같다.

남편에게 맨 먼저 이 소식을 문자로 전했다. 자랑스럽다고 하더니 그래도 자긴 애플워치가 갖고싶다나 어쨌다나..


이 세션 후에도 유난히 오늘은 미팅이 많았다. 가는곳마다 다들 나더러 "한국사람들이 속으로 웃는거였어?" 이런다 ㅎㅎ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내 메세지가 재대로 잘 전달된거였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그렇게 하기싫더니 막상 상품을 타게되니 긍정적으로 이 경합의 의도가 느껴진다. 한국뿐아니라 대부분의 아시아인들이 회의때 너무 소극적이라서 내린 일종의 극약처방이 아니었나싶다. 약간 효과가 있는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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